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보고를 위한 가이드
국내외 기업들은 각종 ESG 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내는데 시간과 비용을 앞다퉈 쓰고 있다. 이들 보고서는 기업이 한 해 동안 일군 ESG 활동, 사회적 책임 활동 등을 정리하고 평가받는 자료가 된다. 보고서에 대한 평가와 해석에 따라서는 기업의 평판과 미래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보고서에 정해진 틀이 없고, 측정과 평가 기준도 제각각이라 기업은 어느 정도 조건만 갖추면 됐다.
문제는 본격적인 챌린지는 다가온다는 점이다.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 미국 등이 준비하고 있는 ESG 공시기준 법제화다.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공시기준과 제도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 안에 있음은 물론이다. 국제사회는 ESG 공시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혹은 친환경 위장술) 도구로 활용되지 않고 기존 공시 기준들을 잘 녹여낼 수 있도록 숱한 논의를 잇고 있다.
플래닛리터러시는 기업 최대 현안으로 닥친 공시 즉, 현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준거로 볼 수 있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임팩트투자(재무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사회·환경적 성과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 등을 바탕으로 가이드 라인을 종합 정리했다. 또 주목할 만한 주요 기업들의 지속가능성공시 및 ESG 공시 흐름을 살펴봤다.
SDGs를 지속가능성 보고에 연계한다
GRI는 기업 및 기타 조직이 지속 가능한 경영 및 사회적 책임에 관한 보고 시 사용하는 국제 표준을 개발하는 비영리 기구다. 이 표준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경영 및 사회적 영향에 대한 지침과 표준을 개발하고 투명한 보고를 강조하는 데 있다. 이들이 개발한 프레임워크는 전 세계 기업과 조직들이 두루 활용하고 있다.
GRI는 SDGs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SDGs는 2015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행동 계획으로 빈곤, 불평등 감소, 기후 변화 대응, 여성, 생물다양성, 혁신 기술개발 등 2030년까지 17개 주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 달성을 위해 수립한 국제 의제다. 현장에서는 ESG 기준과 SDGs, 기존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어떻게 연계하고 보고서에 담을 것인지 고민이 많다. 로드맵을 짤 때 연계의 핵심 목표는 지속가능성이다.
기본적으로 환경, 사회, 경제의 3개 그룹으로 나뉘고, 비공식적으로 PPP(Profits, Planet, People)로도 분류한다. SDGs는 오늘날 시급한 환경·사회·경제적 문제를 다루므로 ESG 보고의 최종 목록으로 작용한다. 지속가능성을 기준에 놓고 비즈니스 구조, 이해관계자 등을 고려한 활동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GRI와 SDGs 모두 장기적인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래 세대 관점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17개 SDGs 및 관련 목표를 검토하고 조직 운영 및 영향과 관련성 높은 SDGs를 식별한다.
-GRI 표준을 검토하고 관련성이 높다고 식별한 SDGs와 부합하는 사항을 연결한다.
-GRI 표준을 SDGs에 대응하고 배치한 문서를 가이드 삼아 보고서에 GRI 표준과 SDGs에서 요구하는 모든 관련 정보가 포함되도록 한다.
-보고서에 SDGs 언어와 지표를 사용한다.
이 단계를 따라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글로벌 의제와 부합하는지는 물론 다른 조직 보고서와 비교 가능성을 높이고 이해관계자에게도 의미 있는 보고서인지 확인할 수 있다.(편집자 주: GRI는 SDGs와 GRI 표준을 연계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표준화 향하는 지속가능성 공시
최근 지속가능성 공시는 표준화를 향하고 있다. 직접적인 통합이 아닌 복수 공시 기준이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며 호환되는 방식이다. GRI도 표준화 대열에 합류했으며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중심으로 공시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GRI는 노동 관련 표준에 대한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GRI 표준은 현재 일반 표준(Universal Standards), 섹터별 표준(Sector Standards), 주제별 표준(Topic Standards)으로 구성돼 있다. GRI가 개정하려는 표준은 주제별 표준 중 노동 관련 항목이다. 첫 단계로 ‘고용 관행과 조건(Employment practices and conditions)’을 손보고 있으며 △GRI 402(노사관계) △GRI 401(고용) △GRI 202(시장지위) 등에 대한 개정 초안을 마련했다. 오는 10월 4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받는다.
GRI는 고용 관행과 임금 및 노동 시간 등 고용 조건,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변화를 기업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공시 투명성을 높이고 국제노동기구(ILO)와 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제시한 국제 노동 규약들과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개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현 개정 초안은 노동자의 생활임금 수령 여부와 성별 간 임금 격차 파악을 위한 개선 공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 채용 절차 공정성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직무능력 향상과 재교육, 재배치, 비정규직 등 비표준 고용 형태와 고용관계 종료 등에 대한 최선의 방식과 지침을 제공한다.
