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새판 짜야 한다…유럽 기업 CSRD 보고의 시사점
ESG 공시 새판 짜야 한다…유럽 기업 CSRD 보고의 시사점
일부 유럽 기업들은 업종 관행을 넘어 AI, 사이버 보안 등 선제적 공시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도 자사 산업군과 이해관계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공시 전략 수립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일PwC CSRD 보고서는 "유럽 기업의 공시를 벤치마킹 하되 단순한 모방이 아닌 자사 산업군의 리스크·기회 구조와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반영한 차별화된 공시 항목 선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Company&Action
편집자
편집자
Company&Action    

유럽 주요 기업들은 올해 처음으로 본격 시행되는 ESG 공시를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 전략적 경영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일PwC의 '2025 EU 기업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보고 현황'에 따르면 CSRD에 따라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시한 EU 역내 250개 기업의 70% 이상이 독일·스페인·네덜란드 등 CSRD가 아직 국내법으로 전환되지 않은 국가의 기업들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공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 대상 기업의 80%는 연차 보고서의 리스크 항목에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리스크를 재무적·운영상 리스크와 함께 언급했다. 이는 지속가능성이 점차 리스크, 수익, 가치창출에 관한 핵심 경영 논의의 일부로 통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편집자주: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CSRD는 단순한 규정 준수를 넘어 기업의 행동 변화를 주도하고 지속가능성 보고를 재무보고와 동등한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년 회계연도부터 유럽연합(EU) 역내에 특정 규모 이상의 현지 법인을 둔 국내 기업들도 CSRD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를 직접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기후변화, ESG 공통 키워드…금융업은 매우 '소극적'

기업들의 공시에 나타난 내용을 살펴보면 기후변화, 임직원, 비즈니스 수행 방식은 산업 불문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공시한 핵심 주제였다.

반면 생물다양성, 오염, 수자원 등은 상대적으로 공시 비중이 낮았다. 특히 정보통신 및 미디어 업종은 생물다양성(9%), 수자원(6%), 오염(3%)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눈에 띄는 점은 금융업이 ‘임직원 건강과 안전’ 공시에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전체 평균이 50%를 상회한 데 반해, 금융업에서는 단 9%만이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이는 업종 특성 외에도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한 우선순위가 산업별로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CSRD는 ESG 이슈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와 기회를 각각 공시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보고서를 보면 리스크는 상세히 다룬 반면, 기회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등 주요 주제에서는 대부분 리스크 항목만 공시됐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ESG 관련 기회를 전혀 공시하지 않은 사례도 존재해, 향후 투자자들과의 신뢰 구축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스크 많고 기회 적다”…기업 절반 이상, ‘위기’ 더 강조

사람과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긍정적 영향보다 47% 더 많이 공시됐다. 금융업만이 예외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더 많이 보고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시는 해당 영향이 리스크나 기회로 연결되는 과정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해, ISSB의 IFRS S1·S2 기준과는 괴리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위해서는 ‘영향-리스크, 기회 연결 고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후 공시 중 핵심인 ‘스코프(Scope) 3 배출’ 항목에서는 산업별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체 기업의 70% 이상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개했지만, 금융·헬스케어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금융업의 경우 Scope 3 항목 중 ‘투자 관련 배출’을 가장 비중 있게 다뤘으며, 이는 해당 업종의 실질적인 탄소 노출 지점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분석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전통적인 ESG 주제 외에도 사이버 보안(20%), 세금(5%), 인공지능(2%)과 같은 개별 이슈에 대한 공시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은 AI를 기회 요인으로, 일부는 리스크로 보고했으며, 세금 공시는 EU의 CbCR(Country-by-Country Reporting, 다국적기업의 그룹 내 관계 회사에 대한 국가별 수익내역, 세전이익·손실 등에 대한 사항을 담은 정보) 의무화에 대비한 선제 대응 사례로 평가된다.

ESRS E4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관련 중대한 영향, 리스크 또는 기회를 공시한 기업의 비율(분석대상 지속가능성 보고서 기준). 산업별 주제 선정에 큰 차이가 이 항목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미지 출처: 삼일PwC 보고서에서 캡처

사이버보안, AI, 세금…‘비전통적 ESG’ 주제 부상

특히 일부 유럽 기업들은 업종 관행을 넘어 AI, 사이버 보안 등 선제적 공시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도 자사 산업군과 이해관계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공시 전략 수립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유럽 기업의 공시를 벤치마킹 하되 단순한 모방이 아닌 자사 산업군의 리스크·기회 구조와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반영한 차별화된 공시 항목 선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CSRD 외에도 ISSB 기준에 맞춘 정보 공개를 병행해, 글로벌 투자자 대상 신뢰 확보와 공시 부담 최소화를 동시에 꾀해야 할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ESG 공시는 더 이상 ‘보고서 작성’에 그쳐선 안 된다"면서 "보고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실제 경영 전략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신제품 개발·공급망 개선·세무 전략 수립 등 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ESG 경영’의 바로미터인 CSRD는 아직 과도기 단계에 있다. 기업 간 지속가능성 보고 준비 수준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그러나 유럽 기업들은 CSRD를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 기업들에겐 지금이 ‘전략적 ESG’ 체계를 설계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당신이 놓친 글
세계 주요 기업 88%, 지속가능성을 가치 창출 기회로 본다
세계 주요 기업 88%, 지속가능성을 가치 창출 기회로 본다
by 
편집자
2025.8.19
“기후위기, 재무제표 흔든다… ‘유형자산 회계’도 ESG 대응 시급”
“기후위기, 재무제표 흔든다… ‘유형자산 회계’도 ESG 대응 시급”
by 
편집자
2025.7.21
GS칼텍스, 탄소가격 반영한 신사업 투자
GS칼텍스, 탄소가격 반영한 신사업 투자
by 
편집자
2025.7.10
'2045 탄소중립 달성 목표' 현대글로비스, 재생에너지 다량 확보
'2045 탄소중립 달성 목표' 현대글로비스, 재생에너지 다량 확보
by 
편집자
2025.7.8
당신이 놓친 글
세계 주요 기업 88%, 지속가능성을 가치 창출 기회로 본다
by 
편집자
2025.8.19
세계 주요 기업 88%, 지속가능성을 가치 창출 기회로 본다
“기후위기, 재무제표 흔든다… ‘유형자산 회계’도 ESG 대응 시급”
by 
편집자
2025.7.21
“기후위기, 재무제표 흔든다… ‘유형자산 회계’도 ESG 대응 시급”
GS칼텍스, 탄소가격 반영한 신사업 투자
by 
편집자
2025.7.10
GS칼텍스, 탄소가격 반영한 신사업 투자
'2045 탄소중립 달성 목표' 현대글로비스, 재생에너지 다량 확보
by 
편집자
2025.7.8
'2045 탄소중립 달성 목표' 현대글로비스, 재생에너지 다량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