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력산업, ‘기술+인프라+데이터’ 관건
미래 전력산업, ‘기술+인프라+데이터’ 관건
삼정KPMG '전력 인프라로 완성될 전기의 시대' 보고서는 전력시장 전환을 주도하는 전략적 방법으로 "단기적으로는 미국 등 대형 시장 중심의 수출 기회를 선점하고, 기술 기반의 해외 시장 개척과 지역 다변화, 표준 선점과 고도 기술 확보를 통한 시장 주도"를 주문했다. 이 가운데 "HVDC, 스마트그리드, 디지털 변전소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의 기술개발과 국제 표준 확보가 향후 10~20년 산업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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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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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화,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확산은 모두 ‘전기 중심’의 생태계를 요구하며, 이로 인해 전력 수요는 사상 유례없는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전력 수요가 2027년까지 연평균 4%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발전, 송·변전, 배전과 소비에 이르는 전력 산업 밸류체인 단계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리스크와 기술·인프라 수요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중심의 발전량 확대는 전력계통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신뢰도·적정성·안전성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신재생 중심 발전...망 부족, 노후화 등 ‘리스크’

IEA는 2027년까지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연평균 10.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VRE)는 전압 불안정과 낮은 계통 관성으로 기존 전력계통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 발전원이 가졌던 주파수 유지력과 예비력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계통의 약화’ 가능성이 대두된다. 특히 VRE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전력망의 신뢰도(Reliability), 적정성(Adequacy), 안전성(Security)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전력 인프라로 완성될 전기의 시대'는 송배전 단계의 전력망 부족과 노후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IEA에 따르면 청정에너지 발전 투자는 지난 8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송배전망 투자는 거의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특히 전력계통 연계 지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1,800GW, 풍력 1,080GW 규모의 프로젝트가 '대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전력망 연계 병목현상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올해 6월부터 가동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신청주변전소. 한전은 전력망(송변전 설비) 확충을 위해 2038년까지 총 72조8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는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것으로, 특히 송전선로 용량을 70% 이상 늘리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한전

변전·배전도 ‘리드타임’ 위기… 공급난과 가격 폭등

‘그리드가 곧 성장의 병목’이라는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다. 발전 설비 투자 증가와는 달리 송배전망에 대한 투자는 지난 8년간 정체 상태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태양광 1,800GW, 풍력 1,080GW 규모의 발전 프로젝트가 계통 연계 대기 중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송배전 인프라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미국 에너지부는 미국 내 송전선의 70%가 25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하며, 유럽도 전력망의 40%가 40년 이상 노후된 상태라고 밝혔다. 교체 시기를 고려하면 선진국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전력망 리노베이션이 큰 숙제다.

전력 수송 과정에서 전압을 조정하는 변전단계에서는 대형 변압기의 리드타임(주문부터 납기까지 시간) 지연이 심화되고 있다. 대형 변압기 및 배전용 변압기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망 병목과 원자재 가격 상승, 제조시설 한정 등으로 공급불균형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배전단계에서도 배전 변압기 공급 부족으로 단납기 계약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까지 치솟았고, 가격 또한 고공행진 중이다. 이는 신도시 개발, 산업단지 전력공급 등 인프라 수요 증가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로슈머'와 분산형 전력시장 부상...패러다임 대전환

보고서는 "전력자립 지역과 비자립 지역 간의 수급 불균형은 송배전망의 ‘양방향 유연성(Flexibility)’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HVDC(초고압직류송전), FACTS(유연교류송전시스템), 국가 간 전력계통 연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소비 단계에서는 ‘단방향 공급’이라는 기존의 전력 흐름이 깨지고 있다. 주택, 산업시설, 상업시설이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에너지 프로슈머’(Prosumer)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력산업 구조의 향방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

태양광 패널,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EV) 및 양방향 충전기술(V2G) 등은 기존 전력시장의 구조를 수직형에서 수평형으로 바꾸고 있다. 이는 전력망 운영자(DSO), 전력 유통자(Retailer), 소비자의 역할 재정립을 촉진하고 있으며, 시장은 분산형·참여형 구조로 재편되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전기를 얼마나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산업 구조 재편의 핵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그리드 로드맵 5대 추진 분야. 기존 전력망이 물리적 설비 중심의 ‘패시브 시스템’이었다면, 스마트그리드는 수요예측, 이상감지, 유연한 전력 분산이 가능한 ‘액티브 네트워크’다. 이미지 출처: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단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스마트그리드 주목

보고서는 전력시장 전환을 주도하는 전략적 방법으로 "단기적으로는 미국 등 대형 시장 중심의 수출 기회를 선점하고, 기술 기반의 해외 시장 개척과 지역 다변화(중장기 전략), 표준 선점과 고도 기술 확보를 통한 시장 주도(미래 선점 전략)"를 주문했다.