법제화 임박한 미국·유럽 ESG 공시
GRI는 이어 향후 1년 내 △직장생활과 커리어 개발(Working life and career development) △노동자 권리와 보호(Workers’ rights and protections)에 관한 추가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면 총 11개 노동 관련 GRI 공시기준이 개정된다. GRI를 개발·보급하는 글로벌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GSSB) 캐롤 애덤즈 의장은 “더 나은 정보를 공시하는 것은 SDGs 달성과 기업의 고용 관련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핵심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럽과 미국의 ESG 공시기준 법제화도 임박하다. 내년부터 EU는 영내 기업들이 ESG 모든 영역에 대한 기업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ESG의 재무적 영향을 고려하는 ‘단일 중대성 원칙’(Materiality)보다 더 나아가 기업 활동이 재무적 영향을 넘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루는 ‘이중 중대성 원칙’을 도입했다. 미국은 2026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이 기후 리스크 관련 재무적 영향과 기후 관련 정보를 재무제표에 의무 공시해야 한다.
지난해 7월 EU가 채택한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SRS, 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에 따르면 기업 가치사슬 전부를 담은 ‘스코프 3’도 포함했다. 스코프 3은 온실가스 배출 산정 범위 중 가장 포괄적인 기준이다. 제품 생산부터 소비, 폐기 과정은 물론 협력업체와 유통망 등 모든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공시와 국내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발표한 국내 ESG 공시 기준 초안에는 산업계 반발이 잇따르면서 스코프 3이 빠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공급망 실사법’(정식 명칭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CSDDD)’을 채택했다. 공급망 내 인권, 환경 실사 의무화를 뼈대로 하며 EU 역내외 기업 모두에 적용된다.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하면 적용까지 3년가량 남아 있지만, EU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U 수출기업은 약 1만8천 개로 전체 수출기업 중 20%에 달한다.
SDGs를 임팩트투자와 연계하는 방법
ESG는 투자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등장했다. 즉,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기업 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비재무적 가치를 측정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윤 창출을 무조건적인 선으로 여기고 거기에 투자했던 관점은 지속가능성으로 차츰 옮아갔다. 일대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투자자 관점에서 출발한 ESG는 기후위기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섞이면서 그 개념이 진화하고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ESG는 오늘날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의 환경·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지표 설정 시 SDGs가 포괄적인 프레임워크를 제공할 수 있다. SDGs는 중요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투자를 구별하는 도구다. 투자자는 장기 수익을 목표로 오늘날의 긴급한 요구 사항을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투자 밑그림을 설정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금융 투자와 구별되게끔 임팩트투자로 부른다. 재무상 수익뿐 아니라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즈니스나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는 ESG 투자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이다. ESG 투자가 일반적으로 재무적 중요성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위험과 기회, 즉 중기적으로 기업 재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과 기회에 중점을 뒀다면, 임팩트투자는 더 나아가 하나 이상의 글로벌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본 등에 투자한다.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실물경제와 사람이 아닌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데 기반을 둔다. 전통적인 투자는 여전히 65년 전에 정의된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어 시스템 문제의 외부성을 정의하고 이를 내부화 하는데 한계가 크다. 기후 변화, 사회 정의, 불평등, 세계 빈곤 등 현대 사회의 주요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임팩트투자는 기존 금융이론을 재개념화하여 긍정적인 사회, 환경적 임팩트를 핵심으로 통합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출처:토닉)
예를 들어 글로벌 파트너십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SDG 17은 기업의 책임성과 지속가능성 보고, 외부 효과에 대한 적절한 가격 책정, 정의로운 금융 시스템을 위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정책 등을 포함한다. 이 목표는 재원, 기술, 역량강화, 무역 및 정책과 제도 일관성, 다양한 이해관계자 파트너십, 데이터, 모니터링 및 책무성을 포함한 시스템적인 이슈가 들어있다. 시스템적 이슈에는 목표 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공공, 민관, 시민사회 파트너십의 확장 및 증진 등이 있다.
글로벌 임팩트투자 네트워크(GIIN)는 임팩트투자의 핵심 특성을 △의도성 △증거 및 임팩트 데이터 사용 △임팩트 성과 관리에 대한 헌신 △산업 성장에 대한 기여로 규정한다. 임팩트투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미래 지향적인 투자자들에게 더 큰 매력을 제공한다.
글로벌 임팩트투자 네트워크인 토닉(Toniic)은 임팩트 투자자들은 물론 투자 기회를 연결하기 위한 ‘토닉 SDG 임팩트 테마 매트릭스’(표)를 공개했다. SDG와 연계한 60개 테마로, SDGs 각 범주는 투자 기회를 나타낸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전략적인 투자 선택이 가능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글로벌 노력에 걸맞은 포트폴리오를 채택할 수 있다. SGDs의 미래는 임팩트투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