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ESG 공시 의무화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와 관련한 기업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ESG 공시를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을 발표하며 ESG 공시 규제를 선도하고 있다. 2023년 기존의 비재무공시지침(NFRD) 개정으로 시행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은 2025년에 발표될 보고서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해당 지침은 연매출 4,000만 유로 이상, 자산 2,000만 유로 이상, 직원 250명 이상 가운데 최소 2가지를 충족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1월1일 이후 회계연도부터 적용된다. 상장 중소기업, 신용기관, 보험회사는 2026년 1월 1일 개시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공급망 내 탄소 배출량, 물 소비량, 인권 문제 등 ESG 요소를 세밀히 보고해야 하며, 이 데이터는 기업 재무 보고서와 별도로 외부 감사를 거쳐야 한다.
EU는 CSRD외에 지난 7월 발효된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을 통해 환경 오염 및 인권 침해 발생 여부 등에 대한 실사 및 방지 의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EU는 이를 통해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ESG 공시의 신뢰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EU 주도, 글로벌 ESG 공시 규제 강화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 코딧(CODIT) 이슈 페이퍼 'ESG 공시 의무화: 최신 동향과 기업 대응 전략'에서 "이는 EU 역내뿐 아니라 역외기업에도 적용되며 기업이 적용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최종 모기업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지침을 적용받게 되어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 관련 의무가 더욱 강화되고, 관리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EU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 추진을 위한 지속 가능성 관련 보고서 제출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는 미국은 ESG 공시 규제 도입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ESG 공시 의무화를 강하게 추진했지만, 최근 공화당의 정치적 우위로 인해 규제 강화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3월 상장기업들이 2026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1과 2)을 포함한 연례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기후 관련 공시 최종 규칙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포스코와 KB 금융그룹, 신한금융, 한국전력 등 국내 기업들도 2026년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SEC 기후공시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다만 '청정경쟁법(CCA)'처럼 미 의회에서 적극 추진하는 법안도 있어 아직 예단하기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호주, 일본,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도 ESG 공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며 글로벌 ESG 규제 흐름에 동참하는 흐름이다. 에너지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중국 역시 2026년부터 주요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ESG 보고 의무를 강화할 예정이다.
영국은 2022년 연간 매출이 5억 파운드 이상, 직원 500명 이상인 모든 영국 등록회사에 적용하는 ESG 공시의무화법을 제정했다. 현재 G20이 지지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ESG 공시기준 도입을 추진 중인데, 이는 2025년 2분기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 ESG 공시 준비 본격화 수순
현재 한국 금융위원회는 2025년 상반기까지 ESG 공시 의무화와 관련된 세부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먼저 주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공시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유예' 목소리도 여전하다.
금융위원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산규모 2조원 이상 125개 상장사 중 58.4%가 ESG 공시 의무화 적정 시기를 2028~2030년으로 연기할 것을 선호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준을 고려할 때 공시 시기를 미루는 것이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적인 ESG 공시 의무화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내부 체계 구축과 데이터 관리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개하는 국내 상장 기업은 2022년 131개 사에서 2024년 12월 6일 현재 203개사로 증가하며 시장 내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대응 속도와 양상에서 아쉬운 점이 적지 않지만 이해관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투명성 강화를 통해 공시 및 그 신뢰도를 확산해가야 한다. ESG 데이터는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전반에 걸쳐 수집되어야 하며, 실시간 데이터 관리와 분석 시스템이 필수적인 만큼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강구돼야 한다.
특히 ESG 공시 준비 과정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전문 인력과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SG 공시 관련 법률과 규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공시의 정확성, 일관성, 투명성을 높이는 도구로써 유용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딧은 보고서에서 "공시 도입 과정에서 국회나 시민단체 등 ESG 공시와 관련된 법률·규제를 요구하거나 제·개정할 수 있는 국회나 시민단체 등도 기업이 소통해야 할 주요 이해관계자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