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인간 행동의 결과인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는 최근 많이 언급되는 화두다. 사실 지구 온난화는 천연자원의 남용으로 인해 촉발된 문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물 부족, 삼림 고갈, 희귀 천연자원 및 복구 불가능한 재료, 공급망 관련 지정학 위기, 불평등한 노동 등 또 다른 지속가능성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지구 온도 변화로 인한 연쇄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과제들에 맞닥뜨려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또는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개선을 위한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보고서를 작성, 공개한다. 그러나 산업계 임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두 가지 극명한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응답자의 40% 이상이 이해관계자 대상 ESG 공개 내용과 비즈니스 전략 조치 간에 추적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연계가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또 60% 이상의 기업에서는 ESG 공시 데이터가 비즈니스관점에서 기업이 전략을 수립하는 데 사용되기보다는 주로 외부 이해관계자가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ESG 보고는 일정 주기(통상 연1회)로 공시 표준에 따라 수집, 집계된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 이러한 정보는 너무 광범위하고 의미 있는 지속가능성 관련 변화를 가져오거나 의사결정의 기반으로 삼기에는 (데이터 시점 차이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사실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제조회사들이 실시간으로 재무, 회계 통제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ESG 데이터도 비즈니스 운영의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인공지능(AI)이 필요하다. AI 기반 ESG 데이터는 기업과 이해관계자 간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AI는 지속 가능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재무적 인센티브를 파악하여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포함한 많은 긍정적인 결과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제조업을 위해 AI가 가져오는 기회의 활용
재료 폐기물 감축하기(Reducing material waste)
지구 온난화 지수(GWP,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다른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환산)는 40조 달러로 추정되며, 제조업이 이 가운데 40%를 발생시킨다. 제조업은 계획적인 노후화를 통해 위험하고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제거하고, 일회성 사용(single-use) 및 과도한 자재 사용을 줄이며 지속 가능성, 순환성, 지구 영향 감소를 염두에 두고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각 목표는 기업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지출을 줄이며 새로운 제품 및 애플리케이션 경로 개발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4조 달러에 달하는 시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AI 기반 데이터는 제품이 생산 라인에 들어가기 전에 비효율적인 자재 사용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AI는 원자재, 에너지 관리, 새로운 서비스 모델 설계를 위한 정밀한 소싱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공급망 전반의 에너지 전환 전략 추진하기(Driving energy transition strategies throughout the supply chain)
인간이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거의 60%가 제조업과 이와 관련된 운송 및 물류 운영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높은 배출량이 일어나는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공급망의 사일로화된 특성으로 인해 제조업체가 화석 연료 배출을 줄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통합적인 접근 방식을 시각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I는 이 과정에서도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이 기술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대규모 데이터를 사용하여 글로벌 성과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제조업체는 AI를 사용하여 지출 모델을 분석하고 해양 및 물류 부문과 협력하여 이러한 사일로(조직, 부문간 소통과 통합이 어려운 상태를 의미)를 허물 수 있다.
이때 제조업체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물류 파트너, 특히 해운사(ocean liners)와 협력해야 한다. 가령 해상 물류는 전 세계 상거래의 90% 이상을 운송한다. 서로 협력해야만 운영을 최적화하고,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이미 AI의 발전으로 기업과 공급망 파트너는 운송 경로, 날씨 및 교통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포함한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분석하여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코그니전트(Cognizant)는 세계 최고의 해상 물류 기업 중 한 곳을 위해 AI 기반 자문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회사가 70척이 넘는 선박의 연료 소비를 최적화하여 7% 이상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이 모델은 화물 예약 및 항만 운영 관리를 최적화하여 선박이 항구에 서둘러 도착했지만 부두가 확보될 때까지 항구에서 대기하는 상황을 줄였다. 이러한 이점은 물류 회사와 물류에 의존하는 제조업체에 특히 도움이 된다.
