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기온 상승을 경험한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부문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4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영국 비영리 기관 에너지 연구소(Energy Institute)는 최근 공개한 '세계 에너지 통계 검토'(제74판) 연례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의 확대 생산에도 화석 연료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4년 전 세계 총 에너지 공급량은 2% 늘어났고, 석유, 가스, 석탄, 원자력, 수력, 재생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원이 함께 증가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재생에너지 가운데 풍력과 태양광 부문 에너지 발전을 합하면 무려 16% 성장했다. 총 에너지 수요 증가율보다 9배 빠른 속도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단 2년 만에 거의 2배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은 신규 증가분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했다. 중국은 석탄, 가스, 석유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용량의 급속한 확장을 바탕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천연가스·석탄 사용 증가…CO₂ 배출량 4년 연속 최고치 경신
중국의 에너지 선택의 규모와 방향은 세계가 안전하고 저렴하며 저탄소 에너지 미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 화석 연료 사용량은 1% 남짓 증가에 그쳤으나 전 세계 CO₂ 배출량은 1% 증가했다. 전년도 기록인 40.8기가톤을 넘었다.
화석 연료 중에서는 천연가스가 2.5% 성장하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원유 수요는 국가 간 편차가 있었다. OECD 국가의 원유 수요는 소폭 감소 이후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이 집중되어 있고 화석 연료가 여전히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비OECD 국가의 석유 수요는 1% 증가했다.
석탄은 1.2% 성장하며 여전히 전 세계 최대 발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인도는 작년 한해 석탄수요가 4% 증가하여 현재 CIS, 중남미, 북미, 유럽의 수요를 합친 수준과 같은 규모가 됐다.
에너지연구소는 "재생에너지는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에너지 믹스에 기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면서 "청정 에너지와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의 동시적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세계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구조적, 경제적, 지정학적 장벽이 아직도 건재함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지정학적 갈등 속 에너지 안보·기술 경쟁도 격화
사용량 증가, 전기화 가속화 등 패턴 변화, 불균형성(무질서함) 등이 드러나는 에너지 전환 환경의 특징들이다.
앤디 브라운(Andy Brown, OBE, FEI) 에너지연구소장은 "에너지 접근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전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도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전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그중 60%는 화석 연료로 충당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또다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중동 갈등이 격화하면서 에너지 안보, 자원 접근성, 그리고 기술 주권 경쟁이 급격하게 부상한 것이다.
와파 자프리 영국 KPMG 에너지 및 천연자원 전략 책임자는 "COP28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금리 상승과 공급망 비용이 재생에너지 진전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저렴한 가격, 공급 안정성, 탈탄소화 등 에너지 전환의 주요 과제를 둘러싼 국가 간, 기업 간 공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