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전력기업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는 AI를 활용해 전력 수요·공급을 최적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극대화하는 요금 정책으로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전력망의 효율적 관리나 산업 공정 개선, 친환경 모빌리티 혁신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중립 가속화의 기반으로도 주목받는다.
하지만 AI의 발전과 함께 데이터센터 시장이 확산되어 전력 수요가 크게 일어나면서 탄소중립의 걸림돌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기존 전력망 용량 부족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망 연결 지연 사례까지 발생한 런던 서부 지역 사례는 대표적이다.
한국의 경우 2024년 말 기준 국내 150개의 데이터센터 중 계약전력 비율 70.6%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위치하고 있다. 전력자립도가 낮은 수도권은 대규모 수요 자원의 추가 수용은 불가능한 상태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입지를 위해서는 혼잡시간대 부하 제어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는데 구글의 AI 도입(Carbon-Intelligent Computing)이 부상했다.

3월 국회에서 열린 'AI는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세미나(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에서 'AI를 위한 에너지, 에너지를 위한 AI'를 발표한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는 예측가능성, 관측가능성, 유연성, 복잡성 등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꼽고 AI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승완 교수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고 잠재적인 문제를 예측하고(Predictive)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 현재 상태를 추정하거나 이상을 감지하는 측면(Reactive) 그리고 에너지 시스템 실시간 자율제어 등 도구적인 측면으로 AI를를 구분하여 설명했다.
스타트업 '원프레딕트'의 터빈 설비 진단, 글로벌 에너지 기업 GE 버노바(Vernova)의 설비 운영 효율 향상 및 에너지 관리 등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딥러닝 기술을 통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도 가능하다. 과거 기상 관측 데이터와 과거 발전실적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학습시켜 발전량 예측 정보를 서비스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또 전력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분석해 도매전력시장 가격 예측도 가능하다. 도매전력시장 최적 입찰 전략을 수립하여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시장참여 수익성 증대를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특히 전력 계통 안정도 제고에 유용하다. 김 교수는 "사고 발생 시 안정성(transient stability) 확보를 위한 발전기 양(trip)을 결정하고, EV 충전소를 제어대상으로 사용하여 계통안정도 확보, 암호화를 고려한 모형을 제안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실시간 배전망 운영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최적조류계산을 통한 효율적인 에너지 운영 및 관리, 운전원 개입 없는 완전 자동화 운전 등 실시간 송전계통 운영에도 보탬이 된다.

그러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데 AI 적용은 데이터 수집, 목적, 책임성 등의 질문이 남는다. 김 교수는 "공공 데이터 포털 등 정부 차원의 인프라 제공으로 충분한지, 시행착오를 감당할 수 있는가 등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 것인지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에 대해 빠른 판단을 내리는 데 요긴하지만 왜 굳이 AI를 사용해야 하는지 명확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AI 모델이 생성하는 잘못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결과(hallucination)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성을 갖는지 정리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에너지 AI'는 에너지 전환과 기후 변화 대응을 앞당기는 좋은 도구이지만 AI산업 성장의 병목인 전력망 연계 문제를 풀어야 한다.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망 연계 문제는 결국 AI 데이터센터의 표준 모델을 정립하고 증명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및 실증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김 교수는 "모듈화, 파운드리화를 통해 K-그리드 기술의 수출상품화, 정부·산업·연구기관 간 협력을 바탕으로 DC2 SPV 모델을 현실화하고, 파운드리 산업의 해외 진출 추진과 국내 규제 체계 안에서의 구현 방안 등 현실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 동시 검토, SPV 확산에 따른 전력회사, 계통운영자, 발전사업자, 중전기기 회사의 역할 변화" 등을 주문했다.
한편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 디지털 부문이 전체 에너지 소비 비중의 5%를 넘었는데, 10년 안에 9% 이상 갈 수도 있다"면서 "AI 데이터 센터 전력수요 해결에 핵발전, SMR로 해결하는 것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빅테크가 알아서 AI의 개발방향을 ‘그린 AI’로 잡지는 않는다"며 좋은 혁신을 위한 '좋은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너지 AI'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줄 것이라는 낙관론은 시기상조다.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소통의 장이 요구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