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기후로 보험산업 '빨간불'…지급보험금 40% 가까이 늘어날 수도
전례 없는 기후변화가 국내 보험산업의 뿌리를 뒤흔들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극심한 호우나 태풍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급증하고, 손해율도 연일 치솟는 상황에서는 보험회사의 경영 안정성이 심각한 위협이 예고된 상황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위험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 심화에 따라 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 풍수해보험의 보험금 지급 규모가 향후 15년 내 최대 37.8%까지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SSP2-4.5 시나리오에선 대부분 손해율 100% 초과"
특히 중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을 가정한 SSP2-4.5 시나리오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이 110.51%, 가축재해보험은 112.12%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손해율이 100%를 초과한다는 것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뜻으로, 이는 사실상 ‘적자 보험’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IPCC(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의 SSP 시나리오 4종(SSP1-2.6, SSP2-4.5, SSP3-7.0, SSP5-8.5)을 토대로 2021~2040년의 기후 재해 피해를 추정했다. 시나리오별 지역별 강우 패턴과 극한 기후지수를 분석하고, 해당 변화가 보험금 지급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실증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농작물재해보험은 지급보험금이 최대 32.11% 증가, 가축재해보험은 최대 37.84%, 풍수해보험은 28.5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보수적인 SSP1-2.6 시나리오조차도 모든 보험 항목에서 최소 15%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손해율 측면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된다. SSP2-4.5 시나리오 하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의 평균 손해율이 110.51%, 가축재해보험은 112.12%로 나타났으며, SSP3-7.0과 SSP5-8.5 등 다른 고탄소 경로에서도 대부분 100%를 웃돌았다.
기후변화가 자연재해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보여주는 대표 지표는 '5일 최다강수량'이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이 지표가 1mm 증가할 때마다 호우 재해 피해액은 평균 7.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우 피해 2배 늘어나…보험금 청구도 폭증
실제로 2013~2022년 기준 국내 자연재해 피해액 중 61.31%가 호우로 인한 피해였으며, 태풍까지 포함하면 전체 피해의 96%를 차지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9,582억 원의 자연재해 피해가 발생했고, 14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어업·주거시설 등을 보장하는 정책보험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보험금 지급건수는 2017년 9만 2천여 건에서 2022년 39만 6천여 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보고서는 "보험산업은 기후재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업종"이라며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보험회사의 생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대응 방안으로 ▲극한기후 대비 보험상품 다양화 ▲기후데이터 기반 예측역량 강화 ▲보험사 전사적위험관리(ERM)에 기후위험 통합 ▲기후 공시 확대 등을 제안했다. 또한 "기후위험은 민간보험사 단독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정책당국과의 적극적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보험금 폭증은 보험회사뿐 아니라 소비자, 정부, 투자자 모두가 공동으로 감당해야 할 구조적 문제”라며 “이제는 기후위험을 ‘보험 리스크’가 아닌 ‘국가 경제 리스크’로 인식하고 범국가적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