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후테크 시장 투자 흐름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술을 뜻하는 ‘기후 기술(climate tech, 이하 기후테크)’은 현재 가장 각광받는 투자처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올해 1분기 전 세계 기후테크 산업에 81억 달러(약 11조 2천억 원)가 투자됐다고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7억 달러)보다 약 70% 늘어난 수치다. 인플레와 고금리 등으로 ‘투자 빙하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후테크를 향한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성장 전망도 뚜렷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2년 기후테크 산업 규모를 1480억 달러(약 204조 원)로 예측했다. 2016년 169억 달러보다 9배가량 높다. 또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 1.5도 억제 목표를 위한 에너지 전환 기술에 총 150조 달러(연평균 5조 달러)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기후테크 산업은 이른바 ‘기후 러쉬(climate rush)’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성장해야 할 산업이 됐다.

출처: PwC <기후기술 보고서 2023>에서 재구성.

곳곳에서 기후테크를 향한 자본의 편애는 뚜렷하다. 기후테크 투자 현황 미디어인 ‘CTVC(Climate Tech Venture Capital)에 의하면, 2023년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액은 321억 달러(약 44조 3천억 원)였다. 전년 대비 30% 감소했지만, 전체 벤처투자 시장이 39% 감소한 바에 비하면 상대적인 강세다. 같은 기간 투자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23%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내놓은 보고서(State of Climate Tech 2023)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전쟁과 인플레이션, 고금리 등으로 투자가 전반적으로 침체됐지만, 전체 스타트업 투자 대비 기후테크 투자는 늘었다. 지난해 전체 스타트업 자금 중 기후테크는 11.4% 점유율을 차지했고, 이 비중은 지난 10년간 꾸준한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PwC는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 등으로 기후테크가 회복력과 성장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향후 낙관적인 시장 전망을 내놓았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는 기후테크 없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홀론아이큐(Holon IQ)에 의하면 2023년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평가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은 83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앞으로 탄생할 유니콘 기업 1천 개는 그린수소, 그린농업, 그린스틸 등 그린기업일 것”이라고 했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향후 10년을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의 시대로 전망했다.

출처: CTVC. 분기별 기후 투자(2020~2023)

기후테크의 글로벌 어젠다 부상은 각종 기금과 펀드 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빌 게이츠 등 세계적 자산가 28명이 만든 국제 연합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그룹(Breakthrough Energy Group)‘은 약 150억 달러 규모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캐털리스트(BEC)’ 펀드를 만들었다. 또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를 통해 약 23억 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해 140곳 이상의 기후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은 2020년 탈탄소화 기술 및 서비스 개발 기업에 투자하는 20억 달러(약 2조 3천억 원) 규모 ‘기후서약기금(Climate Pledge Fund)‘을 조성했다. 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회장이 후원하는 약 1300억 달러 규모의 ‘베조스 어스 기금(Bezos Earth Fund)’은 2030년까지 1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기후테크를 금맥으로 보는 자본시장 움직임도 활발하다. 피치북 조사에서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업계 기후테크 기업 딜(deal)은 증가 추세다. 2021년 883건, 2022년 992건, 2023년 1122건에 이어 올해 1분기 243건의 딜이 이뤄졌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전 세계 협력이 필요한 글로벌 아젠다로서 각국이 큰 규모의 정책자금과 보조금을 투입하는 데다 금리 등 시장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출자자(LP) 모집이 어렵지 않아 펀드 조성도 용이하다.

국내에서도 기후테크는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452조 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기후테크 부문에 6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산은)이 2030년까지 9조 원을 출자해 미래에너지펀드를 신규 조성할 계획이다.

출처: 무역협회 기후테크 보고서 '기후테크 국가별 민간투자 현황&2022 국가별 민간투자 상승률'

임팩트 투자사들이 이끄는 국내 기후테크 투자

기후테크 투자 현황을 보면, 해외의 잰걸음에 비해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다. 글로벌 기후테크 투자는 2022년 기준 1조 6천억 달러(약 2209조 원)에 달하고 상위 10개국 평균 투자액은 57억 2천만 달러(약 7조 9천억원)이었다. 반면 국내 상황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은 미국 24개, 중국 19개 등이지만 한국 기업은 없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월 내놓은 ‘기후테크 산업 동향 및 우수기업 사례를 통해 본 성공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전체의 4.9%에 불과했다. 2022년 기준 기후테크 민간 투자 규모도 13억 달러(약 1조 8천억 원)로 스타트업 1사당 평균 투자 규모는 해외 10개국 (미국,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 스웨덴, 캐나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평균 규모의 약 26% 수준이었다.

다만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민간 투자 상승률(2021년 대비 337% 증가)을 나타내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국가 간 기술 수준을 비교하면 미국(100%) 대비 한국은 80.0%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 격차는 3.0년으로 분석됐다.

국내 기후테크 민간 투자는 투자수익 창출과 함께 사회‧환경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임팩트 투자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펀드 조성뿐 아니라 인큐베이팅 등을 통해 기후위기 해결에 함께 나서고 있다. 특히 기후테크도 기술 차별성만으로 시장 개척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책, 금융, 대기업 등 다양한 네트워크 연계가 필요하다. 이런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임팩트 투자사들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소풍벤처스와 인비저닝 파트너스 홈페이지 캡쳐.

대표적으로 초기 스타트업 투자 전문 임팩트VC 소풍벤처스가 있다. 이들은 2020년 국내 최초로 초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0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 투자한 바 있다. 이어 지난 상반기에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등이 LP로 참여한 ‘임팩트 피크닉 투자조합 2호’ 펀드를 1차 결성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고 기술혁신 잠재력이 3대 분야(에너지, 순환경제, 농식품)에 집중한다.

소풍벤처스는 기후네트워크 조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달 시의성 있는 기후 주제와 관련 산업 동향, 유망 사례를 소개하는 ‘월간클라이밋’을 비롯해 매년 기후 분야 창업가와 전문가를 연결하는 ‘소풍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을 운영하고 있다. 또 2022년 시작한 ‘임팩트클라이밋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올해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으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절반 넘는 금액을 기후테크에 투자한 인비저닝 파트너스는 올 1월 440억 원 규모 ‘인비저닝 임팩트 솔루션 펀드’를 결성했다. 이 펀드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 출자사업 선정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국내 1세대 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이 기존에 운용하던 투자자산을 이관받아 2021년 출범한 VC로 같은 해 기후테크에 특화된 ‘인비저닝 클라이밋 솔루션 펀드’를 768억 원 규모로 결성해 투자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월말 기준, 인비저닝의 누적 투자 총액 1175억 중 62%가 기후테크에 투자됐다.

인비저닝 파트너스는 △기후변화 △헬스 및 웰니스 △교육 △미래의 노동 등에 집중하며 특히 기후테크 분야에서 에너지 전환 촉진, 순환경제, 지속가능한 농식품, 카본테크, 기후변화 적응 등을 포트폴리오로 갖고 있다.

이 밖에 임팩트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는 2021년 285억 규모 ‘디쓰리 미래환경 ECO벤처투자조합’을 결성·운영 중에 이어 올해 500억 원 규모 기후테크 펀드 조성에나설 계획이다. 또 임팩트 기반 액셀러레이터이자 임팩트 투자사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임팩트스퀘어 등이 환경·기후 스타트업 투자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