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산업 탈탄소 전략...구조개편·원료 및 연료대체
국내 석유화학산업 탈탄소 전략...구조개편·원료 및 연료대체
2050년까지 석유화학 산업의 배출량 감축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분야는 수소와 전기화를 통한 연료 대체다. 수소는 부생메탄을 제거할 수 있고, 전기화는 화석연료 투입량을 줄임으로써 큰 배출량 감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탄 기반 수소 생산과 전기화는 1~2년 내로 적용이 가능한 탈탄소 전략으로 2025년부터 2050년까지 지속적으로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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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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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산업은 2030년까지 범용 NCC 설비를 30% 이상 축소하는 한편 석유화학 산업단지의 지역 전환이 필요하고, 메탄 열분해를 통한 수소생산과 전기화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사단법인 넥스트가 최근 펴낸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넷제로 로드맵' 보고서에 따르면 빠른 시일 내 구조조정을 결단하지 않을 경우 하위 업체 등 업스트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도산에 빠지는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

글로벌 주요 국가의 기후 규제가 무역 규제로 연계되며, 탄소배출 관리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데다가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하는 조치가 절실한 시기이다.

무엇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과 미국의 청정경쟁법안(Clean Competition Act; CCA) 및 해외오염관세법 (Foreign Pollution Fee Act; FPFA) 등 탄소집약도가 높은 제품에 탄소비용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정부주도 석유화학산업 확장, 중동 국가들의 시장 진출 등 국내 기업이 삼중고에 직면한 상황이다.

범용제품 구조조정과 사업다각화 시급

보고서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2022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을 겪고 있으며, 수급 악화와 고유가로 인한 수익성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범용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석유화학업체들의 영업적자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석유화학업체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으며, 재정적 부담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이미 사업 정리를 착수한 상태다. LG화학은 올해 초 대산·여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중국 내 범용 제품 공장을 모두 매각한 바 있다. 에쓰오일(S-Oil)은 원유에서 나프타를 추출하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 기술로 맞불을 놓는 전략을 쓰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과 친환경 제품을 중심으로 한 스페셜티 확장 전략도 필요하다. 고기능성 플라스틱은 중국 대비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고, 바이오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 생산은 탈탄소 경쟁력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 기업은 탄소배출 저감 기술 투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보고서는 "석유화학산업은 주로 기초유분 생산과정에서 배출이 발생하여, 납사분해설비(Naphtha Cracking Center; NCC) 공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전체 석유화학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NCC공정의 탈탄소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산업의 탄소 배출구조. 이미지 출처: 넥스트 보고서.

수소생산과 공장 전기화 투자할 때

보고서는 "화석연료 대체를 위해 부생메탄 기반 수소생산과 전기가열로, 히트펌프 도입 등 석유화학단지의 전기화(electrification)를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부생메탄 기반 수소생산 설비와 전기가열로는 NCC의 연료인 부생메탄과 천연가스 등을 수소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다. 또 히트펌프는 석유화학단지의 전공정에서 사용되는 스팀 생산설비를 기존 연료 보일러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하는 히트펌프로 교체하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 BASF는 메탄 열분해 수소생산방식과 전기가열로가 파일럿 규모로 가동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보고서는 "국내 석유화학단지에서도 2030년 이후 상용화 규모의 연료대체 설비가 가동될 수 있을 것이며, 히트펌프의 경우 상대적으로 설비 투자비용이 낮아 2030년 전 상용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설비투자비용,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의 어려움, 높은 운영비용  부담이다. 기존 설비자산 매각이 여의치 않는 등 구조조정 지원을 포함해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및 금융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대목이다.

바이오매스 등 대체원료 수급이 관건

그런데 석유화학제품은 생산과정에서의 배출량 못지 않게 원료인 납사를 생산하는 과정과 석유화학제품이 폐기물로 소각되는 과정에서의 배출량 비중이 거의 60%에 달한다. 원료 조달과 제품 폐기 단계에서의 배출량 감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결국 대체 원료 조달이 중요하다. 보고서는 "바이오매스에서 생산되는 바이오납사와 탄소포집저장활용(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 CCUS) 기술을 활용하여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결합한 e-메탄올을 대체원료"로 제시했다.

원료대체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바이오매스, 수소 등의 자원 수급 확보가 키포인트다. 보고서는 "국내 기술개발현황, 정부의 자원수급계획 및 장기적으로 확보가능한 자원량에 기반하여 대체원료의 시범생산이 2030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2040년 이후에 대규모 상용화가 이루어져 2050년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리적 재활용 증가로 인한 납사 투입 감소, 폐플라스틱로부터 생산한 열분해유 등의 재활용 원료 비중 확대도 대안으로 꼽았다.