소비자 인지도 및 수요 증가시키기(Increasing consumer awareness and demand Scope 3(기타간접배출))
탄소 배출량을 측정, 보고할 때 제조업체는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 인지도를 높일 책임이 있다. 적어도 미국에서만 연간 4억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그 중 21%만 재활용되는 전 세계에서 제조업체가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조업체는 AI 기반 모델을 통해 고객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친 데이터를 분석하여 제품의 영향과 수명 종료(end-of-life) 모델을 시각화 할 수 있다. 제조업체는 시장 동향, 브랜드 가이드라인, 제품 수명주기를 분석하여 폐기물 흐름과 기타 제품 속성을 시각화 함으로써 경쟁 차별화를 추진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사용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제조업체는 제품을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와 사용 후 재활용 방법에 대해 소비자에게 직접 교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가 공급망 지속가능성 속성을 정량화하기 위한 통합 ESG 데이터 전략을 수립하면, 이후 해당 기업은 마케팅 및 광고를 통해 제품 주장을 더 잘 입증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남용과 착취 줄이기(Reducing exploitation)
"싸게 사서(buy cheap) 많이 만들어(make more) 비싸게 파는(sell high)"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 경제는 항상 자원의 남용과 노동력 착취로 이어진다. AI와 여러 디지털 기술은 상업적으로도 효과적이면서도 근본적으로 혁신적인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원 남용과 노동 착취를 줄이기 위한 여러 실제 성공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음료회사는 AI, IoT 및 실시간 차량 관리를 활용하여 호텔 및 주거용으로 새로운 음료 납품(dispensing) 전략을 수립하여 냉장, 유리, 물 배송으로 인한 배출량을 줄였다.
·수술 절차 및 관련 의료용품 관리를 위한 통합 솔루션은 수술 중 실시간 재고 시사점을 파악하여 병원 폐기물을 줄였다. 그 결과 주문 및 재고 관리에 낭비되는 처리 작업이 70% 이상 감소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 AI 활용 실천 사례 9가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인간의 의사 결정을 돕는 인공지능(AI)의 힘이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 중 하나인 기후 변화와의 전쟁은 AI가 변혁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지역에는 이미 거의 40억 명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2030년에서 2050년 사이에 영양실조, 말라리아, 설사, 열 스트레스만으로 연간 약 250,000명이 추가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9가지 사례가 있다.
1.인공지능은 어디서, 얼마나 빙산이 빠르게 녹는지 안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만 배 빠른 빙산의 변화를 측정하도록 훈련되어 왔다. 기후 변화가 대기를 따뜻하게 만들면서 가속화되는 과정인, 빙하가 얼마나 많은 양의 녹은 물을 바다로 방출하는지를 과학자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럽우주국(ESA, European Space Agency)은 영국 리즈 대학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AI가 위성사진에서 거대한 남극 빙산들을 불과 100분의 1초 만에 지도를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작업을 인간인 하는 경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며, 구름과 해빙의 흰 속에서 빙산을 식별하기가 어렵다.
2. AI와 산림 벌채 현황을 매핑, 모니터링하기
삼림 벌채가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매핑하는 데에도 AI, 위성 이미지 및 생태학 전문 지식이 사용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본사를 둔 스페이스 인텔리전스(Space Intelligence)는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위성 데이터를 사용하여 우주에서 100만 헥타르 이상의 토지를 매핑했다. 이 회사의 기술은 삼림 벌채율과 숲에 저장된 탄소량과 같은 지표를 원격으로 측정한다.
3. 아프리카에서 기후 위험에 직면한 지역사회를 돕는 AI
아프리카에서는 부룬디, 차드, 수단의 기후 변화에 취약한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유엔(UN) 프로젝트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IKI 프로젝트는 AI 기술을 사용하여 날씨 패턴을 예측함으로써 지역사회와 당국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그 영향을 완화하는 방법을 더 잘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는 청정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 개선, 적절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 구현, 재조림(reforestation) 장려 등이 포함된다.
