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빈'의 밑거름 SK사회성과인센티브

자원순환 기업 수퍼빈(대표 김정빈)이 로이터(Reuters) 통신이 매년 선정하는 ‘지속가능성 어워즈(Sustainability Awards) 2024’에서 순환 전환(Circular Transition) 부문 우수상(Highly Commends)을 수상했다. 수퍼빈의 우수상 선정은 기업의 혁신성, 임팩트, 확장성 외에 제삼자 이해관계자 평가와 사회적 가치 입증 데이터 평가를 토대로 한다.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수상한 수퍼빈은 2015년에 설립돼 ‘돈과 문화가 되는 쓰레기’를 기치로 내건 소셜벤처다. 쓰레기 수거부터 가공 소재화까지 재활용 가치사슬을 구축한 순환자원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가운데)가 수상 뒤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연구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사회적가치연구원

수퍼빈은 이를 위해 폐기물 순환 재활용품 무인회수기 ‘네프론’을 동주민센터 등에 놓고 페트(PET)병, 캔, 우유팩 등을 수거해 고품질 원료(플레이크 등)로 재활용한다. 전국에 1500여 대가 설치돼 이를 통해 재활용된 자원은 7월 기준 페트병이 약 4억 2천만 개, 캔이 약 1억 3650만 개에 달한다.

페트병 등 폐기물을 네프론에 넣은 이용자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개당 10원)를 받아 2천 포인트 이상이면 현금화할 수 있다. 이외에 순환자원 대편 회수 채널 ‘수퍼빈모아’, 자원 순도 유지를 위한 운송 저장 시스템, 페트병을 소재화하는 ‘아이엠팩토리’등을 운영한다.

이번 수퍼빈 수상에는 또다른 뒷힘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SK사회성과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s·SPC)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201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현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장)이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보상 시스템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후 SK그룹 산하 비영리재단법인인 사회적가치연구원에서 SPC를 가동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Center for Social value Enhancement Studies, CSES) 사회성과인센티브. 출처: CSES 홈페이지

사회적기업의 사회·환경 문제 해결 성과를 화폐로 측정하고 그 성과에 비례해 일부를 현금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SPC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448개 사회적기업에 715억 원을 지원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이들이 지난 9년간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가 5천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수퍼빈만 놓고 보면 2023년 기준으로 사회 문제 해결 가치는 약 29억 원으로 환산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448개 기업 중에서 사회적 성과는 최상위권이다.

수퍼빈은 여기에 2019년부터 참여했고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2022년 SPC로부터 약 7억 원을 받아 재활용 분리수거 로봇 R&D에 투입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2년까지 약 460억 원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사회변화를 위한 임팩트 측정 및 입증이 가능해야 한다는 이번 어워즈 심사 기준에도 부합할 수 있었다.

SPC 프로젝트는 사회혁신 학술지인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매거진(이하 SSIR) 2024년 가을호에 소개됐다.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한국의 실험(Korea’s Experiment With Pay-for-Success)’ 기사에서 "영향 측정에 합리적 기준 제고, 성과 중심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유연한 자금 지원 등 지난 10년 동안 SPC는 한국 임팩트 생태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사회혁신 사례가 SSIR 지면에 게재된 건 처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2023년 4월 사회적가치창출연구센터 개소 5주년을 맞아 구성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사회적가치연구원(Center for Social value Enhancement Studies, CSES)

김정빈 대표는 “이번 수상은 저희가 걸어온 9년간의 여정에 대한 인정이며, 앞으로 더 나가라는 응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가치를 함께 지향하며 이 순간을 함께 준비해 준 사회적가치연구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원장은 “수퍼빈처럼 체계적인 관리와 측정 등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