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6%, 공급망 탄소규제 대응 '역부족'…기술 격차 심각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가까이(66%)는 자사의 공급망 탄소규제 대응이 잘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최근 공개한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규제 강화와 기술 격차, 투자 리스크 등 복합적인 어려움에 빠지면서 대응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에 참여한 국내 1000개 기업 가운데 400개사가 응답한 것으로 2025년 2월부터 4월까지 진행됐다.
조사 결과 국내 기업 10곳 중 7곳(69.6%)은 탄소중립 대응이 자사의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파리협정 탈퇴 등 글로벌 기후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결과로 2022년 조사 때의 34.8%에 비하면 긍정적 인식이 2배 증가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탄소규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기업은 10%에 불과했다.
한 자동차 부품생산기업은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공개토록 요청받았지만 측정 시스템, 인력, 자금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휴대폰 부품제조기업은 "해외 사업장은 이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지만,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구입단가가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실은 기업의 실제 탄소중립 전환 투자 속도나 성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하(38%)만 탄소중립 투자를 추진 중이며, 10곳 중 6곳 이상은 투자를 계획 중이거나 계획조차 없었다. 특히 탄소중립에 선도적으로 투자한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 같은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가 크다’(85%)고 응답했다.
미래 연료 부문으로 주목받은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국내 수요 부족에다 원재료인 팜유 가격이 치솟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주요 선진국 대비 탄소중립 핵심기술의 수준 격차는 2.5~6년으로 크게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주요 탄소중립 핵심기술은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70~86%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용 부문은 미국(100%)에 비해 80% 수준, 풍력발전 기술은 EU(100%)보다 24% 뒤처진 정도에 머물렀다. 선진원자력시스템·폐기물 관리기술과 수소 저장·운송 기술은 각각 6년, 5년 이상 기술격차가 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탄소중립 핵심기술 격차로 해외 의존도가 증가할 경우 산업 전환 비용이 커지고, 고부가 녹색산업의 성장과 국제 규범의 주도권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국가적인 미래 성장기반 구축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칭) 탄소중립 산업전환법(GX 추진법)'의 제정, '탈탄소 전환금융 도입', '저탄소 제품·서비스 시장 조성', '무탄소 에너지 공급기반 구축', '자발적 탄소시장(VCM) 활성화' 등 종합적인 정책 지원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