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될 기후에너지부 주목...탄소중립·에너지복지 이룰까?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내건 이재명 대통령의 환경·에너지 분야 공약이 국정 운영의 핵심으로 올라설지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을 거치며 탄소중립을 국가의 핵심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탄소중립기본법 개정과 배출권거래제도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주권 강화를 양대 축으로 삼아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국민 체감형 정책 실현을 이뤄내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손질...배출권거래제 개선
이재명 정부의 환경·에너지 공약은 ▲탄소중립기본법의 실질적 이행력 강화 ▲에너지 전환 인프라 확대 ▲지방 분산형 에너지 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먼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이행계획 수립은 물론 국가전략으로서 산업·에너지 구조 전환에 대한 법제화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일단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중간 목표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나선후 탄소 배출권거래제 손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탄소 배출권 가격 하락으로 기업들의 탄소 감축 유인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큰 방향은 기후대응기금 확충을 포함 배출권거래제 유상 할당 비중 확대다.
에너지 전환의 경우 제5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안)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원자력발전의 활용 비중은 점차 줄여갈 것으로 보인다. 원전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 여러 차례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경계했다는 점에서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분산형 vs 중앙집중형… 공존 가능성은?
이에 대해 법무법인 율촌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및 기업 영향분석' 보고서에서 "건설 중인 원전을 중단하거나 노후 원전 조기 폐쇄 그리고 추가로 원전 확대에 나서기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감減원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원전 일부 활용 방안도 논의한다면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나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 산업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온 ‘에너지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지역 간 전력망을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전력수급의 불균형 해소와 송배전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 다만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비용 40조원, 한반도 전역으로 그 대상지역을 확대할 경우 10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200조원 이상의 부채더미에 있는 한전에 정부의 예산 투자는 부담도 크다.
또 지방에서 전기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해결하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를 강조해온 이전 정부의 정책은 이 대통령의 에너지고속도로와 그 개념이 상충된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중앙집중형 전략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이를 동시에 진행한다면 에너지고속도로는 수도권이 아닌 RE100 산업단지를 지방의 에너지 생산 거점과 연결해야 당초 취지에 적합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햇빛·바람 연금...제도 설계가 관건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기간에 분산에너지를 활용, 지역의 전기요금을 싸게 제공하는 한편 세제 혜택과 토지 지원 등으로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언급해왔다. 수도권과 유사한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농촌과 낙후 지역의 ‘햇빛·바람 연금’ 시스템 확대 도입은 이재명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햇빛·바람 연금은 농어촌 지역 주민이나 도시 소외계층이 태양광 패널 및 풍력 터빈 설치에 참여하면, 일정 수익을 주민들에게 분기별 연금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3 대선 유세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동시에 국민이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에 관심을 가졌던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적극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햇빛·바람 연금제 도입은 사회적 약자까지 포용하는 에너지 복지 모델로서, 기존의 재생에너지 정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른 시기에 관련 법·제도 정비, 금융지원, 설치·운영 지원 플랫폼 마련 등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너지 전환 비용을 분산시키고, 지역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복지정책이기 때문에 실용성을 강조한 새 정부의 관점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력시장 기득권과의 갈등 해결 관건
다만 법 개정과 재정 확보, 기존 전력회사 및 이익집단과의 갈등 등 제도적 충돌이 예상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교한 정책설계와 이해당사자 간 조정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햇빛연금은 재생에너지 수익금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형태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부분의 재원은 추가 전기 요금 또는 한전에 대한 정부의 출자로 부담된다"면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인상한 전기요금의 추가분을 주민들이 수취하는 방식이라는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업지분을 취득해 배당을 받거나 매출 일부를 가져가는 사례를 반영하는 등 사업설계가 필요한 대목이다.
과거 정부의 관련 정책이 선언적 목표 설정에 머물렀다면 이번 정부는 제도·재정·시장 기능을 아우르는 ‘구조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분산형 시스템은 기술적 성숙도와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중장기 과제이지만 주민 참여형 햇빛·바람연금 등은 정부의 R&D 투자와 지방정부·민간 간 체계적인 협력체계 구축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예상해볼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와 관련한 전략 수립·실행의 사령탑이 될 기후에너지부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이 부처의 조직 규모, 인력 전문성, 예산 확보 수준은 탄소중립과 산업 전략의 성패를 가를 주요 지표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20대 대선 공약 때와 달리 에너지 환경 분야 공약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일부의 시각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