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SG 등급, 믿을 수 있나?”…기업, 투자자 혼란 가중
“국내 ESG 등급, 믿을 수 있나?”…기업, 투자자 혼란 가중
국내외 주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기관 간 동일 기업에 대한 등급이 최대 5단계까지 엇갈리는 등 평가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해외 평가사 MSCI의 기아자동차 ESG등급은 CCC, 국내 평가사 KCGS는 A를 부여했다. 평가 항목, 가중치, 데이터 수집 방식까지 다른 평가 체계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와 자본 시장의 신뢰도 확보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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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기관 간 동일 기업에 대한 등급이 최대 5단계까지 엇갈리는 등 평가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한양대 연구진(이정빈 박사과정·강형구 교수·한병석 연구교수)는 한국금융학회 저널 '금융연구'에 '국내외 ESG 평가사 간 불일치 문제: 원인 분석과 개선 방안' 논문을 게재하고 "주요 평가사의 평가 방식부터 시점 등이 전부 달라 동일 기업이어도 등급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 평가사와 MSCI, S&P 등 해외 기관의 ESG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평가사별 ESG 등급. 해외 평가사 MSCI의 기아자동차 ESG등급은 CCC, 국내 평가사 KCGS는 A를 부여했다.데이터 소스: Federation of Korean Industries(2020). 이미지 출처: 연구 논문에서 캡처

국내 지배구조에 초점, 해외 산업별로 환경에 비중

논문에 따르면 국내 ESG 평가사들은 주로 연 1~2회 평가를 진행하며, 지배구조(G) 요소에 높은 비중(최대 60%)을 두는 반면, 해외 평가사는 실시간 데이터 업데이트를 통해 산업별 환경(E)·사회(S) 이슈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의 ESG 등급은 엇갈린다. 현대제철의 경우 국내 평가기관 KCGS는 A등급을 부여했지만 해외 평가기관 MSCI는 CCC 등급으로 낮게 평가했다. 평가 항목, 가중치, 데이터 수집 방식까지 다른 평가 체계 때문이다.

우선 평가 항목의 중점 요소 등 구성 차이가 달랐다.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는 ESG 중 지배구조(G) 항목에 가장 높은 비중을 뒀다. 환경(E)은 대분류 4개, 중분류 12개로 구성했다. 환경경영, 이해관계자 대응 등이 대표적이다. 또 표준화된 공시자료를 기반으로 보수적 기준을 운영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환경 부문에 혁신활동, 생산공정, 생물다양성 등 4개 카테고리와 7개 KPI를 도입했다. 사회 부문에 이해관계자 영향, 공급망 책임 등을 반영하는 한편 다양한 정성적 요소와 산업별 리스크를 포함했다. 해외 평가사 가운데 MSCI는 평가 항목을 산업별로 차등 구성했다. 가령 자동차산업에는 배출·배터리·공급망 리스크 비중을 확대했다. SASB, TCFD, GRI 등 글로벌 기준을 기반으로 했다.

"기관별로 평가 철학 달라…기준을 읽을 줄 알아야"

특히 평가사마다 중시하는 ESG 축이 달랐다. KCGS는 환경(E) 비중 15~30%, 사회(S) 비중 25%, 지배구조(G) 비중 45~60%였다. 또 서스틴베스트는 환경 10~25%, 사회 35~40%, 지배구조 40~50%였다. 반면 MSCI는 각 항목별 비중을 산업별로 맞춤 적용했다.

국내 기관들은 이사회 구성, 경영 투명성 등 지배구조 중심의 접근이 두드러졌다. 반면 MSCI는 산업 특성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공급망 리스크, 제품 안전성 등 핵심 이슈별로 가중치를 다르게 부여했다. 이렇게 국내 평가사는 일률적으로 비중을 설정했고 해외는 '핵심성(Materiality)' 기반의 산업별 유동 가중치를 도입했다.

정형 및 비정형 정보 활용 여부 등 데이터 수집 방식에도 차이가 컸다. KCGS는 TCFD 등 일부 국제기준을 참고했지만 공시자료, 정부·감독기관 공식자료 등 정형 데이터를 중심으로 했다. 해외 평가사인 MSCI는 기업 공시 자료는 물론 NGO, 미디어, 시민단체 등 비공식 소스도 적극 활용했다.

연구진은 "평가사별로 설정한 ESG 등급의 숫자 자체보다 등급이 산출되는 과정과 기준의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며 "국내 평가는 전통적인 회계 공시 기반, 해외는 사회적 이슈 대응과 산업 리스크 중심의 동적 평가라는 큰 철학적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MSCI의 지수 데이터. 이미지 출처: MSCI 홈페이지 캡처

실시간 평가체계 도입, 비정형 데이터 반영 필요

국내 ESG 평가기관들은 공통된 평가 항목, 가중치, 데이터 출처에 대한 명확한 공개와 함께, 글로벌 기준 정합성을 갖춰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실시간 평가 체계 도입'을 주문했다. 연간·반기 평가에서 벗어나, 분기별 또는 이벤트 기반의 실시간 업데이트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산업별 표준화된 가중치 모델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ESG 핵심 이슈는 산업마다 다르므로, 획일적 가중치 대신 산업 맞춤형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TCFD, SASB, GRI 등 글로벌 기준을 반영한 평가 항목 체계를 완성하고 데이터 기준의 국제화를 기해야 한다. 이는 ESG 평가 신뢰를 확보하는 기본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 데이터 소스의 투명성 강화와 글로벌 평가사와의 협력 확대는 당연한 수순이다. 미디어, NGO 리포트 등 비정형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고, 평가 기준 및 데이터 출처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ESG 등급은 현대 투자 나침반...정책적 뒷받침 있어야

정부와 금융당국이 ESG 공시를 점차 의무화하려는 상황에서, 평가사마다 불일치가 계속 일어나면 투자자 보호와 자본 시장의 신뢰도 확보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신용등급은 국내외 평가기관 간 1단계 이내 차이를 보이는 데 반해, ESG 등급은 3~5단계까지 차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ESG 평가의 불일치 문제는 통계 이슈나 착오 같은 정보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투자 연계성에 직결돼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연구로 국내 ESG 평가사들의 폐쇄적인 데이터 운영과 표준화 부족이 글로벌 기준에서 얼마나 이탈되어 있는지가 실증적으로 확인된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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