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규제는 한층 촘촘해졌고, 국내 녹색채권 시장은 ‘퀀텀 점프’했다. EU·IMO·ISSB가 규제 로드맵 등을 도출하며 새 이정표를 세우는 사이 국내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1조5,698억 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이 공개한 ‘2025년 2분기 환경책임투자(ERI) 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혁신(영국 자연금융)과 가격 시그널(IMO·CBAM), 공시 인프라(ISSB)가 함께 굴러가기 시작했다.
영국은 순환경제 전략을 내놓고 세계 최초의 ‘자연 금융 표준’을 도입했다. 새 표준은 BSI가 개발했으며 습지 복원, 수질 개선, 홍수 대응 등 생태복원 프로젝트로의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CBAM 개정 확정…면제·유예 확대, 2026 본 시행은 그대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5월 27일 개정안 최종 승인으로 2026년 본 시행의 법적 기반을 확정했다. 연간 50톤 이하 수입물량 면제 기준이 신설됐고, 인증서 구매는 2027년으로 연기, 제출 기한은 5월→9월로 4개월 늦춰졌다.
인증서 보유비율은 80%→50%로 완화됐으며 미사용분 재매각도 허용됐다. 적용 대상은 2025년 말까지 철강·알루미늄 다운스트림 제품으로 확대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4월 11일 해운 탄소세 골격을 담은 ‘IMO Net Zero Framework’(MARPOL 부속서 VI 개정 초안)를 승인했다. 2027년부터 5,000톤 이상 국제항해 선박에 적용되며 목표를 초과 배출하면 톤당 최대 380달러 부담이 가능하다.
미국은 보복조치를 경고하며 협상에서 이탈했지만, 63개국 찬성으로 통과됐다. 수익은 저탄소 연료선박 보조·해운 탈탄소 투자 등에 쓰일 예정이다.
ISSB, S1·S2 도입 로드맵 공개…공시 체계 표준화 신호
지속가능성 공시 측면에선 ISSB가 관할권 ‘로드맵 개발 툴(S1·S2)’을 공개했다. 각국 규제·시장참여자의 단계적 도입을 돕는 실행형 매뉴얼로, 규제 절차·적용대상·요건·이행일정 등 4대 의사결정 영역에 대한 통합 판단기준을 제시한다.
이같은 글로벌 규제 흐름에서 국내 수출입 환경은 CBAM 완화에도 내년 본격 시행되는 만큼 2027년 인증서 구매 대응에 직면하고 있다. 중소 수입업체(연 50톤 이하)는 면제되지만, 그 이상 기업은 ‘완화된 요건’ 하에 보고·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운·물류의 경우 2027년 IMO 탄소가격 적용 가능성에 대비해 연료전환·효율 개선 투자 타이밍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공시·데이터는 ISSB 로드맵 툴을 활용해 S1·S2 기반의 단계적 도입계획(범위·일정·내부통제) 수립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국내 녹색채권 27건·1조5,698억…금융사 76% ‘드라이브’
이런 가운데 올해 2분기 국내 녹색채권은 27건, 1조5,698억 원에 달했다. 전기 대비 발행 건수는 24건, 금액은 1조3,098억 원이나 증가했다. 발행된 27건 전부가 K-택소노미와 K-GBG에 부합했다.
자금 사용처는 ‘온실가스 감축’이 25건으로 압도적이었고, ‘순환경제 전환’ 4건,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오염 방지·관리’ 각 3건, ‘생물다양성 보전’ 2건, ‘기후변화 적응’ 1건 순이었다. 세부 경제활동에선 무공해차 도입이 16건·8,900억 원으로 최다였다.
발행 주체는 금융사가 20건·1조1,900억 원으로 개수·금액 모두 최다(비중 76%). 최다 발행사는 삼성카드(5건), 최대 금액은 현대캐피탈(4,200억 원)이었다.
2분기 ERI 시장은 정책 드라이브와 금융의 응답이 맞물리며, 국내에서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실탄이 빠르게 집행됐다. 규제가 ‘정교화’하는 추세에서 자본은 ‘집결’하는 모양새다.
‘명확한 룰·일관된 집행’이 혁신 확산의 조건
그러나 새 규제가 잇따라 뜨는 국면에서 기준이 애매하거나 집행이 들쭉날쭉하면, 기업은 ‘괜히 했다가 제재받는’ 리스크 때문에 투자와 발행(녹색채권 등)을 미루게 된다. 준수 비용과 조달 금리가 뛰며, 선제 투자기업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행 패키지는 표준 템플릿·데이터 포맷(원료·탄소데이터, 소재여권 상호운용 규격), 단일 창구(Q&A·유권해석 공개), 정기 업데이트 사전 공표, 합리적 유예·시범사업, 국제 기준 상호인정(중복보고·감사 최소화) 등이다.
일관된 집행도 관건이다. 가령 동일 위반은 동일 제재, 중앙·지방·부처·감독기관 간 해석이 같고, 외부검증·사후점검의 체크 리스트도 표준화 해서 뒷말이 없게 해 달라고 강조한다.
표준 템플릿·데이터 포맷(원료·탄소데이터, 소재여권 상호운용 규격), 단일 창구(Q&A·유권해석 공개), 정기 업데이트 주기 사전 공표, 합리적 유예기간과 시범사업, 국제 기준과의 상호인정(중복보고·중복감사 최소화)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예측가능성을 높일수록 자본은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인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