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자본 투자에 지속가능한 미래 달렸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자연 자본에 대한 투자 필요성과 이를 촉진하기 위한 혁신적 접근법(Investing in Natural Capital: Innovations Supporting Much-Needed Financing for Nature)'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연 자본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혁신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자연 자본이란 토양, 물, 공기, 생물 등 인간에게 필수적인 생태계 서비스의 원천인 천연 자원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자연 자본의 가치를 경제 활동에 반영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자원을 무분별하게 소모한 결과, 전 세계 GDP의 절반이 자연 자본에 의존하는 현재 상황에서 점차 자연자본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WEF는 자연 자본은 인간의 삶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면서 현재 자연 자본은 제대로 된 시장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고, 이를 복원하고 보호하는 데 필요한 자금의 약 7,110억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생태계 보호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인 경제 안정성과 생태계 복원의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출처: 보고서 표지 캡처.

생태계 보호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각 이해 관계자들의 '자연 투자 밸류체인 전반의 혁신'이 관건이다.

먼저 기업은 자연 자본을 유지하고 복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속 가능한 농업이나 생물다양성 복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 기업’을 설립하거나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접근 방식이다.

또 탄소 및 생물다양성 크레딧, 자연 자산 회사(NACs)와 같은 금융 상품을 활용해 투자를 다각화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보고서는 자연 자본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새로운 기술과 금융 기법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의 공급망과 운영 전반에 걸친 생태 영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구축 등 혁신 기술 적용 같은 것이다. 지속 가능한 자원 활용을 촉진하고, 기업 ESG 성과를 개선하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인프라가 된다.

해양 생태계 보호 전문기업 ARC 마린(ARC Marine)은 해양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해양 생물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탄소 및 생물다양성 크레딧을 발행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기업은 자연 자본의 경제적 가치를 포함한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보고 체계도 필수적이다. 기업은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 자연 자본과 관련된 정보 및 성과를 포함하고, 독립적인 성과 검증으로 투명성을 높이는 데 나서야 할 것이다.

자연 자본 보호를 위한 정책 지원 및 규제 강화 등 정부의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먼저 정부는 자연 자본의 시장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해 기업과 투자자들이 생태계 보호와 복원 활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탄소세 도입, 생물다양성 크레딧 시장 개발, 환경 부담금 확대와 같은 방안들이다.

또 생태 모니터링, 데이터 분석, 원격 감시 기술 등으로 보다 효과적인 자연 자본 관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 및 개발(R&D)에 재정적 지원과 정책적 인센티브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자연 자본 금융 환경 구축 및 촉진을 위해 생태 자산 회사를 위한 공공 상장 지원, 생태계 관련 금융 상품의 가격 기준 마련, 투명한 보고 및 인증 체계 구축 등으로 기업과 투자자가 안정적으로 자연 자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보고서 캡처.

국제적 협력 및 민관 파트너십을 통해 자연 자본 보호와 복원 프로젝트 추진도 필요하다.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다른 국가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여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생태계 복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보고서는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자연 자본 스트타업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기후 및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생태계 보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업링크(UpLink)' 플랫폼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 플랫폼은 지역 공동체와 협력하여 자연 보호 및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이루는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지역사회가 직접 자원을 관리하고 생태계 복원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 자본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보존하려면 정책적 지원과 민간 부문의 투자 유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게 관건이다.  

국내 기업은 친환경 농업, 에코투어리즘, 생태 복원 프로젝트 등 자연 자본을 활용하거나 보호하는 사업에 힘을 실을 때이다. 탄소 크레딧, 생물다양성 크레딧, 자연 자산 회사(NACs) 등의 금융 상품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구체적으로 도달하는 발빠른 대응이 요청된다.

한국 정부도 탄소세나 생물다양성 크레딧, 환경 보호 비용을 포함한 정책으로 기업들이 환경 보호를 비용 효율적인 선택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자연 자본 관련 금융상품의 표준화를 지원하고, 생태계 서비스나 탄소 크레딧과 같은 자산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Innovations across the nature investment value chain. 이미지 출처: WEF.
보고서는 자연 자본에 대한 투자와 보호를 위한 밸류체인을 여섯 단계로 설명했다. 각 단계에서 필요한 기술적 혁신과 금융 수단은 다음과 같다.

1. 생태 증거 수집 (Ecological Evidence Collection)

자연 자본의 상태와 변화 양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생태계의 건강을 파악하기 위해 드론, 위성 이미지, 사물인터넷(IoT) 센서, 환경 DNA(eDNA) 샘플링, 인공지능(AI) 분석 등 첨단 기술이 사용된다. 이러한 기술은 생태계 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투자 결정의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2. 시장 형성 및 개발 (Market Creation and Development)

자연 자본에 대한 투자가 경제적으로도 매력적인 시장이 되도록 개발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탄소 및 생물다양성 크레딧, 자연 자산 회사(Nature Asset Companies, NAC) 등의 새로운 금융 상품을 통해 자연 자본의 가치를 평가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

3. 자본 할당 (Capital Allocation)

자연 자본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자산 포트폴리오에 자연 자본을 포함하는 단계다. 이를 위해 투자자들이 재정적 수익과 생태적 이익을 고려하여 투자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생태 보전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지속 가능한 농업,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다.

4. 자본 이동 (Capital Transfer)

투자된 자본이 투자자에서 수혜자, 즉 프로젝트 개발자나 커뮤니티로 전달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투명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과 스마트 계약이 활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금 이동 과정을 자동화하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5. 자연 자본 개선 (Nature Uplift)

자연 자본을 복원하고 보호하는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지역사회나 기업이 생태계를 복원하거나 보호하는 활동에 직접 참여하며,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자연 친화적인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해양 복원 프로젝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6. 모니터링, 보고 및 검증 (Monitoring, Reporting, and Verification, MRV)

자연 자본 프로젝트가 목표한 환경적 성과를 달성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며, 성과를 검증하는 단계다. 실시간 생태계 모니터링 기술과 보고 체계를 활용하여 생태계 변화와 프로젝트 성과를 검증한다.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프로젝트가 진정한 생태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음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