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개발금융의 주도권 쟁탈전, 한국의 선택은?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EMDEs)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 위기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연간 7조 5천억 달러(약 1경 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OECD 보고서가 나왔다. OECD는 이를 위해 공공재원만으로는 부족하며, 민간자금 유입이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OECD는 이달 발표한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EMDEs)의 개발, 기후 및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을 위한 민간자금 동원'  정책 보고서를 통해 “현재 민간자금 유입 규모는 필요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EMDEs는 2030년까지 연 5조 5천억 달러, 2035년까지는 연 7조 5천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이는 2022년 기준 연 2조 2천억 달러 수준에서 3배 이상 확대되는 수치다.

“공공재원 한계…데이터 공백과 규제가 투자 걸림돌”

특히 에너지 전환 분야가 연 2.2조 달러로 가장 많은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꼽혔으며, 지속가능 인프라(1.5조 달러), 보건(1.2조 달러), 기후 적응(3400억 달러),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2040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OECD는 민간자금 유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투명성 부족과 데이터 공백'을 꼽았다. 보고서는 "투자성과, 위험, 수익률 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해 민간 투자자들이 EMDEs 시장을 '고위험'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OECD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개발금융을 통해 민간에서 유치된 자금은 700억 달러에 불과했다.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민간 투자 및 위험에 대한 데이터 격차 해소가 절실하다. 프로젝트 수준에 그치는 데이터 공개를 개선하여 위험도에 대한 선입견과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개발금융기관이 민간자금 유치를 중심 목표로 삼는 경우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1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 혼합금융. 공적자금을 민간투자 유치에 활용하는 방식)를 확대하고,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혼합금융은 지속 가능한 개발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 혼합금융 도입을 가속화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자본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금융 중개자가 필요하다. 현재 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주로 개발 부문으로 민간 자본 흐름을 유치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는 역할이다. 기존에 이러한 작업을 수행해 온 전통적인 금융 기관, MDB, DFI는 혼합 금융 거래에서 민간 금융가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를 재정비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자금 관건…블렌디드 파이낸스 확대 절실

또한 보고서는 고소득 국가들의 금융 규제가 EMDEs 투자에 오히려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일부 규제는 신용보증이나 리스크보험 같은 주요 민간유치 수단의 효과를 반영하지 않아, 실제보다 높은 자본요건이 요구된다. 유럽의 경우, 비OECD 국가의 인프라 채권에 불리한 자본처리 규정을 두고 있어 투자 유인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개발금융의 민간자금 유인 부족을 해소하려면 보증, 보험 등 혼합 금융 확대, 개발 금융을 민간 자금 동원 우선순위로 전환, 개발 은행 및 개발 금융 기관(DFIs)과의 파트너십 강화 등 개발 금융에 민간 자금 동원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지역 자본 시장 개발을 포함 적극적 국내 자원 활용, 금융 시스템을 기후 및 생물다양성 목표와 일치시키는 등  정책 및 규제 장벽 극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OECD는 “전 지구적 자산은 486조 달러에 달하지만, EMDEs에 돌아가는 비중은 20% 미만”이라며, “자본 부족이 아니라 자본의 배분과 동원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정책·제도 정비 통해 EMDEs 진출 뒷받침해야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경우 세계 태양광 잠재력의 60%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전체 청정에너지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이다. EMDEs의 기후 전환 투자가 글로벌 경제성장과 빈곤 완화에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향후 18개월여 기간 동안 개최가 예정돼 있는 제4차 유엔 개발재원 국제회의(FfD4),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7) 등이 민간자금 유치 활성화에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후·개발금융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정부와 금융, 투자자들의 집중과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무엇보다 국내 금융기관과 투자자들도 블렌디드 파이낸스, 보증·보험, 현지화된 금융상품 등으로 EMDEs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정책·제도 기반과 국제 공조 체계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