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SDDD 발효...정부·기업 과제 산적
EU CSDDD는 기업의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및 인권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기업에 실사와 정보공개 책임을 의무화 하는 지침이다. EU 회원국은 2026년까지 이를 국내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사의무는 2027년부터 2029년 사이에 순차적으로 적용되며, 공시의무는 2028년부터 시작된다.
EU 역내 기업은 근로자수(시간제 근로자 포함) 1천명 초과 및 전세계 순 매출 4.5억 유로 초과 기업(company) 또는 최종 모기업(ultimate parent company)이 해당된다. EU CSDDD의 영향을 받는 유럽기업의 수는 약 전체 기업의 0.05%에 해당하는 5,400개로 추정된다.
EU 역외 기업은 역외 기업은 역내 순매출 4.5억 유로 초과 기업(근로자수 기준 무) 또는 최종 모기업이 그 대상이 된다. 또 EU 내에서 가맹점 및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한 기업에 대해서도 로열티 및 순매출액 규모에 따라 선정한다. 역외 기업의 EU 법인은 EU 역내 기업으로 분류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추후 EU 역외 기업 적용 기업목록을 공개할 예정인데 그 시기는 미정이다.
중소기업 등 협력사까지 수만 개 한국기업 영향권
한국의 EU 수출기업(2023년 기준)은 18,043개로 전체 수출기업 95,015개의 19%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규모별로 분류하면 대기업 573개, 중견기업 1,221개, 중소기업 16,249개다. EU 역외 기업의 경우 EU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적용 기업 수는 아직 추정하기는 이르다.
일단 적용 대상 기업은 위험 기반 인권 및 환경 실사수행 의무를 총괄적으로 명시(제5조)하는 실사의무를 갖는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위험 기반 인권 및 환경 실사의무를 회사 정책에 반영하여 내재화 하고, 인권·환경 등에 대한 부정적 영향(부속서에 첨부된 인권 및 환경 협약을 위반하는 행위)을 평가하고,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고, 제거하며 최소화하여야 한다. 또 실사 이행 결과를 공시하고, 실사 관련 입증 자료는 최소 5년 이상 보관하여야 한다(제5조 4항).
EU CSDDD 실사 범위는 회사 자체, 자회사 및 활동사슬(chains of activities) 내 협력사의 운영을 포함한다. 활동 사슬은 업스트림(상품 생산, 서비스 제공, 원자재, 설계, 채굴, 소싱, 제조, 운송, 보관, 공급과 제품 또는 서비스의 개발을 포함)과 다운스트림(회사의 제품의 유통, 운송 및 보관과 관련된 활동을 포함하며, 협력사가 이러한 활동을 회사 또는 회사를 대신하여 수행하는 경우에 해당)을 의미한다.
협력사는 직접 협력사와 간접 협력사로 나뉜다. 전자는 회사와 회사의 운영, 제품 또는 서비스와 관련된 상업적 계약을 맺은 주체 또는 회사의 (활동사슬에 대한 정의에 언급된) 서비스를 받는 주체, 후자는 직접 협력사는 아니지만, 회사의 운영, 제품 또는 서비스와 관련된 사업 활동을 수행하는 주체이다.
기업의 세부적인 실사의무(제7조~제16조)는 회사 정책 및 리스크 관리 체계에 실사 의무 통합(내재화)(7조), 실제적-잠재적 부정적 영향 식별 및 평가(8조) 등이 있다. 실사의무는 UN 이행원칙, OECD의 책임경영을 위한 기업실사 지침(Due Diligence Guidance for Responsible Business Conduct) 및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 on Responsible Business Conduct) 등이 기반이다.
기후대응 실사의무 없지만 파리협정 목표 부합해야
8조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거나,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식별하기 위해 자사, 자회사, 비즈니스 파트너의 활동(operation)을 매핑하고, 매핑 결과를 토대로 진단 실시토록 하고 있다. 이어 이해관계자와 의미 있는 소통 수행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 마련(13조), 신고 메커니즘 및 고충처리 절차(14조), 매년 자사 웹사이트에 실사의무 이행내용을 최소 12개월마다 공시(16조)도 포함한다.
추가적으로 부과하고 있는 기후변화대응 의무(제22조)는 실사 의무는 없지만, 전환계획을 수립하고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은 지속가능경제로의 전환과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전략이 포함된 전환계획을 수립하고 채택하여야 한다.
전환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은 ① 기후변화 목표(2030년 목표, 2050년까지의 5개년 목표, Scope 1·2·3 탄소감축목표 등), ② 목표 달성을 위한 탈탄소화 수단에 대한 설명 및 주요 조치 계획, ③ 전환계획 이행을 위한 투자 및 자금에 대한 설명 및 정량화, ④ 전환계획과 관련된 행정, 관리, 감독기구들의 역할에 대한 설명 등이다. EU CSRD 공시의무(2023년 1월 발효)를 이행하는 경우 기후변화 대응 의무는 면제한다.
인권 및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부속서 1(ANNEX Part 1)에서 다루는데 (a) 국제 인권 조약에 포함된 권리 및 금지사항의 16가지와 (b) 인권 및 기본권에 관한 규약의 4가지로 구성된다.
