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시대, 양식업의 미래는?

이 기사는 지주식 유기농 김을 시장에 내놓은 김장수 태안김장수 대표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김장수 대표는 다양한 김 체험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김 콘서트로 알려진 어업인입니다. 지속가능한 양식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K-푸드 선봉에서 전성기를 맞은 김을 위협하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 적조 발생, 염도 변화 등은 김의 성장을 방해하고 언제든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지속가능한 김 생산은 이미 양식업에서 중요한 과제다. 8년 전 태안에서 김 양식업을 시작한 ‘태안김장수’의 김장수 대표도 그 최전선에 있다.

김장수 대표는 해수 온도 상승은 물론 지속 가능한 바닷속 생태 환경까지 고려한 김의 미래를 상정하고 있다. 일명 ‘곱창김’으로 불리는 잇바디돌김을 ‘지주식’으로 키운다. 김 대표는 “지주식 곱창김은 수온이 25도까지 높아져도 괜찮다”고 말했다. 대개 김 양식은 수온 22도 이하에서 시작한다.

그는 곱창김 양식을 끝내면 일반 김 양식에 나서 이모작을 한다. 이후에도 양식장 쓰임새는 이어진다. 김 양식을 마감한 양식장은 동죽(물총조개), 맛조개, 백합(조개) 등 생물다양성이 공존하는 세계로 탈바꿈한다.

김장수 태안김장수 대표.

태안 바다 자정능력에서 ‘김’의 미래 보다

태안 바다는 2007년 12월,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기름 유출을 겪었다. 현재는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단계다. 정부도 사고 이후 10년 동안 추적조사를 하고 백서 발간을 통해 회복을 선언했다.

김 대표는 사고 이후 유류피해대책위원회에서 일하면서 태안 바다의 회복탄력성을 직접 목격했다. “태안 갯벌이 (기름 유출에 따른 해양오염) 회복 속도를 빠르게 했다고 본다. 동해안은 파도의 파동만 있지만, 서해안 갯벌은 하루 두 번 물이 들어오고 빠질 때 네 번 파동이 일면서 효율적으로 정화한다.”

김 대표는 기름 유출 사고 이후 가해 기업인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기금 운용 명목으로 설립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하면서 산오징어, 꽃게 외에 태안이 내세울 수 있는 가공특산품에 시쳇말로 꽂혔다. 당시 기후위기를 고려하는 정도이긴 했어도 해조류가 지닌 탄소 저감 능력을 헤아린 건 아니었다. 김을 계속 파고들면서 해조류가 기후위기 대응에 효과적인 자원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해양생태계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는 견고한 친환경적 해법이다. 특히 해조류는 육상식물과 대등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발생한다.” - 해양생태학자이자 기후학자 카를로스 두아르테(Carlos Duarte)

약품 쓰지 않는 양식, 생물다양성 살린다

김 대표는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에 해당하는 유기 수산물 인증을 받았다. 유기농 김은 활성처리제를 사용해선 안 된다. 김 포자부터 전체 과정을 담아 2년 동안 일지를 작성해서 증명하는 것부터 해수 검사, 오염물질 여부 등 각종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김 안에 중금속, 방사능 등이 있어서도 안 된다. 인증을 받고도 1년에 한 번씩 (인증을) 갱신하기 위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시간과 비용 문제로 지주식 유기농 김은 전국 김 생산량의 10% 정도에 그친다. 이 가운데 태안 지역은 지주식 김 양식의 메카다. 규모는 240여 헥타르에 달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이를 가능케 했다. 김이 바다에 잠겼다 노출됐다 반복하는 과정에서 햇빛을 받아 불순물과 이물질이 없어진다. 이 과정서 김이 스스로 살아남는 힘을 갖는 덕분에 약품을 쓸 필요가 없다.

반면 김 양식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류식은 병충해와 이물질 제거 등을 위해 활성처리제를 쓴다. 양식장에 물이 빠지면 생물다양성이 넘치는 갯벌로 변신하는데 김에 약품이 잔류하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에 서식하는 다른 생물들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일부 부류식도 약품을 쓰지 않고 유기농 인증을 받는 경우가 있다.

'김'의 아이디어...블루카본까지 무궁무진

“사실 바다 오염의 원인을 따지면 생업 전선에 서 있는 어민은 20%도 안 된다. 플라스틱 쓰레기 등 해양 오염은 악화일로다. 우리 모두가 바다 오염의 주범이다. 소비자도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김 콘서트는 그래서 만들었다.”

