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지속가능한 식생활·식량 시스템' 주도
세계자연기금(WWF)은 30일 이마트, 서울대 등과 공동으로 연구, 발표한 ‘K-퓨처푸드(K-Future Foods: 한국의 지속가능한 먹거리)’ 보고서에서 토지-물-기후 등 자연환경의 위기를 지적하며 식량 시스템 전환과 지속가능한 식생활 등을 주문했다.
현재 인류의 식량 시스템 전반에는 공급망의 불확실성 증대, 일부 농산물의 생산지 감소 및 변화, 이상기후 등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생산성 감소, 생물 다양성 손실 등이 중첩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은 생산 과정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를 발생시키며, 농경지의 약 82%가 가축 사육 및 사료 생산에 사용되며, 또한 담수 취수량의 70%가 식량 생산 과정에 이용되고 있다. 여기에 식재료의 약 1/3은 소비되지 못한 채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다.
또 사람들이 섭취하는 식재료가 소수의 주요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식량 시스템의 회복력 저해가 일어난다. 보고서는 "현재 식량 생산과 소비의 75%가 쌀, 밀, 옥수수 등 12가지 주요 작물과 5가지 동물종에 집중돼 있어 영양 불균형 문제를 비롯해 토양 고갈, 병충해 취약성 증가 등으로 인해 생산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간이 먹는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생산 과정에서 토지 전환과 서식지 파괴가 일어나는데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농업 부문의 타격이 크다.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가 식량 생산과 가용성, 식량 공급의 안정성, 식량에 대한 접근성, 식량 이용 등 모든 요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구 기반 식생활 전환 일어나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재료의 생산, 소비,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야생동물 개체수, 농업용 토지 사용 전환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구 기반 식생활(Planet-Based Diets)’ 전환을 제안했다.
오늘날 식량 시스템은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식량 생산에는 막대한 물과 토지가 필요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부상한 식량 시스템 전환(Food System Transformation)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지속가능한 식생활(sustainable diets)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미래 모두의 식량 안보와 건강에 기여하는 환경친화적인 식생활이라는 의미의 ‘지속가능한 식생활’이라는 용어는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 회의 내용을 담아 2012년 '지속가능한 식사와 생물다양성(Sustainable Diets and Biodiversity)' 보고서에서 정의됐다. 소비자가 식재료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조리, 섭취, 폐기하는 것 자체가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기여할 수 있음에 주목한 것이다.
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선택하면 기업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고, 기업은 책임감 있는 생산과 유통을 통해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소비자가 친환경 식재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기업의 책임과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 유통된 식재료를 구매해야 식품 및 유통기업도 더욱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식재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활동이다. 이번 공동 연구 보고서도 현재의 생산, 소비 현황보다는 미래를 위한 소비의 방향을 고려하겠다는 이마트의 전략과 의지를 담은 셈이다.
이마트는 WWF와 공동으로 지난 2022년부터 ‘상품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Product Sustainability Initiative, PS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원재료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며, 상품의 전 과정에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등 상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준과 원칙을 설정했다.
이마트는 PSI를 바탕으로 판매 상품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내외 이해관계자들과 일관되고 명확한 소통을 위한 가이드와 로드맵 수립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보고서에서 "제조 및 생산 과정의 밸류체인 참여를 더욱 쉽게 하고, 고객 역시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이에 앞서 2009년 4월 대한민국 최초 탄소발자국 인증 PL 상품을 출시했다. 탄소발자국 인증은 상품의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상품에 표기하는 제도이다.
현재 소비 현황보다 미래 위한 소비 방향 주목
또 이마트는 2008년 환경부와 탄소성적표시제(現 환경성적인증) 협약을 체결한 이후, 꾸준히 중소협력회사들의 친환경 인증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환경 표지, 저탄소, 유기농, 무농약 등 친환경 상품들의 유통과 소비 확대를 위해 이들로 구성된 전문 매장 ‘자연주의’를 운영하고, ‘탄소중립 포인트’와 같은 고객 혜택 및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이마트는 2022년 업계 최초로 '넷제로(Net-Zero, 탄소중립) 보고서'를 발간하고, ‘2050 넷제로’ 달성을 선언했다. 친환경 상품과 소재들의 유통과 소비를 촉진하고, 상품 탄소발자국 줄이기와 사회적 탄소 저감 활동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 운영 효율 개선, 고효율 설비 투자 및 신재생 에너지 확대, 업무용 차량의 전기차 전환(EV 100) 등 탄소 배출 감축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마트는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 490,603톤으로 기존 예상배출량(BAU) 대비 11%, 직전년도 2022년 배출량 대비 9.4%를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이마트는 함께 하는 넷제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스코프 3(Scope 3) 배출량도 산정해 공개 및 관리하고 있다. 이마트의 스코프 3 배출량은 리테일 업종의 특성상 상품과 관련된 카테고리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WWF는 이번 보고서에서 국내 식재료의 환경적 영향과 소비 현황, 영양적 가치를 고려해 선정한 52개의 지속가능한 식물성 식재료를 선정했다.
'K-퓨처푸드 52' 프로젝트는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이로운 먹거리를 선정해 보다 지속가능한 상품 공급과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다. 52개 식재료는 농업 생물다양성, 영양 밀도, 환경 영향, 한국인의 식문화 수용성, 가격 적정성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 10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선정된 식재료는 △곡류 △콩류 △견과종실류 △버섯류 △줄기잎채소류 △열매채소류 △뿌리채소류 △덩이줄기채소류 △해조류 △과일류에 특별 선정 식재료 2개 등이다. WWF는 이 식재료들이 한국인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식단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 가운데 브로콜리와 늙은호박은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물발자국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환경 부담이 적은 식품으로 꼽혔다. 파래, 톳, 미역과 같은 해조류는 수중 환경 정화에 기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가 뛰어나 기후변화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파래는 생명력과 적응력이 강해 열대지역부터 극지대까지 서식하며 기후변화에 민감한 해양 생태계에서도 자생할 수 있는 식재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