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기후위기 시대 필수 인프라…정부 주도 재난 금융 전략 ‘필수’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갈수록 빈번하고 심각해지는 가운데, 재해에 대비한 보험 시스템은 오히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산하 '기후 및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시너지 전문가 그룹'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시너지 솔루션(Synergy Solutions) 2025: 기후 및 재난 보험 보호 격차 해소'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중 62%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프리카는 보험 미가입 비율이 무려 99.5%에 달한다. 보고서는 기후위기로 인해 일부 지역은 보험 자체가 불가능한(uninsurable) 상태에 빠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극심한 재정 불안에 노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7월21일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호우 피해 복구 현장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 이미지 출처: KTV

사전 대비가 사후 복구보다 13배 효과적

이와 관련 유엔은 보험 가입률을 높이는 것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달성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보험 가입률이 1% 증가할 경우, SDG 달성에 5.8%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보험 보호 격차 해소를 위해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재난위험관리전략, 기후적응계획(NAPs), 지속가능발전 전략(SDGs) 등 국가 개발 전략에 재난 금융을 통합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200여 개국 중 독립적인 재난 위험 금융 전략을 보유한 국가는 30개국에 불과하다.

재난 발생 이전에 자금을 확보해두는 사전(ex-ante) 대비형 시스템이 사후 대응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재난 위기 대응에 사용된 760억 달러 중, 사전에 마련된 자금은 고작 2%에 그쳤다.

또 보험 가입 유인을 높이기 위한 규제·보조금 정책도 절실하다. 고위험 국가에서 보험이 확대되지 않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규제 미비, 낮은 보험 이해도, 그리고 고비용이다.

프리미엄 보조, 규제 완화 등 정책 사다리 관건

보고서는 프리미엄 보조, 재보험 지원, 규제 완화 등 ‘6단계 정책 사다리’를 통해 보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험 저감(Risk Reduction)에 대한 투자 확대도 제언했다. 현재 일부 국가는 위험 저감 조치를 취한 주택에 대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 미국 상공회의소는 위험 저감에 1달러를 투자하면 복구 비용 최대 13달러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저소득층이 기존 보험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 보고서는 마이크로보험과 파라메트릭(지표기반) 보험 등 포용적 보험 모델을 제시했다. 아프리카 잠비아의 ‘농민 입력 지원 프로그램(FISP)’은 2024년에만 100만 명의 농민을 보험에 가입시키고, 3,800만 달러의 보상을 지급하는 성과를 올렸다.

6단계 정책 사다리 요약. 정책 사다리는 민간 보험사 유인을 높이고,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개선하며, 보험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국가적 정책 틀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초기에 규제 기반 조성을, 중후반에 재정적 지원과 직접 개입을 중심으로 한다. 각 단계는 상호보완적이며, 단일 국가의 보험시장 상황에 맞춰 조합해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정부의 재정 개입과 리스크 부담이 커진다. 출처: 보고서 요약

사회보장 프로그램으로 키우는 모델 나올 때다

특히 보고서는 기존의 사회보장 시스템을 활용해 재난 시 보험금을 신속히 전달하는 ‘적응형 사회보호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카리브 지역에서 보험금의 일정 비율을 정부에 지급해, 이를 사회보장 프로그램으로 전달하는 ‘탑업 모델’을 운영 중이다.

보고서는 150억~250억 달러의 전략적 투자만으로 약 30억 명에게 추가적인 보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2030년까지 보험 미가입으로 인한 글로벌 손실은 매년 5,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보험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필수적인 사회안전망인 만큼 국가 차원의 적극적 개입과 민관 협력이 절실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