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술지 환경과학(Environmental Science: Processes & Impacts)에 최근 게재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친환경 대안으로 주목받는 생분해성 플라스틱(BPs)이 실제 토양 생태계에서 완전하게 분해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생분해성'이라는 마케팅 문구와 달리 실제 분해는 불완전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계가 제품의 재활용성·퇴비화 가능성을 과장하며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그린워싱(greenwashing) 가능성을 경고했다.
연구는 플라스틱을 원재료의 기원(석유 기반인지, 바이오 기반인지)과 생분해 가능 여부에 따라 나눴다. 이에 따르면 PLA·PHA·PBAT·PBS 등은 생분해성으로, PE·PET·PVC·PS 등은 전통적 석유계 비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이미지 출처: 논문에서 캡처. 편집자 주: 아래 표로 재구성
미세플라스틱·독성 부산물, 토양 건강 위협
전 세계적으로 농업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최대 수요처다. 멀칭 필름, 비닐하우스 자재, 종자 코팅 등 다양한 농업용 자재로 쓰이지만, 문제는 토양 속에서 이들 소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험실 환경에서는 높은 온도와 습도로 빠른 분해가 가능하지만, 실제 토양 조건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딘 속도로 진행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논문에 따르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토양에서 미생물 작용으로 조각나고 일부가 무기물로 전환되지만, 상당 부분은 미세플라스틱(MPs)과 잠재적 독성 부산물이 발생해 토양 건강과 작물 생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플라스틱이 토양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메탄, 다양한 유기산 등이 발생하며, 일부 물질은 내분비계 장애물질(EDCs)로 작용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평가 체계 한계…퇴비·해양 기준에 치중
플라스틱 입자가 농약, 중금속, 항생제 등 다른 오염물질을 흡착해 토양과 수질 오염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연구진은 “토양이 장기적으로 플라스틱 잔류물이 축적되는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토양에서의 장기적 분해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표준화된 시험법 마련이 절실하다”며 “이는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과 정책 수립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평가 체계는 대부분 산업용 퇴비화나 해양 환경에 치중돼 있어 실제 농경지와 매립지 조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국제사회가 2022년 논의를 시작한 ‘UN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과 같은 정책 논의에도 생산에서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고려한 과학 기반의 국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생태계와 인간을 지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소재 전환에 더 면밀하고 종합적인 연구가 요청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