김 콘서트는 태안김장수를 대표하는 시그니처다. 지난 1년 동안 200회에 걸친 김 콘서트를 통해 2700여 명을 만났다. 김 막걸리, 김 말차라떼, 김 전, 김 소금빵 등 김을 이용한 요리는 물론 김 명함, 김 가발, 김 한지 염색, 김 잉크 등을 실험해 볼 만큼 독창적이다. 김으로 발효한 홍차, 베이커리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부여에 있는 자연방사 닭 농장과 협력해 닭들에게 김을 먹이고 있다. 닭들은 김을 잘 먹고 있는데, 잔털이 많아졌고 체온조절을 스스로 하는 등 건강한 상태다. 태안 지주식 유기농 김이 닭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한 연구자는 김과 관련된 환경호르몬 콘텐츠 아이디어를 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로컬푸드 팝업스토어 일환으로 김 편집숍 제안도 했다. 또 서영범 충남대 교수(환경소재공학과)를 만나 김으로 만든 종이 이야기도 나눴다. 홍조류로 종이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서 교수는 ‘블루카본(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프로젝트’의 영감을 줬다.

다양한 활동 덕분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김 대표는 “부산서 활동하는 한 셰프님이 부탄 왕비의 초청을 받았는데, 내년에 함께 부탄에 갈 계획이다. 김이 어디까지 가고 무엇이 될지 모르겠다.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김을 활용한 탄소배출권이나 블루카본 프로젝트도 고민하고 있다. 관심 있는 혁신가나 기업이 있다면 공동으로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 ASC 
항생제 사용 최소화, 양식 어류 복지 보장

양식 수산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배출 추정량의 0.49% 수준이다. 양식 수산물은 축산물 대비 탄소배출 경쟁력이 높은 편이지만 양식 방법에 따라서는 배출량 편차가 큰 상황이다.
계절과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물 사용량이 많고 오염물질 배출이 직접적인 비순환여과양식은 순환여과양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2배 정도 많다. 연안이나 강가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전통적인 양식이 비순환여과양식이다. 주변 수(水)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가두리양식이 대표적이다. 가두리양식은 환경통제력이 떨어져 저탄소시대에 걸맞는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육상 양식업이다.
미국과 유럽(EU) 등은 양식업의 전환 국면에 발빠른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행정명령 제14008호에 근거, 수산부문 화석연료 직접 보조금 중단 및 바이오 연료 사용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상업적 어업의 탄소발자국 감축, 탄소격리 등 이행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EU는 양식업을 저탄소 단백질 생산의 주요 공급원으로 간주하고 환경 성과 개선, 양식 어류 복지 보장, 기후변화 대응력 강화,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 확보 등 양식산업을 위한 4개 분야 지침을 마련했다. 2019년 12월 발표한 그린딜(Green Deal) 정책과 연계된 지침이다.

탄소인증 취득...데이터 체계부터 구축하자

양식과 어선어업에 대한 탄소 항목을 포함하는 등 저탄소시대 수산업 전반의 정책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계수산양식관리협의회(ASC)는 양식 수산물에 대해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하고 포괄적인 인증 표준을 관리하고 있다.
2018년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66개 국가의 596개 양식장에서 생산된 10,925개 제품이 ASC 인증을 받아 ASC 마크를 부착하고 있다. ASC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양식장이 환경 보호, 수질 관리, 사료의 환경적 영향, 야생 해양생물 보호, 항생제 사용 최소화, 근로자 인권 보호 등 6가지 주요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연구본부장은 지난해 KMI 성과보고회서 발표한 '탄소중립시대 양식산업 대응전략'을 통해 "탄소국경세를 도입(EU)하는 한편, 대규모 플랜트형 양식 및 육상양식 탄소배출 제로 권고에 나서는 등 포괄적 선제적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해외 각국의 대응에 비하면 국내는 저탄소 인증취득, 공급망 관리를 위한 온실가스(Greenhouse Gas, GHG) 배출량을 계산하고 보고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도구와 데이터 관리부터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양식산업의 성장 및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 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김장수 대표의 유기 수산물 인증 '김'은 스마트 양식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흥미로운 스토리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보다 환경 친화적이고 소비자 신뢰와 함께 하는 양식산업 전환 패러다임의 서곡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