4. AI를 활용하여 더 많은 폐기물 재활용하기
AI 시스템은 폐기물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 기여한다. 미국 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 따르면 폐기물은 메탄의 주요 배출원이며 전 세계 온실가스(GHG) 배출량의 16%를 차지한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그레이패럿(Greyparrot)은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시설을 분석하여 더 많은 폐기물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2022년에 67개 폐기물 범주에 걸쳐 320억 개의 폐기물을 추적한 결과, 회수할 수 있지만 매립지로 보내지고 있는 평균 86톤의 폐기물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5. 바다를 청소하는 AI
네덜란드 환경 단체 The Ocean Cleanup은 AI와 관련 기술을 사용하여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을 제거하고 있다. 물체를 감지하는 AI는 환경 단체가 외딴 곳에 있는 해양 쓰레기의 상세한 지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다음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제거할 수 있어 트롤어선과 비행기를 이용한 기존의 청소 방법보다 효율적이다. 플라스틱 오염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자연에 해를 끼쳐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6. 기후 재해를 예측하는 AI
브라질 상파울루의 시프레모(Sipremo)라는 회사는 AI를 사용하여 기후 재난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어떤 유형의 기후 재난이 될지 예측하고 있다. 회사의 목표는 기업과 정부가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지역사회의 도전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회사는 보험, 에너지, 물류, 스포츠 등의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며 재난 상황과 대기질 등의 요인을 분석하여 행사 연기 또는 중단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7. AI 기후 분석 도구의 위시리스트
구글 AI 연구소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는 여러 분야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후 변화에 대한 글로벌 AI 솔루션을 발전시킬 수 있는 데이터 세트의 전체 위시리스트(wishlist) 구축이 포함된다. 구글 딥마인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 머신러닝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계와 업계 자원 봉사자들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Climate Change AI와 함께 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Google AI 도구는 일기 예보를 개선하고 풍력 발전소의 생산량을 더 잘 예측하여 풍력 에너지의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8. AI가 산업계의 탈탄소화를 돕는 방법
AI는 금속 및 광업, 석유, 가스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의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Eugenie.ai는 위성 이미지와 기계 및 공정의 데이터를 결합하는 배출량 추적 플랫폼을 개발했다. AI는 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기업이 배출량을 20~30%까지 추적, 추적하고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산업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를 발생시킨다.
9. 드론을 이용한 브라질 언덕 숲 가꾸기
브라질에서 AI 기반 컴퓨터가 드론과 결합하여 해안 도시 리우데자네이루 주변의 언덕을 재조림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컴퓨터는 떨어뜨릴 목표와 씨앗의 수를 정한다. 2024년 1월에 시작된 이 이니셔티브는 리우 시청과 스타트업 Morfo의 파트너십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씨앗을 투하하여 뿌리고 재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지 정부에 따르면 드론 한 대가 분당 180개의 씨앗 캡슐을 뿌릴 수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재조림에 사람의 손을 사용하는 것보다 100배 빠른 속도다.
'순환 경제' 전환 위한 기업의 노력 중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2023년 10대 신흥 기술' 보고서에서는 텍스트, 이미지,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의 콘텐츠를 생성하는 생성형 AI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의약품 설계, 건축,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에서 생성형 AI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AI는 농작물에 부착된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여 농업을 개선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를 포함하여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 나열된 기술은 기후 위기와 같은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될 수 있고 앞으로 더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모델) 기반 생산, 소비 프로세스를 향한 진정한 변화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때에만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창출하는 자유 시장 경제인 것이다. 기업은 비즈니스 데이터에 AI를 적용하여 자원 남용과 노동 착취를 제한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더 건강한 지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성장과 성과를 위한 잠재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필자 류종기 EY한영 상무는 지속가능금융(ESG)과 기업 리스크관리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겸임교수로 '전략적 ESG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고 있다. 류종기 상무는 <매직 컨베이어 벨트: 지속가능한 공급망, 인공지능과 일의 미래>, <뉴애브노멀: 팬데믹의 그림자 서플라이 쇼크를 대비하라>, <밸런싱 그린: 탄소중립시대, ESG 경영을 생각한다> 등의 번역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