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후 2025년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에너지 정책도 전환과 보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녹색전환연구소(소장 이유진)은 <2025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보고서를 통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4차 온실가스배출권거래 기본계획>는 다음 정부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2035년 한국의 감축 목표와 장기온실가스감축경로(2031~2049년) 설정에 있어 ‘탄소 예산’과 ‘하향식’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후 어젠다를 제기하는 대선 준비를 비롯 2026년 시행되는 CBAM 등의 탄소 무역장벽, 기업의 배출량을 규제하는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규제 흐름에서 지속가능성 공시와 공급망 실사 대응, 전환금융과 녹색금융, 유엔 플라스틱 협약 쟁점 등 주제별로 정리했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해상풍력과 영농형태양광 입법과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의 향방,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정의로운 전환, 노동과 농업 등 기후재난 시대의 적응 대책, 기후위기와 AI 등 국내의 핵심 과제도 포함했다.
먼저 탄소중립 2.0 환경에서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의제는 선거에서도 핵심 공약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감축량은 14%에 그쳤다.

탄소무역장벽과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유럽연합의 CBAM은 2026년 본격 시행될 예정이며, 이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관세 부담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유럽 수준의 배출권 거래제 도입과 저탄소 산업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기업의 공급망 전반에서 ESG 요소를 관리할 것을 요구하는 EU의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은 글로벌 공급망에 포함된 기업들이 ESG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지속가능성 공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 정보를 상세히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U의 공급망 실사 지침(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의 경우 모든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서 환경적, 사회적 위험을 평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2025년부터 모든 상장사에 ESG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며 아직 공시 기준이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급망 관리에 대한 규제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미국과 EU 등이 공급망 실사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과 전문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은 관련 규정을 이해하고 대응할 역량이 더 미흡하다.
한국은 ESG 공시 기준을 글로벌 기준(CSRD, SEC 등)과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공급망 실사 관리 시스템 구축, 디지털화를 통한 ESG 데이터의 투명성과 체계성을 확보해야 한다. 철강, 전자 등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에 대한 ESG 실사 대응 매뉴얼 배포 등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
탄소 고배출 산업의 탈탄소 전환에 투자하는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이 글로벌 녹색금융의 화두로 부상했다. 기존 녹색금융 틀로는 고탄소 산업과 중소기업, 개도국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어렵고 투자자들의 그린워싱 우려로 기후금융 투자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녹색활동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녹색금융의 틀로는 기존 고탄소 산업은 택소노미를 통한 탈탄소 전환 자금 조달이 불충분한 것이 현실이다. ‘탄소집약적인 산업부문을 탈탄소화(decarbonisation)하는 활동을 촉진하는 금융’인 전환금융은 이미 ‘녹색인 것’보다는 ‘녹색으로 가는 과정’에 초점을 초점을 맞춘다.
상대적으로 높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면서 고탄소 산업의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격차가 큰 한국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전환금융은 탄소고착 및 전환워싱(transition-washing) 위험을 안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일본 사례와 같이 LNG및 혼소발전 등 화력발전소 효율화에 집중적으로 쓰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가격제와 녹색산업정책 등 녹색금융의 발전을 우선시하는 금융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워싱으로 귀결하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는 전환계획 공개와 금융당국의 지표 도입 및 관리가 요구된다.
부산에서 열린 마지막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에서 우려 화학물질 열거 여부, 플라스틱 생산 규제 여부, 재원 마련 문제 등 합의 도출에 실패했던 플라스틱 협약의 향방은 안갯속이다.
다만 플라스틱은 전주기에 걸친 탄소 배출, 오염 문제가 심각하여 세계 각국 정부가 규제 강화책을 내놓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 재건을 위해 고부가가치 기능성 수지 경쟁력을 강화하고, 순환경제 인프라를 구축하여 벨류체인을 확장하며, 바이오 플라스틱 등으로 원료 전환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 정부도 더 이상 애매한 입장만 재론할 것이 아니라 한국 관련 산업의 전환을 위해서도 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추진에서 HAC 협상그룹으로서 적극적인 포지셔닝을 해야 할 것이다.
2050년까지 전체 전력의 7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면 해상풍력과 영농형 태양광도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러나 영농형 태양광은 법적 정의와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고, 해상풍력은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 주민 수용성과 경제성 보장 등을 해결해야 한다.
대규모 발전소, 장거리 송전망에 기반한 기존 중앙집중식 에너지체계는 심각한 지역 갈등을 유발하고, 지역 간 에너지 수급 불균형과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전력 수요지와 가까운 곳에서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한 배경이다. 분산형 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를 도입해 전력자급률이 낮은 지역에 발전시설 확충을 유도하고,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에 전력수요가 많은 산업을 유치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보고서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추진을 위해 검토하고 있는 전국 3개 권역 구분 전기요금 차등 적용, 도매와 소매가격 차등 시행 시기 차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준 마련과 정책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한국의 전체 에너지원에서 39.7%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현재 58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에 있으며, 총 발전량은 3만 6,867.7MW 정도다. 오는 202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7곳이 폐쇄되지만 '정의로운 전환'의 과제는 남는다. 보고서는 지역인구가 유출, 소멸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에너지 및 산업 전환의 방향을 구체화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기후재난 시대의 적응 대책도 차분하게 점검해야 한다. 시민의 다양한 취약성을 보완하고, 기후회복탄력적 공간을 만드는 기후변화 적응정책이 핵심이다. 2025년 기초지자체 3차 기후변화적응계획에서 적절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이 가운데 폭염, 한랭, 호우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려면 산업안전법에 따른 사업주의 의무규정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보고서는 "환경부의 기후대응댐은 효과와 필요성이 불분명하기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면서 "2025년 호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 보강과 기존 댐 준설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IT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구글은 전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37% 증가했고, 네이버도 2.9% 늘었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72.9%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전력 수급 불균형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은 국내 AI기본법을 비롯한 규제가 미비하며 전력계통영향평가 도입도 지연되고 있다"면서 "데이터센터 관련 정보 공개 고도화를 통해 국가 전체의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수도권 집중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분산에너지법과 연계하여 데이터센터 지역 유치 시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 정부가 2025년 초반에 시작한다면 임기는 2030년까지로 이는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감축 목표 연도와 일치한다.
2030년 목표 달성과 함께 2035년 감축목표 설정, 헌번재판소 기후소송 판결에 따른 국가 장기온실가스감축경로(2031~2049년) 논의도 이끌어야 한다.
사실상의 '기후 정부'라고 할 수 있다. 독일과 영국처럼 기후위기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기획재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직접 지원하는 구조로의 전환 등 정부조직 개편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 변화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의 틀을 어떻게 조정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