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및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LNG 발전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은 산업 무역 및 금융 자본에 상당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공개한 '재생에너지로의 글로벌 전환 시기를 놓칠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여전히 화석 연료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며 신속한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주문했다.
한국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등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설정했지만 지난해 기준 재생헤너지가 전체 전력 생산 구성비서 9.64%에 그쳤다. 이는 세계 평균 30.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33.49%, 아시아 평균 26.73%에도 약 3~4배 낮은 상황이다.
해외 각국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 확대를 전개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은 화석 연료에 여전히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준공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신규 파운드리 시설에 필요한 열(스팀)을 관계사인 SK E&S의 LNG 열병합발전으로 충당하는 계획을 세웠다.
또 포스코 인터내셔널, GS E&R, 한화에너지, 한양 등도 자가소비를 위해 LNG 발전 신규 허가를 신청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반도체 및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LNG 발전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은 높은 비용, 높은 탄소 배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여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30%로, 글로벌 평균 50%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이대로라면 시장점유율을 비롯 경쟁 환경 악화는 당연한 종착지다. 먼저 탄소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선 미국과 유럽(EU)의 주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은 공급업체를 선호할 것이다. 실제 AI 반도체와 메모리 핵심 고객인 미국의 팹리스(설계) 업체들은 RE100 가입 회원사 규모가 가장 큰 편이다. 향후 재생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으로 갈아타는 수순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변수다.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반도체 제품에 적용되면 유럽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부터 떨어질 수 있다. 앞으로 LNG에 부과되는 탄소세는 LNG 기반 전력 생산 및 구매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RE100 이니셔티브,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이어 스코프(Scope) 1, 2, 3과 지속가능한 회계기준(IFRS S2) 등 촘촘한 글로벌 환경 규제의 시간표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새로운 LNG 발전소 건설 등 현재의 화석 연료 중심 전략을 재검토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것이 경제적 환경적으로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부문 전문가이자 보고서 저자인 김채원 한국담당 수석 연구원은 자신의 링크드인 계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하는 '장기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왔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속도는 더디다"며 "이미 한국도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나 수많은 장애물이 이 목표의 실현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