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그린워싱 예방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필요

기후위기, 기후변화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도 변화를 주문한다. '친환경 제품', 친환경 캠페인 등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더욱 확산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이 실제로 경영 전반에 적용되고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친환경 경영을 한다고 알리면서도 실제 생산, 유통, 마케팅에 환경적 요소가 없거나 아주 미흡하게 대응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 때문이다.

마치 친환경 경영을 하는 것처럼 이미지를 내세우는 마케팅 관행인 그린워싱은 '환경을 상징하는 그린(Green) + 씻는다는 뜻(White Washing)'의 합성어다. 기업이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 과장하여 홍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 보호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소비자를 오도하는 상황이다. 기업이 어떤 의도를 갖느냐를 떠나 이해관계자들이 잘못 해석할 수 있도록 것까지 고려한 것이다.

현재 그린워싱의 가장 많은 유형은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은 감추는 것이다. 그린워싱에는 ① 전체적인 환경 여파를 숨기는 상충 효과 감추기 ② 증거가 불충분한 환경 주장 ③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하는 애매모호한 주장 ④ 무관한 내용을 연결하는 관련성 없는 주장 ⑤ 환경에 해로운 상품에 친환경적 요소를 적용하는 유해상품 정당화 ⑥ 인증되지 않은 마크를 도용하는 거짓말 ⑦ 공인 마크로 위장하는 부적절한 인증라벨 등이 있다.

예를 들면 환경부 인증 마크와 기업이 자체적으로 만든 마크가 비슷하게 제작되었을 때이다. 기업 자가마크는 기업이 제품 홍보 목적으로 자체 기준에 따라 사용은 가능하지만 소비자는 마치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증한 것으로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UN 기후행동 웹사이트 캡처

현재 국가, 권역별로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규제 장치들이 도입되고 있다. 유럽지역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 Directive)'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제품 마케팅 및 홍보를 진행할 때 친환경 문구를 사용하기 전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친환경성을 입증하고 독립적인 기관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를 위반하는 기업은 연간 매출액의 4%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현재 EU 역외 기업도 같은 규제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 '그린 가이드(Green Guide)'가 있다. 제품·포장의·재활용 가능성에 대한 광고를 위해 거짓되거나 기만적, 오해 소지가 있는 환경 마케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반하는 기업에는 상당한 벌금을 부과한다. 월마트는 합성 레이온으로 만든 제품을 친환경 대나무로 제작했다는 허위 정보를 게시해 300만 달러(한화 41억원)의 벌금을 물었다.

한국은 관련 조항이 표시광고법(공정거래위원회), 환경기술산업법(환경부) 등에 있다. 표시광고법은 제품 표시에 대한 허위·광고·규제를, 환경기술법은 제품의 제조·소비 ·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친환경성 정보를 소비자에게 잘못 전달하거나, 소비자의 오인을 불러 일으킬 만 한 행위에 규제한다. 두 법률 모두 위반하는 기업에는 징역형 및 과태료 등 제재 조항을 두고 있다.

한국은 제재 수위가 높은 EU, 미국과 비해 강도가 약하고, 그린워싱으로 징역·과태료 처분을 받은 기업이 없다. 2019~2023년까지 그린워싱으로 적발된 사례 총 9,932건 중 99.6%가 행정지도 처분에 그쳤다. 기업의 그린워싱을 실제적으로 막아내기는 어려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 정부의 그린워싱 주의보에 따라 올해 그린워싱 사례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저위험 사례는 20% 줄어들었을 뿐 고위험 사례는 지난해 대비 32% 증가하는 등 위험도별로 증감수준은 다르게 나타났다.

기업들은 더 이상 환경 영향과 내구성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사용하여 상품을 마케팅할 수 없다. 이미지 출처: 유럽의회

지역별로는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줄어들었지만 북미는 증가했다. 또 2023년 그린워싱 기업(2,505개) 중 약 28%인 기업(696개)이 올해도 그린워싱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등 한번 위반한 기업이 또 그린워싱에 손대는 경우가 1/3에 달했다.

