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리더십 선점 나선 중국…한국, 독자적 경쟁력 확보해야
중국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에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기후 리더십 약화와 대비되는 행보로, 중국은 법제 정비·에너지 투자 확대·녹색금융 발행 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최근 미국은 파리협정 재탈퇴(2026년 1월 효력) 및 전기차·석탄 규제 완화 등으로 기후 정책 기조가 크게 흔들렸다. 연준은 2025년 1월 ‘녹색금융 네트워크(NGFS)’에서 탈퇴했으며, JP모건·모건스탠리 등 주요 은행들도 잇달아 UN기후금융 연합(NZBA)에서 이탈했다.
EU 역시 탄소배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2025~2027년 전기차 배출량 기준을 연평균에서 3년 평균으로 완화하며, 제조업계 반발을 수용하는 모습이다.
반면 중국은 2025년 1월부터 ‘에너지법’을 시행하며 재생에너지 개발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4월에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전면적 탄소 감축 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이산화탄소 중심에서 전(全) 온실가스 및 모든 산업부문으로 확대된 전략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3월 양회는 친환경에너지 산업을 주요 동력으로 삼아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신에너지(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투자 규모는 6조8천억 위안(약 1,373조 원)에 달하며, GDP의 10%, 경제성장의 26%를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 GDP 규모의 약 10%에 해당한다.
중국은 2023년부터 녹색국채 발행액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했으며, 2025년 4월 런던거래소에서 위안화로 총 60억 위안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 이는 3년·5년물로 각각 1.88%, 1.93%의 금리로 설정됐다.
특히 '일대일로' 참여국에 대한 2024년 중국의 에너지 투자액은 400억 달러이며, 이 중 118억 달러가 태양광·풍력·수력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다. 또한,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3,600억 위안 규모의 금융지원을 약속하며 30개 친환경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셀 생산의 85%, 양극재 90%, 음극재 97%를 점유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단가도 미국(123달러/kWh)과 유럽(139달러/kWh) 대비 76.3%, 67.6% 수준인 94달러에 불과하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2024년 기준 세계 판매량의 62%를 점유하고 있다.
태양광 분야에서도 제조 공정 대부분에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수요 대비 공급은 2배 이상 과잉 상태다.
그러나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3년 기준 전 세계의 30.1%로 1위다. 전체 배출의 59.1%는 전력 생산과 산업활동에서 나오며, 발전량의 57.2%는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기후 리더십 신뢰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희토류·흑연 등 핵심광물 정제 부문에서 90% 이상을 담당하며 글로벌 시장 지배력은 높지만, 과도한 공급과 저가 수출은 국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가 최근 발간한 '기후 리더십 관련 중국의 위상 변화 가능성, 도전과제 기후 리더십 관련 중국의 위상 변화 가능성, 도전과제 및 전망'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릴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차별화된 기후 리더십을 부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제적인 에너지 관련 정세 급변, AI 수요 확대 등에 대비하여 중국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 개발, 전력망 다변화 등을 통해 에너지 생산·공급·비축 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안보, 기술 주도권, 해외시장 확장 등을 통해 미국과의 기후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중국의 급속한 녹색 산업 주도는 한국에게 기술·공급망 재편에 대한 긴장과 대응을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핵심광물, 배터리,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산업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