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감사기구 접근성은 ‘양호’, 집중투표제 도입은 ‘저조’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 상장기업에 대한 의무공시 제도가 전면 시행된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총 22개사로 파악됐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549개사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접수한 결과 의무공시 대상은 전년 대비 15개사 늘어난 541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비금융사는 501개사였다.
동일고무벨트, 한솔로지스틱스, 한솔피엔에스, 한솔홈데코, 한올바이오파마, HDC랩스, HD현대에너지솔루션, SH에너지화학 등 8개사는 자율적으로 보고서를 공시했다.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2조 원 이상 기업이 225개사(4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1조~2조 원 구간이 127개사(25%), 5천억~1조 원 구간이 149개사(30%)였다.
전년 대비 전 항목 개선… 배당정책 항목 급증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평균 54.5%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전반적인 준수율이 높았으며, 2조 원 이상 기업의 평균 준수율은 66.9%에 달했다.
지표별로는 ‘경영 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 마련’ 항목이 98.4%로 가장 높았고, ‘내부감사기구에 회계·재무 전문가 존재’(87.8%), ‘전자투표 실시’(80.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집중투표제 채택’은 3.2%에 불과해, 여전히 기업지배구조 선진화 측면에서 미흡한 수준을 드러냈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34.3%)과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13.4%)도 낮은 편이었다.
지난해에도 보고서를 제출한 481개사를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준수율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현금 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항목은 전년 15.2%에서 올해 42.6%로 27.4%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2023년부터 ‘선(先) 배당액 확정, 후(後) 배당기준일’ 체계를 정착시키고자 정관 및 실무 개선을 유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부터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여부가 새롭게 의무화됐다. 그러나 실제 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합공시한 기업은 97개사에 그쳤다. 대다수 기업들은 “연내 공시 예정” 또는 “자율공시 사항으로 계획 없음”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상법 개정 움직임 속 기업의 선제적 대응 필요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 예고한 중점점검사항을 기준으로, 보고서 기재내용에 대한 집중 점검을 8월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중점점검 항목에는 내부통제, 감사기구 운영, 배당 예측성 제공, 기업가치 제고 관련 공시 등 총 10개 항목이 포함됐다.
보고서 기재가 미흡한 기업에 대해서는 소명 절차를 거쳐 정정공시를 요구하고, 성실하게 공시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시 우수기업’으로 선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상법 개정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상법 개정안에는 전자주주총회 도입,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등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 변화가 담겨 있다.
이번 보고서 공시는 준법 의무를 넘어 투자자 신뢰 제고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핵심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 지표 준수율의 지속적 개선은 ESG 경영의 실질적 이행으로 연결되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공시는 국내외 투자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자본시장 내 신뢰 형성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의 법제도 개편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내부 통제 및 감사 기구의 실효성 제고, 선제적 공시 전략 수립,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해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발간한 '2025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현황 및 시사점' 리포트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항목에도 구조적인 변화가 예상돼 상장 기업들의 지속적인 법제도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2019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연결기준) 유가증권시장 주권상장법인을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 이래, 2022년부터는 자산총액 1조 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주권상장법인, 2024년부터는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인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또 2025년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여부, 접근방법 및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활용한 투자자와의 소통 여부 등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