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불충분한 기후 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결정에 이어 국회서 관련 법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에 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감축 목표 비율(40%)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 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오는 2026년 2월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한 만큼 탄소 중립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할 상황이다.
김정호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해 을)은 같은 달 29일 전력망 건설 책임을 한국전력공사에서 정부로 전환하고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활용해 전력망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국가전력망위원회를 설치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허가 절차, 토지보상, 주민지원 사업 절차를 개선해 신속하게 전력망 확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력망 건설 우선 순위를 재생에너지로 규정하고, 기본 계획 수립에도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누적 적자 43조원, 기업 채무 200조원을 넘어선 한국전력에 송전망 투자를 맡기기보다는 새로운 거버넌스로 전력망 재편을 추진하자는 의미다. 관련 업계는 전력망 건설 인허가 권한을 중앙정부가 직접 챙기도록 함으로써 각 지자체에서 (민간)전력망 확대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이하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설정되는 재생에너지 이격거리를 산업통상부 기준에 따르도록 하는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 이격거리 상한을 주거지역으로부터 최대 100m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태양광 이격거리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바 있다.
현행 신재생에너지법은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이격거리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개정안은 또 주민동의시에는 이격거리를 없애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할 공간 확보를 위한 조치로 과도한 규제를 덜어내자는 취지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 기업체 관계자는 "더 이상 한전 주도 공공 전력망 개발 및 건설에 대한 기대 없이, 민간개발사(IPP, 공급자)-민간투자사(SI, FI)-민간 RE100 기업들(Offtaker, 수요자)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에서 전력망 구축 및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해 기준 9% 수준으로 OECD 국가(평군 34%) 중 최하위다. 이는 중국(29.4%), 일본(23.5%)에도 3배 가량 차이가 나는 정도다. 헌재 결정에 이어 관련 법안의 입법화가 조기에 이뤄져 재생에너지 확대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