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 중요하다
2023년 제28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에서 확인된 것처럼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성을 2배로 향상시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의 1.5°C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6%에서 2050년 77%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에너지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촉진하여 전력, 운송, 건물 부문에서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크게 늘리면서 도달하는 목표치다.
현재 각국 정부는 점점 더 전기화, 디지털화, 분권화 되는 에너지 인프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동시에 국가간 분쟁과 팬데믹으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 공급 부족, 지정학적 의존성을 여전히 겪고 있다. IRENA는 '에너지 전환의 지정학-에너지 안보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전환의 가속화는 인프라의 현대화 및 확장, 정책 및 시장 적응, 제도적 보완과 인적 역량 등에 달려 있는데 이 모든 영역은 에너지 안보와 밀접하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에너지 전환은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로 단순히 기술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에너지 안보'는 국가나 지역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그런데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안보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에너지 안보 이슈는 지정학적 충돌을 낳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원은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화석 연료와 달리 지역적 접근성이 높고, 에너지 공급망의 다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에너지 독립성은 강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지정학적 갈등의 가능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희소 금속과 같은 재생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자원의 공급망은 새로운 형태의 자원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
다음은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관련 정책이다. 에너지 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존의 에너지 인프라의 현대화와 새로운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는 대규모의 자본 투자가 필요하며,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전력망의 확장과 스마트 그리드의 도입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국가 간의 에너지 연계성 강화와 통합적인 정책 수립도 필요하다.
또 에너지 전환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무역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확산은 새로운 통상 과정과 공급망을 필요로 하며, 이는 기존의 화석 연료 기반 공급망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특정 지역 기반 생산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무역 흐름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즉, 공급망과 무역의 안정성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
"1.5도 시나리오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상 높아져선 안 된다는 목표치다.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서도 이 목표를 재확인한 바 있다.
새로운 형태의 자원 전쟁에 대비해야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는 사이버 보안과 에너지 저장 문제도 쟁점이 된다. 디지털화된 에너지 시스템의 확산은 사이버 보안 위협을 증가시킨다.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첨단 기술의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가 중요해진다. 또한 에너지 저장 기술의 발전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이는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국제 협력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접근권과 새로운 에너지 경로의 확보는 국가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 사회는 협력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지혜를 모아야 할 책임이 있다. 다시 말해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닌, 광범위한 지정학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수반하는 복합적인 과정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새로운 갈등을 예방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협력과 통합적인 정책이 요청된다. 재생에너지의 위상과 비중이 커질수록 국제 에너지 무역의 양상도 변화하는데 화석 연료의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에너지 무역은 점점 더 지역화될 것이다. 특히 전력과 같은 즉각적인 에너지원은 상호 의존성을 증가시키며, 국가 간 전력망 연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의 지정학적 측면과 에너지 안보에 대한 논의는 현대 글로벌 정치와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상을 갖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에너지 안보는 화석 연료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련이 깊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중심의 시스템에서는 에너지 안보의 개념이 변화한다. 연료 공급의 안정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접근성, 인프라의 유연성, 그리고 공급망의 회복력 등 다양한 차원을 아우른다. 특히 기술, 특히 전력화와 디지털화, 그리고 지역 간 상호 연결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재생에너지 시스템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대화된 인프라와 접근 가능한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인프라, 예를 들어 수소 파이프라인과 같은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기술 접근성은 에너지 안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술 이전과 금융 접근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한편 디지털화된 에너지 시스템의 경우 사이버 공격의 위협에 더욱 취약해진다. 따라서 사이버 보안은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하며, 기후 변화의 물리적 영향도 에너지 안보의 중요한 고려 사항이어야 한다. 최근처럼 극단적인 날씨 조건에 대한 대비와 인프라의 회복력 강화는 큰 이슈가 된다.
극단적인 날씨 대비, 인프라 회복력 중요
이렇게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를 넘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요소를 모두 아우르는 복잡한 과정이다. 정책 결정자들은 기존의 화석 연료 시대의 사고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다차원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지속 가능성, 공정성, 인류의 안전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각국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때 각국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 안보 위험을 만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전통적인 에너지 안보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화석 연료보다 우수한데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등과 같은 풍부하고 저렴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원들은 지정학적 목적으로 쉽게 중단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각국의 자급자족을 촉진하며, 에너지 의존성은 점점 더 지역적으로 변할 것이다. 이는 글로벌 청정 기술 공급망을 통해 상호 연결되면서도 보다 자립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잔존하는 화석 연료 및 원자력 연료 의존성, 그리고 새로운 전력, 수소, 중요한 자원 및 청정 기술 무역에 대한 의존성이 부각될 것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기존의 화석 연료 의존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반제품에 대한 의존성을 지지한다. 이들 기술은 더 넓은 범위에서의 국제 무역에 의존하며, 이러한 의존성은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중단이나 자연재해, 정치적 불안정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각국은 기술 혁신과 공급망의 다각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수소에 대한 관심 환기도 요구된다. 수소는 미래의 에너지 운반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는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화석 연료와 달리,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될 수 있어 정치적 조작의 민감도가 낮다. 반면중요한 리튬, 니켈, 희토류, 요소 등 중요한 자원에 대한 의존성은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들 자원의 공급망 중단은 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
에너지 안보와 인간 안보는 상호 의존적이다
각국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위험을 재평가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해 정책적, 기술적, 경제적 노력을 기울이는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원의 비중이 커지면서,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이 에너지 안보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국경 간 전력 교환과 같은 유연성 강화 조치는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기후 변화에 따른 '인간 안전(human security)'이다. 기후 변화는 인간 안전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 해수면 상승, 가뭄, 홍수 등은 식량과 물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저해하며, 이러한 자원의 부족은 사회적 불안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 생산량 감소는 식량 가격을 상승시키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때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없다면, 에너지 빈곤이 심화되어 사회적 갈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접근성은 인간 안전의 버팀목이다. 에너지 빈곤은 가난한 가정이 기본적인 에너지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며, 이는 생활 수준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난방, 조리, 교육, 의료 서비스 등 필수적인 생활 영역에서 에너지가 부족하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이러한 에너지 접근성의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빈곤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모든 시민이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도입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안보와 인간 안전은 상호 의존적인 만큼 이 두 가지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정책은 기후 변화 대응, 에너지 접근성 개선, 그리고 자원 경쟁 완화와 같은 인간 안전과 관련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에너지원의 공급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에너지가 인간의 안전과 복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고,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을 완화하며, 자원 분쟁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 이 보고서의 정책적 조언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특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국제 외교의 첨예한 격전장인 동시에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이슈가 항상 존재하는 곳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공급망의 복잡성과 기술 접근성의 중요성이라는 측면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만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한국, 전력 시스템 유연성 확보에 나서야
재생에너지 프로세스는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급망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후 변화로 인해 쉽게 교란될 수 있다. 한국은 핵심 기술과 자원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과 자원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또 재생에너지는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이 근간이다. 한국은 현재 속도보다 더 빠르게 스마트 그리드와 에너지 저장 기술을 확대하여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국경 간 전력 교환에 대해서도 활성화 방책을 도모해야 하고, 다양한 에너지원을 결합하여 전력망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또 한국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국민이 안정적인 에너지 서비스를 이용을 담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 정책과 민간 투자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취약 계층을 위한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 강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라 카메라 IRENA 사무총장은 자신의 링크드인 계정에서 이 보고서와 관련 "에너지 안보 옵션은 더욱 다양해지고, 에너지 시스템은 다양한 기술과 참여자로 인해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며 "기업의 경영자, 정부의 의사결정권자를 비롯 이해관계자들은 화석 연료 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을 고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