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3법', 주민수용성 확보 최대 난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하 전력망확충법)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방폐장법), '해상풍력 보급촉진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등은 미래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법안이다.

이 법들은 인공지능(AI) 시대의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목표에 따른 에너지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법안으로 평가된다. 일단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로 현장의 숙원 사안을 일단 풀었다는 점에서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편집자 주: 해상풍력특별법 관련 내용은 3월4일자 '해상풍력 특별법 제정…기대와 우려 교차' 기사 참고.

우선 전력망확충법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을 위한 전력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위해 기존의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완화하여 전력망 건설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했다.

전력망 확충을 위한 민간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고, 정부 차원의 재정적·행정적 지원 근거를 확보한 것도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분산형 전원(재생에너지, 소규모 발전소 등)과 연계한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국가가 기간 전력망 관련 계획을 수립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60일 이내 주민 의견을 수렴해 회신하도록 하되 이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협의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한 점은 상당히 강력한 조항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사업 시행이 지연을 예방하자는 취지이긴 하나 지역 주민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물론 특별법에  송·변전 시설 주변 주민이나 지자체에 관한 보상 조항을 함께 포함하는 한편 해당 지역서 생산된 전력을 생산지에서 우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해법은 담아둔 상태다.

기존 송·배전망 부족으로 인한 정전 및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기존 전력망의 연결성을 개선하는 등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수도권 전력 사용 집중 문제를 완화하는 접근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송전탑.
AI

고준위방폐장법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최종 처분장 확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마련했다. 또 원전 부지 내에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별도 저장시설로 이전할 법적 근거도 신설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2050년까지 중간 저장 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 폐기 시설을 짓도록 규정했다.

방폐장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에 대한 보상 방안 및 주민 안전 대책 포함 등 지역 주민 의견 수렴 및 보상 체계를 구축한 것은 주목된다. 방폐물 관리 전담 기관 설립 및 독립적인 심의·의결 기구를 설치토록 한 점도 마찬가지다.

현재 원전 내에 적치된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법적 기반을 갖추고 국가 차원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 로드맵을 수립하고, 지역사회와의 협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측면도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장치로 평가된다. 원전 업계는 폐기물 처리 절차와 근거가 명확해짐에 따라 신규 원전 및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이 용이해진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주민 수용성 확보는 여전히 미지수다. 해상풍력 특별법 제정에서도 드러났지만 원만한 합의 도출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세부적 지침을 완비해야 할 것이다.

환경 영향 평가 측면에서도 문제는 남아 있다. 오랜 시간이 걸린 에너지 3법 통과에도 환경 단체가 웃지 못하는 부분은 신속한 전력망 구축은 담보하지만 환경 영향평가 축소 위험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없이 대형 송전망 중심으로 전력이 공급될 경우 기존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구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AI

전문가들은 전력망 확충이 단순한 인프라 확대를 넘어 ‘스마트한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력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상황을 반영해야 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발전량이 풍부한 지역에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전력 소비 산업을 유치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전력 소비를 최적화하는 체계 구축을 포함한다.

이밖에도 현재의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입찰제를 병행 적용하여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관련 특별법의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전력망을 활용한 전력거래, 저장 시스템, 에너지 데이터 활용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청도 적지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부(전력망확충법, 해상풍력특별법), 원자력안전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준위방폐장법) 등이 중심이 되어 에너지 3법 시행령 초안 작성에 착수한다. 전력망확충법은 민간 투자 유인책과 송전선 설치 절차 간소화, 고준위방폐장법은 부지 선정 문제와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행령이 기업의 투자 촉진과 환경·지역 사회의 우려를 어떻게 균형 있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3법의 실효성이 판가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