국제 인권 조약에 포함된 권리 및 금지사항 가운데 결사의 자유, 집회, 단결 및 단체교섭에 대한 권리(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1조 및 제22조;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8조;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제87호; 국제노동기구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 제89호), 고용 요건에 의하여 정당화되지 않는 한 고용에 있어서 불평등 대우 금지(국제노동기구 동일보수 협약 제100호 제2조 및 제3조, 국제노동기구 차별(고용 및 직업) 협약 제111호 제1조 및 제2조,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7조) 등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첨예한 이슈들이 들어있다.
대기업과 협력사 간 갈등 사회문제화 될 수 있어
부속서 2(ANNEX Part 2)에 수록된 환경 관련 규약 내 금지 및 의무사항은 생물다양성 협약, 폐기물, 오염물질 등 16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EU CSDDD에 의하면 기업의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요구하는 만큼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사인 중소기업에도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EU 지역에 수출하는 대기업은 물론 궁극적으로 공급망에 놓인 모든 협력 기업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게 된다.
보고서는 "그동안의 대기업과 협력사 간의 상생 및 동반성장 기조는 대기업의 리스크 관리체계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은 국내 협력사가 실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외국의 우수 협력사로 변경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148개 기업 중 64개 기업이 ESG 관련 심각한 위반 사항이 발생하거나 ESG 평가 등급이 낮게 유지되는 등 기준 미달일 경우 거래중단, 거래 대상 미선정 등의 페널티를 협력사에 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EU CSDDD에 의하면 협력사에 대한 지원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데, 지원범위에 대하여 협력사와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보고서는 EU 국내법 시행으로 인한 제도 시행이 본격화되면 "원청기업과 협력사 간의 첨예한 갈등 문제(탈락하는 협력사의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드러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주요 기업은 EU CSDDD에 대한 인식과 대응 수준이 낮은 상황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사)한국강소기업협회, (사)벤처기업협회 소속 104개 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청기업의 58%, 협력사의 61%가 본사의 EU CSDDD 대상기업 여부를 모르고 있으며, EU 수출기업이라고 응답한 49개 사 중에서도 30개 사(61%)가 EU CSDDD 적용 대상 여부를 모르고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EU CSDDD의 적용 여부를 모르고 있으며, 실사 관련 준비가 크게 부족한 셈이다.
-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700개)를 대상으로 ESG 평가 결과를 입찰 조건으로 담은 표준계약서를 새로 마련하여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노동력의 다양성, △지역주민 권리 보호, △온실가스 감축 구체적 목표 등을 넣는 작업을 조율 중이다.
표준계약서에 발주사와 납품사 양측이 동의하면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ESG 평가 점수가 100점 만점에 70점이 넘지않는 협력사는 재계약이 안 될 수 있다는 얘기가 1차 협력사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유럽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불리는 EU CSDDD라고 하며, 4차 하도급 업체까지 포함해 협력사가 5,000여 개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이 ESG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포스코그룹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도 ESG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공급사의 입찰을 받지 않는 ‘입찰 허들제’ 도입을 2030년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자사뿐 아니라 공급사까지 까다로운 ESG 기준을 적용해 공급망(밸류체인) 전체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는 계획인데, 입찰 자격에 ESG 평가결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공급사의 ESG 기준을 강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포스코퓨처엠이 직접 공급사의 ESG 실태 진단과 실사, 그리고 교육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명확한 ESG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을 만족하는 업체에만 입찰을 허락하겠다는 계획이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주 근로자 채용 수수료 관련 위반은 아동노동, 근로시간 위반 등과 더불어 중대한 강제노동 위반사항으로 분류되고, 협력회사의 개선 여부에 따라 종합평가 등급 하향은 물론 동일 위반이 지속되는 등 심각한 경우에는 거래중단까지 이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 대응 부실...정보수집·자금지원 등 대책 필요
한 수출기업 ESG 담당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EU CSDDD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수년 간의 대응도 체계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협력업체에 대한 대응 수준은 국내보다 더 열악한 형편이다.
이같은 현장의 상황에서 정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0년 ‘ESG 경영 확산 및 투자 활성화 2025 로드맵’을 시작으로 2021년 ‘ESG 인프라 확충 방안’, 2022년 ‘정부 기관 ESG 경영 평가 기준’ 등을 마련하여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성장 지향적 ESG 경영’ 모델을 강조하며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민관합동 ESG 정책협의회를 구성하여 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의 ESG 수준 향상을 위한 진단 및 컨설팅 강화, 실사 대응력 제고를 위한 정보 기반 마련, 인력 및 자금 지원 등이다.
무엇보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실사 대응을 위한 컨설팅과 자문을 제공하여 실질적인 준비를 도울 수 있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원청기업과 협력사 간의 협업을 강화하여 실사 대응을 위한 공동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상생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정부는 인력 및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실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보고서는 "정책당국 및 국내기업은 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여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CSDDD는 EU 역외 기업 적용기업목록(list of non-EU companies that fall under the scope of the Directive)을 비롯 실사이행 준수계약에 대한 가이던스(guidance about voluntary model contractual clauses), 일반·섹터별·특수 부정적 영향에 대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including general guidelines and sector-specific guidelines or guidelines for specific adverse impacts), 공시 세부 기준 위임법률 채택 등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의 후속 조치를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