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업에게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평상시의 비즈니스(Business as usual)'가 아닌, 전 방위적 산업 변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변화, 기술 전환, 시장 구조 개편은 기업의 재무, 공급망, 거버넌스 등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이다. 이 시기 기업은 전환 과정에서 리스크 파악·우선순위 설정·전략 수립 등을 보다 정밀하게 수행해야 한다.
케임브리지대 산하 리스크연구센터(CCRS)가 AXA XL 및 AXA 리서치 펀드와 공동으로 '기후 전환 리스크 분류체계(Cambridge Taxonomy of Climate Transition Risks)' 보고서를 통해 전환 리스크를 6개 '대분류(Class)'로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6대 전환 리스크는 재무적 리스크(Financial Risks),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s), 기술적 리스크(Technology Risks), 환경적 리스크(Environmental Risks), 사회적 리스크(Social Risks), 지배구조 리스크(Governance Risks) 등이다.
먼저 재무적 리스크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및 거시경제 차원의 위험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재생에너지 확산, 화석연료 감축 정책 등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초래되면 전력·가스 가격이 급등해 운영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세금(탄소세)이 도입되거나 강화되면서 기업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국가가 탄소 함량이 높은 제품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수출입 경쟁력 저하 가능성도 꼽을 수 있다. 탄소국경세 같은 무역장벽을 의미한다. 이상기후나 자연재해가 반복되면, 보험사들이 보장 제공을 중단하거나 보험료가 폭등할 수 있다.
기업이 재무적 회복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리스크 시뮬레이션 및 스트레스 테스트가 요구된다.
그 다음은 지정학적 리스크다. 국가 간 정치·경제적 이해 충돌로 인해 생기는 규제, 공급망, 정책 변화 등의 외부 변수 리스크다.
각국의 기후정책이 상이하고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사업 예측에서도도 불확실성이 크다. 희귀 광물(리튬, 니켈 등)이나 수자원 확보 등 자원 쟁탈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 격화로 이어진다.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정치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자원 조달처 다변화가 필요하다.
기후 대응을 위한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실패, 보안 취약성, 적응 미비 등의 문제 등을 의미하는 기술적 리스크도 있다. 배터리, 수소, 스마트 그리드 등 신기술이 상용화에 실패하거나 비용 문제로 확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에너지 전환기술 도입 실패는 대표적이다.
에너지 시스템과 탄소배출 관리 시스템 등이 디지털화되면서 해킹 위험도 증가한다. 사이버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노후 전력망, 기후로 인한 통신·물류 시스템 마비 등으로 물리적 피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 리스크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실패 시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기술 검증 및 보안 강화가 필수적이다.

기후 변화 자체로 인한 물리적·자연적 충격으로 인프라, 운영, 공급망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환경적 리스크는 점점 부상하고 있다. 폭염, 폭우, 산불, 가뭄 등의 빈도·강도 증가로 공장 운영 중단 등으로 자산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극한 기후의 피해 규모와 양상은 더 직접적인 리스크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일부 지역에서는 해수면 상승 등으로 해안 인프라, 항만 물류 등에 치명적인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공급망 기반인 농업, 어업 등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어 생물 다양성 상실로 장기적 시스템 위협에 노출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환경적 리스크는 단기적 피해뿐 아니라 장기적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특히 한번 생태계가 붕괴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리스크의 피해 양상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기업의 기후적응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 구조적 갈등과 변화로 인해 기업이 직면하는 사회적 리스크도 중요하다. 최근 녹색 일자리로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실직 및 반발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기후난민, 도시 집중, 농촌 공동화 등으로 인한 소비패턴 및 노동력 구조 변화 등 인구이동 양상도 기업에게는 과제다. 여기에 기업의 친환경 활동 등 지속가능성에 민감한 소비자 증가로 인해 제품 및 브랜드 리스크 확대도 눈여겨 봐야 한다.
이같은 사회적 리스크는 사회적 수용성 없이는 전환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기업은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 원칙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 관련 정책 및 규제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시대 흐름에 뒤처질 경우 발생하는 지배구조 리스크는 오늘날 기후 리더십의 부상과 연결된다. 녹색규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미이행하는 경우다. 온실가스 배출 정보 미공개, ESG 보고서 부실 등으로 벌금을 부과받거나 투자자 이탈이 일어난다.
이때 주주나 시민단체의 기후소송에도 직면한다. 기업이 기후위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법적 책임으로 기업 평판도 깨진다. 경영진의 ESG 및 기후 리터러시 부족으로 리스크 대응이 실패하면 투자 유치, 기업 가치 평가와 직결된다. 지배구조는 전환 리스크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는 "전환 리스크들은 기업이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전환 회복력(resilience)'을 확보하는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이러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우 ▲저탄소 제품 개발 ▲신시장 개척 ▲지역사회 회복력 강화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