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산림활동(forest activities)으로 탄소중립 달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국내 연구 논문이 나왔다. 'ESG 경영 실천전략: 애플(Apple) 탄소중립 사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애플은 산림활동으로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고 자사의 탄소배출량을 상쇄해 ESG 경영에서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은 1976년 설립된 글로벌 IT 기업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올 6월 기준 시가총액 2위(3조 2천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애플이 속한 산업군인 제조업은 산업 특성상 경영활동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부문이다.
현재 애플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핵심은 2030년까지 자사의 탄소배출량을 2015년 배출량 기준 75%를 감축시키고, 나머지 25%를 제거(removal)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초원, 습지, 산림 복원 등의 자연에 한 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한 탄소 상쇄(offse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애플은 지난 2017년부터 케냐에서 산림 복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 활동으로 탄소배출권을 획득하여 2020년 자사의 탄소배출량 전체를 상쇄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의 산림활동 프로젝트는 'Mangrove Forest & Grassland Conservation' 사업으로 2019년 케냐 추율루(Chyulu Hills)의 약 70,000헥타르 면적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활동이다.
해당 지역 생태학적 특성 인지가 관건
애플은 케냐, 과테말라, 중국, 콜롬비아, 페루 등 세계 각지의 산림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으나 케냐 지역 이외에서의 활동은 탄소배출권 구매에 국한되거나 탄소배출권 획득의 규모가 크지 않다.
케냐의 추율루 지역은 화전 농업과 숯을 만들기 위해 진행된 산림 벌채(Deforestation)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이에 'REDD+ 프로젝트'를 추진해 해당 지역의 보호와 복원을 위한 산림활동을 수행했다. 탄소흡수량의 우수성이 입증된 맹그로브 숲처럼, 케냐의 사바나 초원 또한 효과적인 탄소흡수원으로 평가받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추율루 지역에서 진행된 사바나 초원의 복원을 통해 약 3,700만 tonCO2eq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또 애플은 케냐 지역의 산림활동을 통해 2020년 53,000개, 2021년 167,000개, 그리고 2022년 315,000개의 탄소배출권을 획득했다.
애플은 케냐 외에도, 2020년 콜롬비아 지역과 2022년 페루 지역에서 수행한 산림활동으로 각각 17,000개와 9,100개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
이러한 산림활동으로 획득한 탄소배출권은 애플 내부의 탄소배출량(Scope 1 + Scope 2 + Scope 3 일부)과 동일한 규모다. 애플은 해당 탄소배출권을 활용하여 자사의 탄소배출량을 상쇄함으로써 2020년 탄소중립을 달성,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논문은 "기업이 산림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은 해당 복원 활동이 진행되는 토착 지역의 기후와 특성, 생태학적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생물다양성 지원, 원재료 활용으로 넓혀
애플은 케냐 지역에서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지속가능한 체계를 갖춘 산림활동으로써 현지의 정부, 또는 지역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해당 지역에 적합한 나무를 식재하는 등 생물다양성 지원까지 영역을 넓혔다.
특히 애플은 산림을 탄소배출량 상쇄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로서 적극 활용했다. 자사 제품의 패키징을 위해 사용되는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을 목재를 비롯한 섬유로 대체한 것이다.
2022년 기준 애플은 총 276,100톤의 제품 포장재 중 30%는 목재에서 처음으로 추출한 섬유(virgin wood fiber)를, 66%는 목재를 비롯한 재생 섬유(recycled fiber)를 활용했다. 플라스틱은 단 4%에 그쳤다.
애플은 2025년까지 제품 패키징에 있어서 플라스틱 사용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목재 섬유와 재생 섬유 등 지속가능한 소재의 활용 비중을 더욱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논문은 산림활동과 ESG 지표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활용한 지표는 국내 지표 3개(K-ESG 가이드라인,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K-Taxonomy), 해외 지표 5개(GRI Standards, TCFD Recommendations, TNFD Recommendations, CDP Climate Change), EU Taxonomy) 등이다.
애플의 산림활동 내용과 이들 8개 ESG 지표를 분석한 결과, 기업이 산림활동을 진행했을 때 연관되는 하위지표는 총 21개, 해당 지표들이 의미하는 ESG 이슈는 5개(기후변화 대응, 산림, 생물다양성 보전, 온실가스 감축, 이사회)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대응’ 이슈와 연계된 지표는 총 4개로 K-ESG 가이드라인,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TCFD Recommendations, CDP Climate Change가 해당한다.
8개 지표 중에 ‘산림’ 이슈에 해당하는 지표는 K-ESG 가이드라인, K-Taxonomy, EU Taxonomy로 3개가 있다. 하위지표로는 ‘K-ESG 가이드라인의 E-추가진단 산림탄소흡수량’, ‘K-Taxonomy의 산림생태계 복원’, ‘EU Taxonomy의 완화: Conservation Forest’에 해당한다.
논문은 "여러 하위 항목에 ‘산림’의 키워드가 직접적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은 산림을 통한 기후변화 위기 대응, 탄소중립, 생물다양성 보전 등의 계획을 이행함에 있어 산림이 효과적인 활용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생물다양성 보전’ 이슈에 해당하는 지표는 K-Taxonomy와 CDP Climate Change으로 2개가 있다. 하위지표로는 ‘K-Taxonomy의 산림 생태계 복원’, ‘CDP Climate Change의 C15 생물다양성’ 등이 있다.
