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시대...기업 환경 리스크 어떻게 넘나

최근 몇 년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공식화하는 기업이 급증했다.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정부와 투자자, 고객 등이 기업에 더 높은 수준의 ESG 경영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린컨슈머 같은 소비자의 행동 변화, 공급망 관리에 대한 책임 확대, 강화되는 규제 등 기업의 외부환경 변화도 ESG 경영을 자극하는 요소다. ESG를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세 가지 하위 요소로 나눠 살펴보면, 먼저 환경(E)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관련 이슈다.

전 세계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생존을 위해 앞으로 기업은 과감한 탄소배출 절감, 한발 더 나아가 탄소 제로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오염 완화를 위한 자원 및 폐기물 관리, 더 적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는 에너지 효율화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S) 측면에서는 기업이 인권 보장과 데이터 보호, 다양성의 고려, 공급망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관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이러한 환경과 사회 가치를 기업이 실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이사회 구성과 감사위원회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뇌물이나 부패를 방지하고, 로비 및 정치 기부금 활동에서 기업윤리를 준수함으로써 높은 지배구조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핵심 리스크 및 리스크 간 연계(출처: 대내외 주요 리스크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한경협)). 5대 리스크 대분류(경제, 환경, 정치, 사회, 기술) 총 25개 세부 리스크로 분류했다. 설문 대상은 해외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거나 수출입을 영위하는 국내 소재 중견기업, 대기업의 팀장급 및 임원급 155명이다.

에너지 위기 이후 反탄소중립 의제 확산

통상적으로 ESG 전략 수립과 정보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를 창출하고 증대하는 활동을 ESG 경영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중 ESG 전략 수립은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ESG 관점에서 설정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과 과제, 실행 체계 등을 구축해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ESG 정보 공시는 기업이 ESG 성과와 관련 정보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자본시장에 공시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 투자결정에서 ESG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크게 늘고 있다. 그간 상당한 진전을 이룬 ESG투자에 대한 관심과 자본 할당이 수년간 증가해온 가운데, 특히 지난 2년간은 이를 다시 돌아보는 반성과 성찰의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비난의 물결 뒤에는 몇 가지 동인들이 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과 인플레이션, 세계 각지에서 부상하는 포퓰리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상황이 변해 투자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녹색 투자, 사회적 책임 투자(SRI) 및 지속 가능한 포트폴리오 같은 ESG 관련 용어가 너무 많아지고 이러한 다양한 투자 상품에 ESG 라벨이 붙어 투자해야 하는 것과 투자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해 혼란을 야기한다. 미국에서는 기후 리스크 보고 의무화와 화석 연료 자산의 투자회수에 대한 열띤 이념 논쟁이 ESG 비판에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21년 에너지 위기 이후 더 높아진 에너지 가격 수준은 유럽 제조업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식료품 등 생활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져 일반 시민의 일상에도 큰 위기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탄소 중립 반대 정당의 득세와 대중의 지지는 높아졌다. 5월 공개된 경제단체 연구보고서(에너지 위기 이후 EU, 미국 탄소중립 전망 관련 경제단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에도 바이든 연임, 트럼프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ESG는 수익성이 떨어진 재생에너지 중심의 투자보다는 화석연료를 포함한 인프라 분야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 또한 안보 이슈로 방산에 대한 투자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후리스크가 기업을 포함한 실물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영향 파급 경로(출처: 금융회사를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 안내서(2024년 2월). 

기후변화,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 재정립 필요

대내외적인 ‘복합위기’(polycrisis) 상황이 상수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리스크 요인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FKI)가 지난 4월29일 발표한 <대내외 주요 리스크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3대 리스크는 ‘경기 침체의 장기화 및 성장 잠재력의 둔화’(경제 리스크 - 성장),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사회 리스크 - 인구), 그리고 ‘폭염, 폭설, 폭우 등 극한기후로 인한 피해’(환경 리스크 - 기후)가 가장 주된 리스크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복합위기란 서로 다른 영역 또는 지역에서의 위험 요인들이 동시다발적 발생하고, 일부는 서로 연쇄 작용을 일으켜 예상보다 더 큰 위험으로 파급되는 현상이다. (출처: 에너지 위기 이후 EU, 미국 탄소중립 전망 관련 경제단체 연구보고서)

3대 리스크는 각각 ‘주력 산업 분야에서의 노동력 부족’(경제),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정치),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분열 및 갈등’(사회), ‘필수 식량자원의 고갈’(환경) 등 다양한 他리스크 요인들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어 리스크 간 연쇄적 파급효과가 있음도 시사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수요와 공급 측면의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소비, 투자 부문 등 수요 측면에서는 자산 가치 감소 및 가격상승 등의 수요 충격이 발생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기온 상승, 폭염 등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의 공급 충격이 발생한다.(기후리스크가 기업을 포함한 실물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영향 파급 경로 그림 참조)

녹색금융협의체(NGFS, 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에 따르면 이행리스크(Transition Risk,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뜻하고, 정책 및 법률, 기술, 시장, 평판 리스크 등으로 구분)가 기업의 비즈니스와 가계의 소득에 영향을 미쳐 재정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좌초자산이 발생하는 경우 대출 기관과 투자자에게 재정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좌초 자산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수요 및 비용 구조의 변화로 더 넓은 경제 범위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거시경제에 대한 기후 리스크의 영향은 미시경제에도 이어져 기업 및 가계에 자산 손실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실물경제로의 파급 경로를 거쳐 결과적으로 금융시스템에 기후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이 전이된다.

결국 ‘기후 변화, 탄소중립과 ESG’는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글로벌 과제는 의심의 여지는 없지만 해외 주요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反탄소중립, 反ESG 동향에 대해서 면밀히 인지해야 한다. 특히 기업은 균형감 있게 정보를 모니터링하여 정책 뒤집기(Policy Reversal) 리스크까지도 고려하여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고려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기후변화,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방안의 일부는 '탄소중립과 사회전환: 탄소중립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 연구'(2023.11 UNIST 지음, 리스크 인텔리전스 출간)의 일부를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