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유럽, 미국 대상의 수출액 비율이 2018년 20.5%에서 2023년 29.1%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공급망 ESG 관련 규제(탄소중립 관련 규제-ESG공시 기준-공급망 실사 관련 기준)가 꾸준히 강화되는 만큼 적극적인 대비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 '2025년 대기업 공급망 관리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탄소 배출량 관리 활동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 대기업과 중견기업 199개사 가운데 협력사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대응 현황 모니터링 등을 진행하는 곳은 29개사(14.6%)에 그쳤다.

실태분석 보고서 조사 방법
이 조사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기업 199개(대기업 137개, 중견기업 58개, 공기업 4개)을 대상으로 2024년 자율공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바탕으로 했다.
조사방법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 각 세부지표에서 관련 정보가 확인되는 경우 1점, 확인되지 않는 경우 0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매겼다. 결과 분석은 업종별, 기업규모별, 지표별로 점수의 산술평균을 백분율로 계산하여 충족비율을 도출했다.
공급망 관리 15개 세부지표는 협력사 ESG 평가 프로세스 유무 및 평가 방법, 협력사 평가항목, 현장실사 기준 및 내용, 협력사 평가 결과 활용 방법, 진단 후 미흡·개선 사항, 향후 협력사 평가 계획, 협력사 행동규범 (페널티 조항) 유무, 협력사 ESG 교육, ESG경영 컨설팅 지원, 인증 획득 지원, 하드웨어적 지원, 협력사 평가 기준 준수의 엄격 정도, 구매시스템에 ESG 관련사항 포함 여부, 탄소배출량 관리(Scope 1, 2, 3 요구사항), 기타 등이다.
공급망 관리 세부지표 충족비율 상위 업종을 살펴보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담배 제조업, △코크스, 연탄 및 석유정제품 제조업,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 등으로 나타났다. 2023년과 마찬가지로 상위 업종 5개 중 4개는 제조업이었다.
이를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이 45%로 가장 높고, 중견기업(36%)과 공기업(34%)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부지표 충족비율은 각각 2024년 42%, 30%로 2023년 대비 3%, 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금융업은 2023년에 이어 실질적으로(기업 수 1개인 업종 제외했을 때) 최하위를 기록했다. 금융업을 비롯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공급망의 규모가 크지 않고 범위도 지역적으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공급망 관리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정제품 제조업은 업종별 분석에서 세부지표 충족비율 상위권에 진입했다.
2023년과 마찬가지로 2024년 기업규모별 최상위 및 최하위 간 세부지표 충족비율 차이(10%p)는 업종별 최상위 및 최하위 간 세부지표 충족비율 차이(50%p)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았다. 즉, 기업의 규모보다 기업이 속한 업종이 공급망 ESG 관리에 대한 기업 대응 필요성 및 관련 활동과 더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세부지표 충족비율의 전체 평균은 42.6%로 2023년 39.1%에서 3.5%p 증가했다. △‘협력사 평가결과 활용방법’ △‘협력사 행동규범’ △‘협력사 ESG 교육’ △‘협력사 ESG 평가 컨설팅 지원’ △‘구매시스템’의 지표에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구분 | 2023 | 2024 | ||
기업수 | 비중 | 기업수 | 비중 | |
인센티브 적용 | 15 | 10.1% | 63 | 31.7% |
페널티 적용 | 28 | 18.9% | 59 | 29.6% |
인센티브 및 페널티 둘다 적용 | 10 | 6.8% | 38 | 19.1% |
인센티브 또는 페널티 적용 기업 전체 | 33 | 22.3% | 84 | 42.2% |
분석대상기업 전체 | 148 | 199 |
협력사 관리는 페널티보다 인센티브 제공으로
특히 구매시스템의 충족비율은 2023년 52.0%에서 2024년 78.9%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급업체 계약 시 녹색구매, 분쟁광물, 공정거래 등에 관한 사항을 구매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된 기업의 비율이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공급망 관리 14개(기타 제외) 세부 지표를 모두 충족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1개사였고, 총 199개 분석 대상 기업 중 8개 이상의 세부지표를 충족한 기업은 70개, 나머지(0~7점 기업)는 129개였다. 2023년은 8점 이상 기업이 40개사였다.
