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비용이 아니라 자본이다...경제 패러다임 전환할 때
자연은 비용이 아니라 자본이다...경제 패러다임 전환할 때
"지금까지 경제학은 자연을 무한정 사용 가능한 외부효과(externality)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본(capital)으로 인정하고 회계·정책·시장 구조 속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미 중국은 총생태계생산량(GEP)을 도입해 GDP와 병행 지표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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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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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제학은 자연을 무한정 사용 가능한 외부효과(externality)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본(capital)으로 인정하고 회계·정책·시장 구조 속에 포함시켜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자연 자본의 주류화: 의사 결정에 자연을 통합하기 위한 글로벌 의제 추진(Mainstreaming Natural Capital: Advancing the Global Agenda to Integrate Nature in Decision-Making)' 보고서에서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라며, 의사 결정 전 과정에 자연을 반영하는 ‘자연 자본 접근법’을 강조했다.

1995~2020년 사이 1인당 생산 자본은 4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재생 가능한 자연 자본은 20% 감소했다. 숲, 담수, 어류, 토양, 깨끗한 공기 같은 필수 자원들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 자본은 완전히 평가받지 못하는 중요한 혜택을 제공한다. 출처: Capitals Coalition(2021), TNFD(2023), Zheng 외(2023)에서 발췌 및 수정. 이미지는 보고서에서 캡처
세계경제포럼

GDP가 놓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가치’ 주목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이 자연에 의존하기 때문에 경제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즉, "경제는 성장했지만 자연은 쇠퇴했다"는 불균형적 흐름에 대한 성찰적 관전이라고 할 것이다.

현재 GDP는 농산물, 목재 등 시장 거래가 가능한 자원만 반영한다. 수분(水分) 보존, 탄소 격리, 수자원 순환 같은 생태계 서비스는 ‘가치 없는 무료재’로 취급돼왔다. 현재 94개국이 UN-SEEA(환경·경제 통합계정)를 도입했으나 정책 실행 단계는 아직 미흡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총생태계생산량(GEP)을 도입해 GDP와 병행 지표로 운영 중이며, 콜롬비아·인도·스웨덴 등도 시범 도입을 추진 중이다. 공공영역에서도 중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민간 기업들 중에 ‘자연 자본 회계’ 도입에 나선 곳들도 있다. 브라질 화장품 기업 나투라앤코(Natura &Co), 명품 기업 케링(Kering), 호주에 본사를 둔 다국적 광산 및 자원 기업 BHP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자발적 노력에 그치고 있으며 시장 보상도 따르지 않고 있어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 정부는 GEP...기업은 자연자본회계 도입

이에 대해 보고서는 자연 자본 주류화를 가로막는 6대 걸림돌을 지적했다. 먼저 불분명한 시장 메커니즘이다. 규제와 인센티브의 부족도 지적된다.

데이터와 역량의 한계, 기업이 직면한 고유한 부담도 마찬가지다. 공공-민간 협력의 미흡과 정치·문화적 저항도 거론된다.

세계경제포럼은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자연과의 관계를 재조정해야 한다"면서 정책·규제에 자연 자본 내재화, 데이터·과학·분석 능력 강화, 재무회계에 자연 자본 통합, 금융·시장 메커니즘 활성화, 사회·문화적 가치 재정립 등 5대 전략 경로를 제시했다.

환경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국가와 기업의 회계, 정책, 투자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다. 보고서는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곧 경제와 사회를 보호하는 길”이라며, 정책·금융·시장·문화 차원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전 세계 GDP 절반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연자본 프로토콜은 조직이 자연자본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과 의존성을 식별, 측정 및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의사 결정 프레임워크다. 자연 자본에 대한 영향과 의존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많은 의사 결정권자는 잠재적으로 중요한 위험과 기회를 인식하지 못하므로 비효율적이거나 해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출처: https://capitalscoalition.org/

자연 자본 의존도와 훼손 정도를 고려할 때

한국은 이미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폭염·폭우 같은 극한기후가 매년 반복되고, 미세먼지·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 중심 구조(철강·조선·석유화학 등)는 국제 탄소 규제 강화 속에서 자연 자본의 지속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경고한 대로 ‘자연 자본을 경제의 핵심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GDP 절반이 위태롭다’는 메시지는 한국 경제에도 고스란히 해당된다.

수출기업들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공급망법 등 새로운 규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탄소 배출량만이 아니라 자연 자본 의존도와 훼손 정도까지 공개하고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자연 자본 회계’를 도입해 ESG 보고서를 넘어선 통합 손익계산(Integrated P&L)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로벌 금융·소비자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탈락 기업’이 될 위험이 있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자연자산기업 등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는 자연 자본을 담보로 한 금융상품-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자연자산기업, 부채-자연 교환 등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금융권은 ‘녹색채권’ 발행과 ESG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자연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중요한 시점이다. 학교 교육과 미디어가 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장벽은 정치·문화적 저항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개발=성장’이라는 패러다임도 강하다. 이러는 가운데 대규모 토목사업, 난개발, 농어촌·산지 훼손 등은 빈번한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GDP 중심의 정책 평가 기준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한국 기업은 자연 자본 회계를 도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 금융권은 ‘자연금융’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자연자본의 시대를 둘러싼 질문에 명쾌한 대답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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