이어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초고압직류송전), 스마트그리드, 디지털 변전소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의 기술개발과 국제 표준 확보가 향후 10~20년 산업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지목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전력망의 실시간 수요·공급을 자동 제어하는 지능형 전력 시스템인 스마트그리드는 떠오르는 시장이다. IEA는 세계적으로 스마트그리드 관련 투자가 2023년 530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가운데 분산형 전원(DER), 프로슈머 증가, 전기차 및 ESS 확산이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정전 리스크 관리·AI 기반 수요 예측 등 고도화에 기술 투자가 활발한 상황이다.

‘고압 직류 송전’이 전력 산업의 실크로드 된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그리드 산업은 아직 초기 시장에 머물러 있다. 산업부의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2022)'에 따라 2030년까지 전력망 디지털화율 90% 달성 목표를 추진 중이며, 한전·KT·LS 일렉트릭 등 주요 기업들이 스마트그리드 구축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HVDC의 경우 장거리 전력 수송에 최적화된 기술로, 교류(AC) 기반 송전보다 송전 손실이 적고 효율성에 장점이 있다. 해상풍력과 재생에너지 연계에 적합해 유럽·중동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HVDC 시장 규모는 약 120억 달러로 연평균 8~10% 성장세다. 유럽, 북미, 중국, 인도 등은 대규모 HVDC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체제서는 대규모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일어나고 중동 지역은 탄소중립 도시(네옴 등) 프로젝트 등 대형 건설수요서 HVDC 도입이 확정되는 등 제반 환경이 좋은 편이다.

LS일렉트릭의 HVDC CTR 초고압 시험 모습. LS일렉트릭은 지난해 말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5,610억 원 규모의 HVDC 변환용 변압기 사업을 수주했다. 이미지 출처: LS그룹 홈페이지 캡처

국내 시장은 20년 이상 오래된 배전망 교체 수요

단기 납기·기술인증 확보 등 경쟁력을 갖추면 고부가 수출길을 열 수 있다. 국내서는 LS 일렉트릭, 효성중공업, 현대일렉트릭 등이 세계 시장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보고서는 "KS 기반 국제 표준 연계, KS-IEC 전환 추진 필요, 대형 EPC기업과 연계한 수출 컨소시엄 구성 제안, 해저케이블과 고압 변압기등과 연계한 패키지 수출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송·배전망은 1980~1990년대 대규모 구축을 시작했으며, 특히 지중 송전선은 평균 수명이 30년 내외로, 현재는 교체 수요가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배전선망의 70% 이상이 20년 이상 경과됐다. 또 서울·경기 등 도시권의 지중화율은 60% 이상이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한국전력연구원에 따르면 20년 경과 후 고장 빈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제주·강원·전남 등 신재생 발전 밀집 지역은 배전망 '역류 리스크'도 상존한다.

"기술력·표준 선점이 곧 시장 주도권 열쇠다"

시장 기회는 국내 배전망 교체 및 보강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올해부터 2035년까지다. 초고압·내열케이블, 자기유지형 케이블 등 고부가 제품 공급이 필수적이고 지능형 보호계전기, 차세대 개폐기 등 부대기기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전은 스마트 배전망 구축 로드맵과 연계한 민간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국산 기자재 표준화·품질 인증 확보 기업에 우선 기회를 부여하는 만큼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또 배전망 설비의 디지털 트윈 기술·실시간 감시 센서 결합 솔루션화 가능성 등도 검토해야 한다.

전기화는 글로벌 경제와 산업의 구조를 재편할 대전환이며, 전력 인프라는 그 기반이다. 또 전기화의 미래는 전력 생산 확대로 그치지 않고 디지털화된 전력망과 유연한 계통운영, 고부가 기자재를 수출로 연결하는 전략적 접근에서 그 잠재력이 아주 크다.

보고서는 "정부와 기업은 첨단 기술, 제도, 인프라, 국제 표준을 선도적으로 정비해 전력산업 전환기에 시장의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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