2018~2021년 데이터는 온실가스 인벤토리, 2022년부터 시나리오별 배출량 추정치이며 정부 시나리오는 2030 NDC 석유화학산업의 배출량 목표경로로 산업연구원 추정. 단위: 백만tCO2eq. 이미지 출처: 동 보고서.

2030년까지 NCC 설비 1/3 구조조정

보고서는 배출량 경로를 베이스 시나리오와 구조조정 시나리오로 구분했다. 베이스 시나리오는 현재의 NCC 설비가 2035년까지 유지되다가 그 이후 가동중단을 결정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약 1/3의 NCC 설비를 구조조정하고 범용제품군 포트폴리오를 축소하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시나리오다.

기초유분 생산량 전망 및 탈탄소 기술의 도입시점은 두 시나리오 모두 동일한 가정을 따르고 있다. 배출량의 범위는 상세공정별 배출량 데이터의 미비로 스코프 2는 배제하고 스코프 1(SCOPE 1)만 다뤘다.

이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석유화학산업의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국내 기초유분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배출량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2030년 이후에는 부생메탄 기반 수소생산 및 전기가열로가 상용화 규모로 도입되면서 다소 완만한 속도로 배출량이 줄어든다. 또 2035년부터는 바이오납사, e-메탄올 등의 청정원료가 도입되며 납사 투입 규모가 감소하여 2050년까지 석유화학산업 배출량을 7.6백만tCO2까지 감축한다. 이는 2021년 대비 85% 이상의 감축이다.

2040년까지는 베이스 시나리오의 경우 배출량이 2030년 27.8백만tCO2에서 2035년22.7백만tCO2으로 비교적 완만히 감소한 반면,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2030년 탈탄소 기술 적용과 구조조정 시기가 맞물리며 베이스 시나리오보다 더욱 가파른 배출량 감축경로를 그리게 된다. 2030년부터 2040년까지 베이스 시나리오와 구조조정 시나리오의 누적 탄소배출량 차이는 약 60백만tCO2으로 이는 현재 석유화학산업의 연간배출량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2030년부터 히트펌프, 전기가열 도입

2040~2050년에는 베이스 시나리오와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동일한 배출량 감축 경로를 따르며, 탈탄소 기술의 적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다. 대체원료 생산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석유화학산업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감소하고, 스코프 3(SCOPE 3)의 배출량 또한 감축된다.

또 원유 기반 납사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지만 2050년에도 40% 미만으로 내려가지 못해 양(+)의 배출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때까지 토지이용 및 토지이용 변화와 산림(LULUCF) 등의 흡수원, 그리고 기타 CCUS 프로젝트 등을 통해 국가 차원의 넷제로를 전개해야 한다.

히트펌프와 전기가열로 도입으로 2030년부터 전력은 석유, 석탄, 가스류의 연료를 대체한다. 다만 보고서는 "CAPEX와 기술성숙도를 고려했을 때 전기화의 스케일업 규모가 비교적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2030년에는 석유화학 산업 발열량 기준 연료 투입량의 20%, 2040년에는 36%, 2050년에는 40% 만큼을 전력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원유 기반 납사를 대체하는 청정원료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확대되어 2030년엔 납사투입량의 5%를 차지하는 수준에서 2050년 56%까지 증가한다. 원료로 쓰이는 납사를 대체하는 청정원료 기술은 여전히 개발단계에 있고, 바이오매스, 그린수소, 이산화탄소 포집 등 국내에서 수급의 통제가 어려운 자원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납사 대체 규모에 있어 다소 한계가 있다. 2030년에는 원유 기반 납사의 5%를 바이오납사, e-메탄올, 열분해 납사로 대체하며, 대체비율은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2040년 22%, 2050년 56%가 청정원료로 조달된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넷제로 전환 전략. 이미지 출처: 동 보고서.

탈탄소 견인 주역은 수소와 전기화

보고서는 "2050년까지 석유화학 산업의 배출량 감축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분야는 수소와 전기화를 통한 연료 대체"라고 강조했다. 수소는 부생메탄을 제거할 수 있고, 전기화는 화석연료 투입량을 줄임으로써 큰 배출량 감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탄 기반 수소 생산과 전기화는 1~2년 내로 적용이 가능한 탈탄소 전략으로 2025년부터 2050년까지 지속적으로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NCC 설비 축소와 재활용 원료 비중 확대로 인한 NCC 생산량 감소 역시 현재로부터 2050년까지 꾸준히 업종의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청정원료와 재활용 원료를 통한 원료대체 감축 효과는 다소 미미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며, 잔존하는 납사를 처리함에 있어 발생하는 배출량은 CCUS 설비가 포집을 할 것으로 예상이 되어, CCUS의 역할이 연간 9백만tCO2 규모로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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