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반도체 기업 경쟁력 잃는다"
"이대로면 반도체 기업 경쟁력 잃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하는 '장기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왔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속도는 더디다. 이미 한국도 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나 수많은 장애물이 이 목표의 실현을 방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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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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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및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LNG 발전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은 산업 무역 및 금융 자본에 상당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공개한 '재생에너지로의 글로벌 전환 시기를 놓칠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여전히 화석 연료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며 신속한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주문했다.

한국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등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설정했지만 지난해 기준 재생헤너지가 전체 전력 생산 구성비서 9.64%에 그쳤다. 이는 세계 평균 30.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33.49%, 아시아 평균 26.73%에도 약 3~4배 낮은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은 38개 OECD 회원국 중 32위로 하위권이지만 석탄과 가스 등은 각각 5위와 10위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력 구성비서 21.6%, 2038년까지 32.9%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2023년 기준 한국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목표에 도달하는 데 있어 다른 나라보다 최소 15년 이상 뒤처져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처: IEEFA 보고서

해외 각국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 확대를 전개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은 화석 연료에 여전히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준공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신규 파운드리 시설에 필요한 열(스팀)을 관계사인 SK E&S의 LNG 열병합발전으로 충당하는 계획을 세웠다.

또 포스코 인터내셔널, GS E&R, 한화에너지, 한양 등도 자가소비를 위해 LNG 발전 신규 허가를 신청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반도체 및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LNG 발전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은 높은 비용, 높은 탄소 배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여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30%로, 글로벌 평균 50%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이대로라면 시장점유율을 비롯 경쟁 환경 악화는 당연한 종착지다. 먼저 탄소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선 미국과 유럽(EU)의 주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은 공급업체를 선호할 것이다. 실제 AI 반도체와 메모리 핵심 고객인 미국의 팹리스(설계) 업체들은 RE100 가입 회원사 규모가 가장 큰 편이다. 향후 재생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으로 갈아타는 수순이다.

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제도(SFDR)로 대표되는 녹색금융의 확대는 한국의 주요 기업들에 재무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글로벌 ESG 규제가 강화되면 SK하이닉스는 해외 자본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규제에 노출되는 등 기업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자금 조달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RE100 진행 상황이 앞선 SK하이닉스를 감안하면 다른 부문의 많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도입 지연으로 상당한 재무적 위험과 손실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출처: IEEFA 보고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변수다.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반도체 제품에 적용되면 유럽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부터 떨어질 수 있다. 앞으로 LNG에 부과되는 탄소세는 LNG 기반 전력 생산 및 구매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RE100 이니셔티브,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이어 스코프(Scope) 1, 2, 3과 지속가능한 회계기준(IFRS S2) 등 촘촘한 글로벌 환경 규제의 시간표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새로운 LNG 발전소 건설 등 현재의 화석 연료 중심 전략을 재검토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것이 경제적 환경적으로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부문 전문가이자 보고서 저자인 김채원 한국담당 수석 연구원은 자신의 링크드인 계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하는 '장기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왔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속도는 더디다"며 "이미 한국도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나 수많은 장애물이 이 목표의 실현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순

서울신문, 한국경제서 23년간 디지털 전략, 미디어 전문 기자로 일했습니다.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서 온라인저널리즘, 소셜미디어, 디지털스토리텔링 등을 주제로 15년 이상 강연했습니다. 미래 세대의 기후 복지를 상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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