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맹그로브'를 살리는 까닭

편집자 주: 플래닛리터러시는 'Climate Intelligence'를 테마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재생에너지 투자플랫폼(금융치료)'에 이어 지역 사회와 지구 환경을 지키는 맹그로브 숲의 가치를 전합니다. 앞으로 기업의 생물다양성 활동에 대한 리포트를 계속 보도할 예정입니다.
출처: Behind the City by Shyjith Kannur(United Arab Emirates) – a Highly Commended entry from the 2022 Mangrove Photography Awards

7월 26일은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Conservation of the Mangrove Ecosystem)’입니다. 유네스코가 2015년 맹그로브 숲 보전과 복원을 위해 지정한 날입니다. 그런데 '맹그로브'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해안이나 갯벌 등에서 물에 잠긴 채 꽃과 열매를 틔우고 군락을 이룬 작은 숲을 맹그로브라고 하는데요.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 집단을 부르는 용어입니다.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서 자라는 70여 개종 나무를 아우릅니다. 주로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호주, 인도 근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에 분포합니다.

특이한 점은 염분이 있는 바닷물은 원래 식물에 치명적이지만, 맹그로브는 염수에서 양분을 얻습니다. 염분을 여과할 수 있는 잎과 줄기를 가진 덕분에 바다에서도 잘 자라고 산소가 없는 물속에 뿌리를 내립니다. 특히 재밌는 건, 씨앗을 흩뿌리지 않고 출산하듯 묘목을 떨어뜨려 자신을 확장합니다.

맹그로브에 대해 잘 모르면 쉽게 오해할 수 있습니다. 나무들로 얽히고설킨 해안 숲은 보통 '죽고 썩은 숲' '더럽다'는 인상을 주는데요. ‘바다의 숲’으로 불리는 맹그로브는 열대지방 해안선의 60~75%를 차지해 해양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탄소 먹는 숲, 생물 다양성의 파수꾼

지구 환경에도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우선 맹그로브는 ‘탄소 먹는 숲(식물)’입니다. 대기에서 흡수한 탄소를 수십 년부터 수천 년 동안 저장할 수 있어 육지 열대우림보다 탄소 저장량이 4~5배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자원인 거지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우, 폭풍, 해일 등 극단적 기상현상을 완화하는 방파제 역할도 합니다. 쓰나미가 오면 파도 높이를 5~35% 줄인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맹그로브의 복잡한 뿌리 체계는 흙을 고정해 해양 침식을 막고 수중 오염물질을 걸러내 수질을 개선합니다. 뿌리는 산소를 공급하고 물속 영양분을 지키고 산호초부터 각종 어류 등 수많은 수생 생물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합니다.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파수꾼 노릇을 하는 덕분에 1500여 종 동식물이 맹그로브에 의존하고 있다는 연구도 나왔습니다.

맹그로브 나뭇잎도 다양한 곤충들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 내 생물간 생태적 상호작용을 지원합니다. 조류는 물론 원숭이, 나무늘보, 호랑이, 아프리카 들개 등 포유류도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인간이라고 예외는 아니죠. 맹그로브 생태계에 서식하는 어류, 갑각류 등 식량을 제공받아 지역사회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생명과 돌봄의 ‘보육원’이나 다름없는데요.

유네스코는 맹그로브 생태계를 보전하는 기념일을 지정하며 세계적 관심을 촉구했는데요. 해안 개발과 지구 온난화의 파고가 맹그로브를 덮쳤기 때문입니다. 1980년부터 2005년 새 맹그로브는 40% 이상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령 필리핀은 1920년대와 비교하면 4분의 1 이하만 남았고, 미얀마 이라와디 델타는 1970년대 이후 80% 이상이 소멸했습니다.

출처 : UNEP. 'The world’s biggest island country battles coastal erosion' 영상

매년 여의도 면적의 50배 넘는 숲 파괴돼

글로벌 맹그로브 연맹(Global mangrove alliance)이 2021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1만5300헥타르가 파괴됐습니다. 매년 여의도 면적의 50배 넘는 맹그로브 숲이 파괴됐고 연간 1%씩 추가로 사라진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손실의 주요 원인은 새우와 어류 양식장, 건물 등 해안 개발에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인 새우 양식장은 수명이 3~4년에 불과합니다. 새우 배설물, 사료 찌꺼기, 세균 등으로 새우를 키울 수 없게 되고 잡초도 자라지 않는 황무지로 바뀝니다. 새우 양식장은 열대우림에 불을 질러 삼림을 파괴하는 화전 농업과 다르지 않습니다.

유네스코는 해수면 상승과 생물 멸종위기 등에 처한 맹그로브와 관련한 86곳을 ‘세계 생물권 보전 네트워크(World Network of Biosphere Reserves, WNBR)’에 편입해 관리에 나섰습니다. 맹그로브를 “기후변화 진행을 막는 기후 영웅”이자 “극한 기후와 재난에 따른 영향을 제한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복원과 보호는 해안 지역사회와 지역경제 회복력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합니다. 유네스코는 자연 기반 솔루션 개발 등과 함께 맹그로브에 대한 투자는 비용보다 약 4배 더 큰 이익을 창출한다고 봅니다. 이에 전 세계 국가와 환경단체, 기업 등에서도 맹그로브 보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파키스탄 정부와 협약을 맺고 맹그로브에 씨앗 20만 개를 심기로 하였습니다.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 10개국은 맹그로브 숲 복원을 위해 ‘미래의 맹그로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Livelihood by Rajesh Dhar (India) - Highly Commended entry in the 2022 Mangrove Photography Awards 

SK이노베이션 등 맹그로브 지키기 주도

한국 환경재단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이자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방글라데시 순다르반 지역에 에코빌리지를 조성했습니다. 이곳은 벵골만 갠지스강, 브라마푸트라강, 메그나강이 만나 삼각주를 이루는 곳으로 벵골호랑이 등 멸종위기종이 많이 서식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유조선 기름 유출로 맹그로브 숲이 크게 파괴되자 환경재단은 2015년부터 ‘맹그로브 100만 그루 캠페인’을 펼쳤고 현재까지 동남아시아에 약 36만 그루를 심었습니다. 또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인도네시아 팬들이 지민의 생일 기념으로 2020년부터 3년 동안 약 2만 4천 그루에 달하는 맹그로브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부터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에 맹그로브 숲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난해 기준 총 82만 그루, 226헥타르의 맹그로브 숲을 만들었고, 2030년까지 500헥타르 복원이 목표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굿네이버스 등과 함께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에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기업도 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셰어링이 SK이노베이션 후원을 받아 베트남 짜빈성에 설립한 사회적 기업 ‘맹그러브(MangLub)’입니다. 이들은 맹그로브 식재 사업을 진행하면서 맹그로브 확장 기반 구축은 물론 복원 사업 필요성 인식 제고,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수생 생물 환경 개선과 지역민 생계에도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의 맹그로브 숲 지키기 활동 내용. 박선지 그래픽 디자이너. 출처: 에스코토스 컨설팅

이렇게 국내 주요 기관, 기업 등이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까지 맹그로브 숲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나서는 이유가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파괴된 맹그로브는 결국 한반도의 우리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한국도 20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맹그로브 숲을 만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 유지' 실천과 연대가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