RepRisk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 그린워싱 사례가 10% 감소했지만 올해는 6%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영국,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중국에서 그린워싱이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적이다. 또 저위험과 중위험은 각각 34%, 15% 이상 감소했지만 고위험 그린워싱은 114%나 증가했다. 특히 미국 기업의 그린워싱 재범율은 42%에 달해 세계 평균 28%보다 크게 높았다.

EU의 그린워싱은 회원국별로 증감 규모와 내용이 다소 달랐다. 전체적으로는 2021년부터 이어지던 빈도 증가 추세가 한풀 꺾여 올해 20% 이상 감소했다. EU 기업의 그린워싱 재범율은 39%로 세계 평균보다 10% 정도 높았다. 또 중·저 위험 그린워싱은 감소했지만 고위험은 30% 가량 증가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네덜란드(48%), 이탈리아(39%), 스페인(28%), 독일(15%) 등에서 그린워싱 사례가 줄어들었다. 올림픽을 치른 프랑스는 11%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은 작년 대비 4% 감소했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고위험 그린워싱은 21% 이상 증가했고 저위험은 30% 감소했다. 영국 기업의 그린워싱 재범율은 21%였다.

산업별로는 석유·가스 부문이 최근 4년간 그린워싱 발생 빈도가 가장 많은 분야로 나타났다. 올해는 석유·가스 기업의 그린워싱이 6% 정도 감소했으나 여전히 그린워싱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서 식품·음료, 은행·금융 서비스 등에서 그린워싱이 많이 있었다.

최근 ‘TotalEnergies’ 홍보 문구 판결, ‘Wintershell Dea’의 지속가능보고서 문제, 미국의 석유-가스산업의 그린워싱 고발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미국 석유기업·협회의 그린워싱 소송 기각 시도 패소로 관련 업계는 철퇴를 맞았다. 이에 앞서 8월 TotalEnergies는 그린워싱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자료 출처: RepRisk 보고서. 에스코토스컨설팅 재가공.

그린워싱이 두번째로 빈번한 식품-음료부문 기업들도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최근 네슬레, 코카콜라는 자사 페트병의 재활용 문구로 인해 소송에 휘말렸다. 가령 플라스틱 병의 ‘100% 재활용’, ‘100% 재활용 가능(Recyclable)’ 등의 문구는 소비자가 일회용품을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가별 재활용 시스템의 간극으로 100% 재활용은 사실상 어려워 페트병이 완벽하게 재활용되는지 확신할 수 없다.

산업 특성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에도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등 그린워싱 위반에 취약한 구조를 갖는 은행·금융 부문은 최근 6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27%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기후’, ‘생물다양성’ 그린워싱은 2023년 대비 각각 20%, 42% 감소했다.

눈에 띄는 규제 사례로는 ‘DWS, 합의금 지불’, ‘호주 Vanguard, 벌금 부과’ 등이 꼽힌다. DWS는 투자자에게 자사를 ESG 리딩 기업으로 홍보했으나 실제 ESG 정책은 대부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난해 9월 합의금 1,900만 달러를 지불하는 수모를 당했다. 'Vanguard Investment Australia'는 자사가 운용하는 ESG 펀드가 SMS 화석연료, 알코올, 담배 등의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석유 및 가스탐사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하면서 올해 9월 벌금 1,290만 달러(AUS) 처분을 받았다.

기업 내부의 그린워싱 문제점 인식, 내부 관리 강화 등으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그린워싱 기업의 수는 줄어들었다. 작년 대비 1/5 정도 줄어든 EU는 환경 홍보 문구의 입증 요구 등 12개월 동안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2021년 3월 ESG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그린워싱 단체에게 ESG 준수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 바 있지만 그린워싱 규제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2022년 그린워싱은 2021년 대비 35% 상승하며 정점을 찍은 뒤 감소 추이를 띠기도 했지만 다시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ESG 정치화’ 탓으로 보고 있다. ESG 기준을 반대하는 투자자, 정당의 이해 문제로 기업이 친환경 인증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한국에너지공단 네이버 블로그 캡쳐