애플이 케냐에서 수행하는 산림활동은 환경 보호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산림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협력과 산림 복원 및 보호 과정에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생태계를 보전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게 되는 흐름이다.
‘온실가스 감축’ 이슈에 해당하는 지표는 K-ESG 가이드라인,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GRI Standards, TCFD Recommendations, TNFD Recommendations, CDP Climate Change로 6개가 있다.
기후변화, 이사회 등 ESG 지표 연계성
‘이사회’ 이슈에 해당하는 지표는 K-ESG 가이드라인,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CDP Climate Change로 3개가 있다. 하위지표로는 ‘K-ESG 가이드라인의 E-1-1 환경경영 목표 수립’,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의 ESG 위험 및 기회’, ‘CDP Climate Change의 C1 – 지배구조, C2 – 위험과 기회’가 해당된다.
기업의 최소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승인한 산림활동은 기업의 자발적 환경 보호 활동이 아니라, 이사회의 승인을 통해 전략적으로 진행된 투자 결정이다.
애플은 콜롬비아의 맹그로브 숲 복원 및 보전도 수행했다. 맹그로브 숲은 해안이나 하구의 습지에 발달하는 숲으로, 맹그로브 숲의 탄소흡수 효과는 해양 생태계 차원의 탄소흡수를 의미한다.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는 블루카본(blue carbon)으로, 열대우림이나 침엽수립 등 육상 생태계에서 흡수하는 탄소인 그린카본(green carbon)과는 다른 개념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블루 카본(blue carbon)의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론의 부재로 인해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 규모의 자발적 탄소배출권 발급기관인 베라(Verra)에서는 조간 습지와 해초 복원 방법론(Methodology for tidal wetland and seagrass restoration)에서 맹그로브 숲의 탄소흡수량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애플은 맹그로브 숲에서의 산림활동을 통한 탄소배출권 획득 또한 가능해질 전망이다. 논문은 "이로써 곧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달성이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산림활동은 기업의 자본조달에도 기여한다. 국내외에서 투자 의사결정시 ESG 및 비재무성과를 고려하는 책임투자(Responsible Investment, RI)의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책임투자 규모는 약 35.3조 달러(약 4.8경 원)에 달한다.
기업의 구체적 성과 분석은 더 필요
국내의 경우는 2022년 기준 1,098조 원 규모다. ESG 지표인 K-Taxonomy와 EU-Taxonomy는 산림활동을 녹색활동으로 지정하여 해당 활동에 대한 원활한 자금조달에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폭스콘(Foxconn) 등의 위탁생산업체에서 자사의 제품을 생산한다. 즉 공급망(supply chain)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논문은 "애플이 자체적인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음으로써 그만큼 자사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다른 기업에 비해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체 생산 위주의 삼성전자는 2021년 탄소배출량이 15,053,000 tonCO2eq에 달한다. 이는 애플에 비해 약 100배 이상 많은 규모다. 따라서 애플의 산림활동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과 같은 성과를 다른 기업이 단기간에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 산림활동이 기업의 실질적인 ESG 성과 변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CCUS에 비해 산림이 더욱 효율적·효과적이라는 정량적 근거는 더 연구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기업의 탄소배출량 감축 및 상쇄 방안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기업의 경영활동 범위(boundary) 내 생산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직접 감축하는 것으로 고효율 설비 사용 및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사용 등이 있다.
또 다른 방안은 기술을 활용하여 이미 배출된 탄소를 ‘흡수 및 포집’하는 것으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이 대표적이다. 배기가스 등의 온실가스 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 및 정제하여 포집(Capture) 후, 제품의 원료로 활용(Utilization)하거나, 땅속이나 해저 등에 저장(Storage)하는 기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CCUS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2070년에는 CCUS 기술을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량이 전 세계 누적 감축량의 15%에 달할 정도로 그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논문에 따르면 "현재의 CCUS 기술은 수익률 대비 높은 초기 비용, 표준화된 규제 프레임워크의 부재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및 활용에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CCUS 시설은 약 45개이며, 이 시설의 연간 총 이산화탄소 포집량은 5천만톤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CUS 기술이 아직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로 위해 활용하기에는 인프라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산림부문 배출권거래제 진행
반면 전 세계 산림 면적인 약 40억 6천만 ha에서 연간 감축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42.2억 톤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감축 전략을 선택할 때 '산림'을 그 대안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부상한 배경이다.
산림은 국제연합(United Nations)이 인정한 ‘핵심 탄소흡수원’ 중 하나이며, 조림(afforestation), 산림 관리(forest management), 산림 파괴 감소(reduced deforestation)등 산림의 탄소흡수기능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은 기후변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에서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이 감축 계획 가운데는 산림(forest)을 활용한 탄소흡수를 주요 방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국내 환경부 총괄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목적으로 ‘산림부문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또 한국임업진흥원은 해당 사업에서 배출권거래가 가능한 산림활동을 신규조림/재조림, 목제품 이용, 식생복구, 갱신조림, 산림재해 피해지 조림으로 나누어 구체적인 탄소배출량 산정 방법론을 발표했다.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산림활동을 통해 인증 받은 외부사업 인증실적(KOC)을 한국거래소(KRX)에 기반한 시장에서 거래하거나, 상쇄배출권(KCU) 형태로 자사의 감축실적에 활용하여 온실가스 감축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