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수소, LNG 연계한 수소경제 해법으로 부상
기존 그린·블루수소를 넘어 ‘청록수소’가 향후 수소경제 3.0 시대의 현실적 대안이자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EU 등 주요국은 이미 청록수소를 저탄소수소로 인정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국내 기업으로는 2022년 미국 청록수소 기업 모놀리스 머테리얼즈사에 대규모 투자를 한 SK E&S가 있다.
청록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₄)을 고온에서 열분해(Pyrolysis)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수소와 함께 이산화탄소가 아닌 고체탄소(C)가 부산물로 생성되며, 직접적인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무탄소 수소’로 평가된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은 최근 발표한 이슈리포트 '전환기를 맞은 수소경제, 청록수소를 주목해야 하는 5가지 이유'에서 "기존 그린·블루수소 중심의 정책은 높은 비용과 인프라 제약, 까다로운 인증 요건으로 인해 민간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잉여 LNG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대안으로 청록수소를 제언했다.
현재 국내는 수많은 LNG 장기계약을 체결한 상태지만, 발전 부문에서의 수요는 2030년 이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슈리포트는 "청록수소는 LNG 장기계약 물량을 안정적인 수소 수요처로 활용함으로써 경제성과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면서 "철강, 발전업계에서의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록수소는 LNG와 수소경제를 연결하는 ‘브릿지 기술’ 이상으로 평가받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록수소는 산업단지 인근에서의 생산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산업 공동화 방지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그린수소와 달리, 기존 LNG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장거리 송전 문제와 수용성 이슈를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청록수소 생산과정에서 생성되는 고체탄소는 그래핀, 탄소나노튜브(CNT), 탄소섬유 등 고부가 소재로 전환할 수 있어 산업적 파급력도 크다.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수소 1kg을 생산할 때 약 3kg의 고체탄소가 함께 발생하는데, 이 중 15%는 고급 소재, 85%는 산업용 소재로 사용 가능해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제조업의 해외 이전을 막는 효과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기술성숙도(TRL) 4~8단계에 있는 청록수소는 어떤 국가도 기술 주도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기술 확보에 나선다면 그 잠재력이 클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과 탄소중립연료(e-Fuel) 등 신사업 대응에 배후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청록수소는 청정수소 인증 기준(WtG 4kg-CO₂/kg-H₂)을 초과하고 있다. 이슈리포트는 "▲저에너지 촉매 기술 개발 ▲무탄소 전력 비중 확대 ▲LNG 추출/운송 공정 개선 등을 통해 2030년까지 기준 충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청록수소가 청정수소 인증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고체탄소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이를 부산품(Co-product)으로 간주하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조정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이다.
고체탄소와 함께 고부가 신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미래 기술로 청록수소를 육성하려면 기술개발-실증-인증-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적 지원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