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한 한국 기업수가 18개월 전 22개에서 41개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클라이밋 연구소, 옥스퍼드대 넷제로, 에너지와 기후 인텔리전스 유닛, 데이터 기반 환경연구소(NewClimate Institute, Oxford Net Zero, Energy and Climate Intelligence Unit and Data-Driven EnviroLab, 이하 연구소)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4 탄소중립 현황 보고서(Net Zero Stocktake 2024)'에 따르면 한국 기업을 비롯 전 세계 기업, 기관,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설정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지역의 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대거 설정하면서 글로벌 탈탄소화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탄소중립 목표 설정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제조업과 기술 산업에서 높은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이고 있었으나, 최근 지속 가능한 경영과 환경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탄소중립 목표 설정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기업 및 기관 가운데 40% 이상이 여전히 명확한 배출 감소 목표나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상당수 기업들이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 선언적 목표만 내놓고 있어 실질적인 이행 방안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산화탄소(CO2) 배출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공급망의 일부만을 다루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스코프 3(Scope 3, 제품과 서비스의 사용 및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를 포함하는 목표 설정은 부족했다.
둘째, 기업들의 목표 설정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이행 계획의 부재, 진전 상황에 대한 투명한 보고 부족, 그리고 배출량 상쇄를 위한 탄소 크레딧 사용에 대한 명확한 조건 설정 등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투명한 보고 체계가 부족해 해외 기업과 투자자 등이 그 진전 상황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셋째, 많은 기업들이 탄소 크레딧을 활용한 배출 상쇄 방안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탄소중립 목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 개인이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을 다른 곳에서 줄이는 것으로 일종의 보상 제도인 '탄소상쇄'의 명확성이 낮은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와 기업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지만 이행 계획 수립에 구체성을 서둘러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배출량의 전 범위(Scope 1, 2, 3)를 고려한 목표 설정과 이행 계획 수립, 그리고 투명한 진행 상황 보고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함께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협력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탄소중립 정책으로 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목표 설정, 조정, 정책 실행과 같은 영역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수직적 연계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기차(EV) 생산 확대와 함께 생산 공정에서의 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고, 생산 공정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 도입에 힘쓰고 있다.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개발 투자에 나선 LG화학은 화학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생산 공정을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