한국의 경우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의 그린워싱 인식, 대응 수준은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올히 9월 발표된 대한상의 '국내 기업의 그린워싱 인식조사'에 따르면 ‘그린워싱 잘 모른다’(45%), ‘그린워싱 전담 인력이 없다’(61%) 등으로 절반 안팎의 기업에서 대응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국내 그린워싱 건수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21년 272건에서 지난해는 4,558건으로 15.7배나 폭증했다. 이는 작년 대비(4,940건) 8.4% 상승한 수치다.

대표적인 국내 그린워싱 사례는 ①’포스코’ 그리닛(Greenate) ②’이니스프리’ 종이병 ③’롯데칠성’ 자연이미지 남용 ④’현대자동차’ 수소차(NEXO) 광고 ⑤’포스코파워’ 삼척 화력발전소 등이 있다.

포스코 그리닛은 탄소 저감 효과가 미미함에도 기후대응과 환경보호에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포장했다. 이니스프리 종이병은 플라스틱 병 겉면을 종이로 감싸고 종이병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해, 소비자는 종이로 만든 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롯데칠성은 멸종위기종 동물을 알리기 위해 일러스트 디자인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했는데 정작 플라스틱 해양쓰레기에 의해 해양생물이 피해를 받는다는 정보는 누락했다. '자연이미지'를 남용한 경우다.

현대차 '넥소' 광고에 ‘아름답고 깨끗한 자동차, 공기를 정화하는 자동차’ 문구를 기재했는데 이는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자동차 제조, 운행 과정 중 불순물이 공기 중에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그린워싱 사례. 출처: 에스코토스 컨설팅 '그린워싱 보고서'

포스코 에너지는 2021년 ESG 경영 성과와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을 담은 기업시민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 보고서에서 삼척 화력발전소를 ‘친환경 발전소’라고 소개했다.

그린피스 기준 기업 SNS상의 그린워싱 유형으로는 ‘자연이미지 남용’(51.8%), ‘책임 전가’(40.0%), ‘녹색 혁신 과장’(18.2%)이 있다.

그린워싱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먼저 공개된 기업 스스로 관련 정보에 대한 반드시 재검토 해야 한다. 일단 ESG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자료의 언어와 표현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이해관계자 수용과 참여' 차원에서 기업 내부의 ESG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첫째,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정하고 둘째,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형식으로 메시지 톤앤매너가 구성되어 있고 타깃 오디언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보 나열식으로만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마다 발생하는 ESG보고서는 누가 읽어야 하는지, 그것이 실제 타깃 오디언스에게 전달이 되는지,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UN은 기업의 '그린워싱'을 '환경보호를 내세우는 이면의 기만적인 전술'로 규정한다. 그린워싱은 기업 또는 기관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대중을 오도해,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등 기후 위기에 대한 거짓된 해결책을 내놓는다. 기후 변화 대처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UN이 정리한 기업의 그린워싱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실제로 신뢰할 만한 계획이 없는데도 기업의 오염 배출량을 순 제로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 기업 경영이나 사용되는 재료에 대해 의도적으로 모호하거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

- '녹색'이나 '친환경'과 같이 표준 정의가 없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라벨을 의도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 사소한 개선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암시하거나 최소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제품을 마치 표준보다 상당히 우수한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

- 다른 영향을 무시한 채 단 하나의 환경적 속성만 강조하는 경우

- 제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에 대해 불법적이거나 비표준적인 관행을 피한다고 주장하는 경우

- 브랜드 활동과 별개로 제품의 지속가능성 속성을 전달하는 경우(또는 그 반대) (예) 대기와 인근 수로를 오염시키는 다배출 공장에서 생산된 재활용 소재로 만든 의류
편집주 주: 이 글은 RepRisk 2024 그린워싱 보고서(RepRisk 2024 Greenwashing Report)를 정리하고 국내 현황을 짚은 에스코토스컨설팅의 '그린워싱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