협력사의 ESG 성과 관련 인센티브 및 페널티 정책을 함께 적용하는 기업의 비율은 2023년에 비해 모두 상승했다(표 참조). 이 가운데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기업의 비율이 10.1%에서 31.7%로 증가해 페널티를 적용하는 기업의 비율(18.9% → 29.6%)보다 크게 늘어났다. 페널티보다 인센티브 제공으로 협력업체의 ESG경영 실천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기업의 방향이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LG전자는 매년 정기평가를 통해 평가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물동증량, 개발 우선권 부여)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등급 우수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협력회사 신기술 선행확보 및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우수 협력회사대상 신제품 진입 기회를 부여한다.
페널티는 거래 제한·중단(삼성전자, LG전자, 한화솔루션 등), 거래 대상 미선정·입찰 제한(현대자동차, 현대건설, LG이노텍 등), 고위험 협력사 불이익(두산, SK바이오팜, 금호석유화학 등) 등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및 협렵회사 행동규범 등에 명시하고 있다.
대기업, 중견기업이 중소 협력회사 지원해야
세부 지표 가운데 협력사 지원 활동(△ESG 교육 지원, △ESG 컨설팅 지원, △하드웨어적 지원, △인증 취득 지원)은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조사했다.
2024년 결과에서 ESG 교육 지원과 ESG 컨설팅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된 기업의 비율은 각각 65.8%, 51.3%로 2023년 41.2%, 31.1%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인증 취득 지원 활동이 확인된 기업 비율은 16.6%로 2023년 14.2%에서 소폭 증가했다. 반면 설비나 장비 구축 등 하드웨어 관련 지원(18.1%)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하드웨어나 인증 관련 지원은 교육이나 컨설팅 지원보다 협력사의 ESG 경영 수준을 더욱 즉각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협력사 ESG 현장 실사에 관한 활동이 확인된 기업의 비율은 29.6%(199개사 중 59개사)로 2023년 결과인 24.3%(148개사 중 36개사)와 비슷했다. 현장실사 영역에는 노동인권, 안전보건, 환경, 윤리 등이 포함된다.
보고서는 "가치사슬(Scope 3) 전반의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전방산업에 있는 대기업이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 후방의 협력회사에 가이드라인과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 협력회사가 기후 리스크 관리 및 탄소배출량 감축과 관련된 교육, 설비 지원 등을 계약 관계에 있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 관련 규제로는 EU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논의가 두드러진다. CBAM은 탄소배출량 감축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국가로 탄소 배출이 이전하는 ‘탄소유출’(carbon leakage) 문제를 해결하고 EU 내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EU가 도입한 일종의 무역관세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부문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청정경쟁법(CCA)도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진 규제로 이르면 2026년 전후로 수입 완제품에도 적용대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공급망 실사 관련 규제는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이 대표적이다. 2024년 7월 발효되었고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의 공급망 내 인권과 환경 부문의 여러 요소를 실사 항목으로 삼고 있고, EU 역내 및 역외 기업규모에 따라 적용 여부와 시점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유럽 시장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공시 규제는 유럽, 미국 등을 중심으로 공급업체를 포함한 기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성 정보 보고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적극성을 띠는 유럽연합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은 국내 기업집단 중 해외 계열사가 EU 지역에 설립된 대기업이거나 EU 내에서 일정 매출액을 초과하는 경우 CSRD 공시 대상에 들어간다.
2024년 3월 기후공시 의무규정이 확정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공시규칙 대상 기업은 미국 내 상장된 기업으로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스코프 3 배출량 공시 의무는 제외됐지만 기후 리스크(물리적, 전환 리스트),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 목표 및 계획 등을 재무보고와 통합, 보고해야 한다.
적용 대상이 되는 한국 기업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포스코, 한국전력, SK텔레콤, KT, LG디스플레이,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8곳이다.
국내에서도 기후 공시 움직임이 분주하다. 2024년 4월 마련된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공개초안은 기후공시를 우선 의무화하고 일반사항에 대한 공시는 기업이 선택하도록 했다.
KSSB 공시기준 최종안 및 시행 로드맵은 아직 미확정이나, 일부 대기업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2024년 기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한국거래소 ESG포털에 자율공시한 기업은 204개사로 2023년 161개사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