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전력공급 구조가 빠르게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송전망 접속 지연과 유연성 자원 부족 문제가 병목 요인으로 지적되며, 이를 보완할 차세대 전원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가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석탄화력을 추월할 전망이다. 하지만 날씨 등 외부 요인에 따른 변동성과 전력 인프라 등 구조적 문제로, 출력 제한과 송전망 접속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650GW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송전망 접속을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국 SMR 활용 실증사업 속도 박차
SMR은 공장 제작 모듈을 현장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치 기간을 단축하고, 기존 대형 원전 대비 절반 이하 부지에서도 건설이 가능하다.
또한 피동형 안전계통을 적용해 사고 확률을 대폭 줄였으며, 부하추종 운전이 가능해 풍력·태양광 등 변동성 큰 전원의 보완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SMR의 사고 발생 확률이 기존 원전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을 비롯 루마니아는 석탄 화력발전 부지를 활용한 SMR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며, 캐나다는 SMR을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실험에 나섰다.
일본과 핀란드는 고온가스로형 SMR을 이용해 산업용 고온열과 수소 생산을 시험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북극 항로 지역에 부유식 SMR을 배치해 자립형 전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 난관도 여전
정부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SMR 0.7GW를 신규 전원으로 반영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고온가스로형 SMR 개발을 통해 제철·화학 산업용 고온열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방부와 협력해 군사시설 자립형 전원 실증도 기획 중이다.
민간 기업들도 관련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외 주요 기업들과 협력해 SMR 주요 부품을 제작하는 한편, 기자재 국산화와 독자 모델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편집자 주: 아래 표 '국내 주요 기업의 SMR 시장 진출 전략' 참조.)
구분 | 주요 기업 | 전략 방향 | 특징·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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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파트너십 중심 | 두산에너빌리티 | 글로벌 기자재 공급 | 미국 NuScale과 협력, 원자로 모듈·압력용기·증기발생기 제작. 해외 SMR 공급망 진출 |
현대건설 | EPC 사업 참여 | 미국 X-energy와 협력, 고온가스로형 SMR(Xe-100) 도입 검토. 설계·시공 강점 활용 | |
삼성물산 | 글로벌 협력 확대 | 미국 TerraPower, NuScale과 협력 체계 구축. 해외 EPC 및 상용화 프로젝트 참여 모색 | |
국내 독자 모델 개발 중심 |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 독자 노형 개발 | SMART, 혁신형 i-SMR, 고온가스로형 SMR 개발. 산업용 고온열·수소 생산 겨냥 |
한국수력원자력(KHNP) | 실증·상용화 | i-SMR 실증사업 주도. 운영 경험을 토대로 국내외 상용화·수출 추진 |
KDB미래전략연구소가 최근 펴낸 '재생에너지 전환 시대, SMR의 전략적 역할' 리포트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와 SMR은 대체재가 아닌 상호보완적 전원”이라며 “정책적으로 ‘탈원전 vs 재생에너지’라는 이분법을 넘어, 전력 안정성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동시에 고려한 전원 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용후 핵연료 등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 방안 문제는 이슈다. 특히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의 수용성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화된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고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SMR 상용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재명 정부는 2026년 원전 산업에 9천억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특히 SMR 제조기술 확보에만 3천억을 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