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적응 투자...주주 경영 참여 부상

ESG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업들은 기후 변화 적응, 사회적 리스크 관리,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응책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다.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지속가능성 연구소는 350명의 금융 전문가 중 84%가 기후 변화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이변으로 직간접 영향을 받는 세계 주요 기업들이 기후 변화 적응 기술이나 시스템 투자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최근 한전 경영연구원(KEMRI)은 MSCl 보고서(2025 Sustainability and Climate Trend to Watch)를 바탕으로 작성한 '2025년 주목해야 할 ESG 관련 동향'에서 기후 변화 적응 투자, 에너지 전환을 위한 민간 시장 성장, 사회적 리스크 관리 중요성 증가, AI 데이터 접근 제한 강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 증가, 자발적 탄소 크레딧 시장 등 올해 6개 시장 트렌드를 정리했다.

먼저 큰 흐름은 기후 적응 솔루션 기업들에 대한 투자 강화, 배수 시스템·냉각 기술·물 관리·드론 이용 재난 대응 기술 등 생산 현장 전반의 관리 체계 구축 등이다. 이를 위해 녹색 채권을 발행해 태풍, 홍수, 폭염 등 기후 리스크를 줄이는 인프라 구축도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고속도로 회사(Central Nippon Expressway Company Ltd)는 태풍 피해로부터 고속도로를 보호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녹색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2025년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트렌드. 이미지 출처: MSCI
MSCI.

에너지 전환 투자, 민간 시장이 주도

실물 부문의 탄소 감축 없이 금융 부문의 탄소중립 달성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기관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클린테크 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민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민간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17%를 기록하며, 공공시장(11.9%)을 앞질렀다.

주로 저탄소 발전, 에너지 저장 기술, 친환경 운송 분야가 핵심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으며, 민간 유틸리티와 배터리 솔루션 기업들이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MSCI는 2025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노동환경, 공급망, 데이터 보안 등의 사회적 리스크가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확대되면서 비윤리적 노동, 지역 사회와의 갈등,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시장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노동력 관리, 다양성, 인권 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주요 국가들도 ESG 기준 강화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리스크 분석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다만 AI 산업에서 데이터 접근 제한이 강화되면서 운영 차질도 주요 이슈로 불거질 전망이다. 미국과 EU는 AI가 데이터를 수집·저장·활용하는 방식을 규제하고 있으며, 데이터 제공자의 명시적 동의를 요구하는 법적 장치를 도입하는 흐름이다. 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비자 프라이버시법(CCPA) 등이 대표적이다.

AI 데이터 접근 제한 강화… 혁신 저해 우려

대다수의 AI 개발사들은 '공개적으로 사용가능한 정보(Publicly available information)'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접근도 제한되면서 가용 정보의 양이 감소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23~2024년 사이 AI가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가 약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AI 기업들은 합성데이터를 활용하거나 데이터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우 비용 부담으로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5년 IBM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AI 기반의 암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제한된 데이터로 학습되어 편향성이 발생해 전체 환자에 적용이 어려워져 2022년 이를 매각하기도 했다.

AI 혁신이 일부 대형기업에 집중될 위험이 있는 만큼 합성데이터 이용,  협력적 데이터 공유, 소규모 특화 모델 확대 등의 방법이 부상하고 있다.

성장 단계를 지나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는 자발적 탄소 크레딧 시장도 주목해야 한다. 기업들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과학 기반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따라 에너지 전환 및 기후 약속을 채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 다수결 투표 도입 기업 비중(左), 지배구조 평가군별 누적수익률 추이(右). 
한전 경영연구원(KEMRI)

탄소 크레딧 시장, 품질 기준 강화로 변화

기존에는 품질이 낮은 탄소 크레딧이 대거 유통되며 시장 신뢰도가 저하됐지만, 최근 국제 탄소시장 진실성 위원회(ICVCM) 등이 새로운 인증 기준을 도입하며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2025년은 탄소 크레딧 시장이 성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탄소 크레딧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국가 간 크레딧 이전을 공식화하고 있는 국제항공 탄소 상쇄 및 감축 계획(CORSIA), 파리협정 크레딧 메커니즘(PACM) 등도 순풍이 되고 있다. 항공업계의 탄소 배출 감축 정책과 파리협정의 크레딧 메커니즘 등이 시행되면서 탄소 크레딧 시장 규모는 2024년 15억 달러에서 2030년 최대 350억 달러, 2050년에는 2,5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SG 경영 상황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의 요구가 부상하는 것도 기업에게는 위협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2024년 다수결 투표제 도입을 위한 주주 제안 건수가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다수결 투표 방식은 이사 선임 시 50%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방식으로, 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적극적인 주주 중심 경영 환경 정착이 중요한 시점이다. 실제 다수결 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주주 권리 보호에 적극적이며 높은 재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내 우수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은 미진한 기업에 비해 누적수익률이 26.3%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의 사임 빈도 증가, 이사회 공석 발생 등의 영향이 기업 경영 안정성 저하로 나타날 수 있지만 다수결 투표제 도입이 글로벌 표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