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고속도로'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로 재생에너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의 전력망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전기가 필요한 곳에 공급이 제대로 안 되고 있고, 기존 계획으로는 계통포화 해소가 어렵다. 또 반도체, AI 등 국가 첨단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산하 정책 연구조직인 민주연구원(원장 이한주)은 지난달 말 이같은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의 청사진과 필요성,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에너지고속도로 10문10답 핸드북'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전력 병목 상태 심화,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낙후된 국내 전력망의 대안으로 에너지고속도로의 윤곽을 담았다.
실제로 2024년 1분기만 해도 전국에서 1,000건이 넘는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전체 전력소비의 44%를 차지하지만, 발전설비는 23%에 불과한 구조적 불균형도 함께 지적됐다. 이대로라면 전남·전북 등은 남아도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 58.5GW를 버려야 할 판이다.
또 제10차 송변전 설비계획 300개 중 착공 사업은 전체 약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망 건설 지연으로 국민들이 추가로 부담할 전기요금은 연간 3,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마디로 장거리 송전망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보고서는 성장이 멈춘 지역의 변화를 촉진하는 동력으로서 '에너지고속도로'를 상정했다. 지역이 자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뒷받침할 인프라로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지역산업 유치와 인구 유입을 견인하는 핵심 자산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단 에너지고속도로는 서남해 해상풍력 전력을 수도권과 전국 산업단지로 연결하는 대규모 송전망으로, HVDC(초고압 직류송전) 기술,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시스템 등이 통합된 형태로 추진된다.
특히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을 잇는 ‘U자형 해상 전력망’이 핵심 구상으로 제시되며, 이는 단순 송전을 넘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에너지 성장벨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해외 주요 국가는 에너지고속도로와 유사한 방향성으로 전력망 혁신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북부 해상풍력을 남부 산업지대로 보내는 700km 초고압 직류송전망(HVDC) 프로젝트(SuedLink)를 추진 중이다. 영국은 해저케이블과 스마트그리드로 수도권과 산업지역에 안정적 전력공급을 도모하는 통합 전력망 구축에 힘을 실었다.
독일·네덜란드·덴마크·벨기에는 공동으로 에스비에르 선언(Esbjerg Declaration)을 했다. 바다를 에너지 하이웨이로 바꾸는 유럽형 슈퍼그리드 구상을 실현하는 대장정이다. 미국은 디지털화, 현대화 등 더 나은 전력망 구축 이니셔티브(BGI)를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산업 전략을 위해 RE100 산단 조성, 지역 전기요금제 도입, 햇빛연금과 바람연금 등 주민 이익공유제 등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생산지 주민의 수용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장치로 이익공유제 확대를 필수적으로 보고 있다.
가장 논쟁적인 재원 마련과 관련해선 해외 사례를 들어 공공-민간 합동투자 모델, 송전요금 현실화, 녹색채권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독일의 'SuedLink', 미국의 인프라법(BGI), EU 슈퍼그리드 구상 등과 유사한 방향성을 띠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보고서는 대규모 송전 시스템인 '에너지고속도로'가 지역 중심 ‘분산에너지’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전력시스템의 혁신으로 보고 있다. 2040년까지 한반도 해안선을 따라 에너지고속도로가 완성되면, 남부 산업지대와 재생에너지를 연결하는 경제 대동맥이 흐르는 효과를 거둘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이한주 민주연구원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대신할 국정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향후 정부 에너지 정책의 중심이 될 에너지고속도로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