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9 쟁점으로 기후금융 뜬다

“문제는 돈이다.”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Baku)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COP29는 기후금융과 재원 마련, 적응과 회복력, 전 지구적 이행점검, 공정한 전환, 토지 이용, 바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 1.5도 유지 △국가 적응 계획 및 격년 투명성 보고서 △기후금융에 대한 새로운 집단 정량화 목표 △파리협정 제6조(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을 위한 국가 간 협력) 등을 확정한다.

가장 첨예한 협상 과제로 기후금융이 떠오르는 이유가 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2020년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연간 1천억 달러(약 133조 원) 제공을 합의했었다. 그러나 선진국은 2020년까지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해 비판을 받다가 2년이 지난 뒤 목표에 도달했다. 이후 다시 목표 기한은 2025년까지 미뤄진 바 있으며 당사국들은 올해 새로운 목표에 합의하는 과제를 안았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은 지난달 30일 ‘기후금융에 관한 새로운 집단 정량화 목표(NCQG, 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on climate finance)’에 대한 의견 차를 담은 예비 회의 문서를 내놨다. 여기에는 NCQG 구조와 기간·조달, 수여자와 수혜자. 정보 공개의 투명성 등 여러 면에서 이견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COP29 홈페이지

선진국과 개도국 간 ‘퀀텀 점프’ 놓고 입장 엇갈려

UN 재정상임위원회도 98개 개발도상국의 기후 계획 실행 비용을 평가한 결과 2015~2030년 동안 필요 비용이 총 6조9천억달러(약 9174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매년 5천억달러(약 665조 원) 지원이 필요한 수치다. 이는 COP29에서 협상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개도국들은 기후금융의 퀀텀 점프(Quantum Jump, 양자 도약)를 촉구하고 있다. 기후 대응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 대비 급격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기후 적응 사업 등을 위해서다. 개도국이 선진국에 요구하는 재원 목표는 2030년까지 1조 달러(한화 약 1320조 원)에 달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는 공공 재원 목표치고, 나머지 5조 달러(약 6600조 원)는 기관과 민간 등 다른 재원을 통해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선진국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석연료 반대 운동을 벌이는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 이니셔티브(Fossil Fuel Non-Proliferation Treaty Initiative)’의 국제협력 이사인 하지트 싱(Harjeet Singh)은 “재생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이제는 매년 수조 달러가 필요하다”며 “화석연료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 다각화와 녹색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29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은 ‘기후 재정 행동 기금(Climate Finance Action Fund 이하 CFAF)’ 창설을 발표했다. 재원은 화석연료 생산국(산유국)과 석유, 가스, 석탄 분야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 등을 통해 마련하자는 것이 골자다. 개도국의 자연재해 피해를 극복하고, 주민 생계 보호를 위한 농업 부문 지원에 중점을 둔다. 기후 적응 연구개발을 지원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는 데도 쓰인다. 초기 CFAF 모금 라운드는 10억 달러(약 1조 3200억 원) 모금을 목표로 한다.

결국 선진국 각국이 공공 자금을 얼마나 투입할지부터 민간 부문 공여 액수도 합의해야 한다. 첨예한 논쟁이 예고되는 부분이다.

출처: COP29 홈페이지

ESS와 전력망 확충 서약 등도 추진

ESS 용량과 전력망 확충에 대한 서약 추진을 위해 COP29는 최근 각국에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및 전력망 서약’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이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ESS 용량을 2022년 250GW보다 6배 높은 1500GW 규모로 확충하고, 신규 송배전선 증설과 기존 송배전선 교체를 통해 2040년까지 전력망을 8000만km 추가를 목표로 한다.

지난해 COP28에서 맺은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에 이어 전력망 인프라 보강을 통한 추진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보다 늘어난 설비용량의 전력망 접속이 서약 이행의 어려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COP29 의제 가운데 화석연료 논의가 빠진 점에 대한 비판도 있다. 앞선 COP28 합의문에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이 담겼음에도 구체적인 화석연료 감축을 의제로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는 석유와 가스가 수출의 90% 이상이고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산유국인 주최국 아제르바이잔의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한편, 올해 UN총회는 ‘미래를 위한 협약(Pact for the Future)’을 채택했다. 협약은 자연과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030년까지 각국이 산림 황폐화를 막고 복원을 통해 생태계가 온실가스 흡수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각국이 더욱 야심 찬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하도록 촉구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의해 당사국은 2025년 2월까지 갱신된 2035년 NDC를 제출해야 한다.

또 지난해 열린 COP28 합의를 토대로 개발도상국의 기후 적응 및 회복력 구축 지원을 위한 재정 지원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국제 금융회사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금융 가용성과 접근성 확대를 비롯해 기후금융 규모를 늘려 개발도상국의 기후 대응 계획과 전략 이행을 돕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세계 협상 테이블은 ‘돈’을 누가 더 내놓느냐로 향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