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단지 지역 수용성 높이려면

최근 해상 풍력 발전 시장에 해외 자본이 속속 들어오는 등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2050 목표 달성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 이 가운데 풍력에너지를 둘러싼 국민인식의 특징은 일반 대중의 여론과 풍력발전단지 인근 지역 주민 간 여론에 극명한 차이가 나타나는 점이다.

대국민 여론조사는 풍력에너지에 매우 높은 지지도가 형성되는 반면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지역의 수용성은 크게 높지 않다. 서구권의 여론조사는 평균 80% 이상의 국민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찬성하지만 영국, 유럽, 호주 등 일부 국가는 풍력발전설비 설치에 높은 수준의 저항도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국가 및 지역 간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여론의 간극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도 당시 풍력발전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93.2% 였으나 해안 및 산악지역에서 건설되는 풍력발전단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국민 여론은 좋은데 지역민은 '싸늘'


왜 전국 단위의 대국민 인식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나오는데 실제 개발지역을 방문해 보면 적지 않은 반발이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여론을 조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 설문조사의 한계를 들 수 있다.

최근의 설문조사는 주로 온라인 패널 조사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풍력발전단지 인근지역의 인구학적 분포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해당 지역에 노인인구 비율이 높고,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노인들이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답할 기회는 적어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이 설문조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설문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해당 지역에 가서 방문조사를 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풍력발전단지는 선호 시설인가 아니면 혐오 시설일까? 10년전만 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시설은 생태적 계몽의 상징이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가 당면한 문제가 되고 이에 대응하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설이 건설되고 있는 요즘은 이 시설의 정체성을 쉽게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기후 위기를 고려하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인류세의 지상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전환은 개발사업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지역 주민 반발을 단순히 혐오시설에 대한 님비적 태도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면서도 에너지 관련 시설을 지역 내에 건설하는 것은 반대하는 도시 사람들이 오히려 이기적일 것이다.

지구적 위기에서 신재생에너지 시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시도는 공리주의적인 판단일 수 있으나 무조건 계몽적인 활동으로 에둘러 포장하기도 어려운 셈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풍력발전단지의 주민 수용성에 미치는 요인은 크게 풍력발전설비의 감각적 그리고 심미적 요인, 지역 주민들의 믿음과 가치와 같은 문화적 요인, 풍력발전단지 건설과정의 절차적 민주성과 경제적 보상관련 제도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풍력발전단지의 수용성 요인

가치관 등 미묘한 특성 적극 고려해야


전체적으로 국민 일반의 풍력 발전 지지도는 높지만 해당 시설 단지가 건설되는 지역들은 적지 않은 사회적 갈등이 존재한다. 이 갈등은 복잡한 요인들로 일어나는 만큼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때 다양한 배경을 사려 깊게 고려해야 한다.

첫째,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단지가 많이 건설되는 지역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내륙의 산악 지역이다. 또 고령화 비율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이곳 주민들의 인식에는 풍수적 가치관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에너지 수용성에 대한 풍수의 영향은 서구에서는 찾아보기 매우 드문 독특한 현상이다. 이는 산의 능선에 풍력발전기가 건설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지리적 환경과 관련한다.

따라서 주민수용성을 이해하려면 지역의 인구학적, 공간적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해당지역의 노인인구분포 비율을 분석하고, 풍수적 가치관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씨족사회인지 여부 등 지역 공동체의 특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저항을 반환경의식으로 간주하고 계몽하려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풍력발전에 대한 찬성은 친환경의식을 반영하고, 이에 대한 반대는 님비의식으로 비판하는 이분법을 가지면 안 된다.

풍력발전단지인근 주민들 중에는 영농 후계자 그리고 귀농 농부 등 생태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매우 많다. 그들은 풍력에너지가 기후문제를 해결하고 핵에너지의 위험으로 벗어날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를 표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지역 생태계의 훼손을 가져오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주민들은 자신들을 향해 님비 가치관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단순히 집단이기주의로 폄훼하기 어려운 셈이다.

주민 의견 싣는 의사결정구조 관건


셋째, 풍력발전단지 건설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다 개선해야 한다. 풍력발전단지관련 갈등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주민설명회, 주민동의, 주민참여 등 절차적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된 부분이다.

지금까지 풍력발전단지 시행사들은 이러한 절차적 문제들을 매우 형식적으로 처리해 왔다. 앞으로 주민 수용성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절차적 정당성이 핵심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노력 및 법제화를 해결해야 한다.

넷째, 풍력발전 시행사와 정부는 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때 풍력발전단지를 통하여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장밋빛 구호를 늘어놓았다. 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개선하고자 풍력발전단지의 관광자원화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경제의 발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괄목할만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례가 나오지 않았고, 조망권 등 시각적피해와 건설 소음 고통 등 주민들의 피로감만 노정됐다. 시행사는 지역주민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따른 정당하고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풍력발전단지 대상 지역의 선정에 있어서 해당지역 바람의 에너지 효율과 건설비용에 대한 경제적 평가뿐만 아니라, 감각적, 심미적 피해 그리고 주민들의 믿음과 가치관에 대한 환경심리학적 그리고 사회문화적 평가를 통해 풍력 갈등을 최대한 회피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과 경제적인 지원 같은 제도적 접근만으로 풍력발전단지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다.

결국 지역주민과 감각적, 문화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면 풍력발전단지 건설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심미적, 문화적 차이를 가진 다양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편집자 주: 김은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의 글입니다. <탄소중립과 사회전환: 탄소중립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 연구>(2023. UNIST 지음, 리스크 인텔리전스 출간)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류종기 EY한영 지속가능경영 ESG 컨설팅 담당 상무는 이 기고문 정리에 도움을 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