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책의 성공은 공정성 인식에 달렸다
기후 정책의 성공은 공정성 인식에 달렸다
2023년부터 더욱 부각되고 있는 해양 온난화의 파장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다. 전 세계 기후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수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Climate&Risk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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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달궈지는 지구의 여름은 곳곳에서 사람들을 위협했다. 실제 약 6억 명의 인구가 인간의 생리적 한계 조건을 벗어난 기후에서 살고 있고, 온난화가 1도씩 진행될 때마다 전 세계 인구의 10%가 추가적으로 위험에 처하고 있다.

'미래 지구(Future Earth)'는 폭염으로 더 많은 지역이 살기 힘들게 되는 문제를 비롯 기후 변화와 관련된 가장 시급한 10가지 이슈를 제시했다.

2023년부터 작년까지 약 18개월간 발표된 관련 연구를 토대로 '기후과학 인사이트 2024/2025(10 𝐍𝐞𝐰 𝐈𝐧𝐬𝐢𝐠𝐡𝐭𝐬 𝐢𝐧 𝐂𝐥𝐢𝐦𝐚𝐭𝐞 𝐒𝐜𝐢𝐞𝐧𝐜𝐞 𝐑𝐞𝐩𝐨𝐫𝐭 2024/2025)' 보고서에서 기후 문제가 인간의 삶과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체계적인 기후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기 중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메탄 농도는 폭염 대처와 함께 국제적 공조가 절실한 분야로 꼽혔다. 보고서는 2006년 이후 대기 중 메탄 농도가 계속 증가했고 지난 5년간 기록된 증가 속도는 관측 역사상 가장 빠른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은 연간 약 580~670메가톤(M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 표지 일부 캡처.

메탄 농도 급증, 인위적 배출량 감소시켜야

메탄은 단기적으로 이산화탄소(CO₂)보다 약 80배 더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가진 온실가스로, 지난 150년간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약 0.5°C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탄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는 농업 활동, 화석 연료 생산(채굴), 매립지 등 폐기물 관리 같은 인위적 배출이 6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습지와 내륙 수역 등에서 자연적으로 배출하는 양도 약 33%에 달했다.

보고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에 유의하면서도 화석 연료 및 폐기물 관리, 농업 부문과 일상생활 등에서 발생하는 인위적 배출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 세계 메탄 배출의 약 13% 만이 현재 각국 정부의 규제 정책에 포함되어 있는 점이다.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으로 2020년 대비 2030년까지 30% 감축 목표가 제시되긴 했지만 실질적인 실행과 목표 도달을 부정적으로 보는 배경이다.

보고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새로운 규제 제도 및 유럽연합(EU)의 2024년 에너지 부문 메탄 배출 규제를 참고할 만하다"며 국제 메탄 배출 관측소(IMEO)와 같은 글로벌 감시 기구 확대, COP29 회의에서 화석 연료 산업의 메탄 배출 제로화를 목표로 한 '석유 및 가스 감축 헌장(OGDC)' 채택 등 글로벌 대응을 주문했다.

해양 온난화와 엘니뇨의 경제적 충격

2023년부터 더욱 부각되고 있는 해양 온난화의 파장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다. 전 세계 기후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수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년 간 해양 표면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열대 태평양뿐만 아니라 북대서양과 남극 해역에서도 심각한 온도 상승이 관찰됐다. 보고서는 '대서양 메리디오널 오버터닝 순환(AMOC)'의 붕괴 가능성이 과거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AMOC 붕괴는 유럽과 북미의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그리고 해양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고서는 "해양 온난화와 엘니뇨의 상호작용을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한 관측 데이터와 모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수년 간 대기 오염 개선이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 하는 문제를 일으키는 열설적인 현상도 발견됐다.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에어로졸은 태양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면서 지구의 일부 열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기 오염 감소 정책이 성공하면서 이러한 차단 효과가 약해져 온난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대기오염이 마치 지구온난화를 가리는 얇은 장막처럼 작용했다면, 이제 그 장막이 걷히면서 온난화의 진정한 영향이 드러났다며 이를 "온난화의 가면이 벗겨졌다"고 빗대고 있다.

전례 없는 해수면 온도. 1979년 1월부터 2024년 8월 24일까지 수집된 전 세계 평균 일일 해수면 온도. 이미지 출처: 보고서

대기오염 감소가 기후에 미치는 역설

보고서는 에어로졸 감소는 단순히 온도 상승에 그치지 않고 폭우 등 극단적 기후 재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에어로졸 감소로 인해 지역 기후 순환이 변화하면서 폭우와 가뭄 같은 극단적 사건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농업과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거주 환경 등 삶의 전반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결국 기후 정책을 수립할 때 대기오염과 기후의 상호작용을 반드시 고려하고, 지역별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폭염과 홍수와 가뭄, 식량 및 물 부족으로 확장되는 기후 변화의 영향은 임신부와 태아, 신생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건강 중심의 기후 계획, 성 평등 강화, 국가 적응 계획(NAP)에 재생산 건강 및 모성 건강을 주요 요소로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후 변화를 지연하고 생태계의 회복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응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은 아무존 열대 우림이다. 아마존은 전 세계 육상 생물종의 약 10%를 보유하고 있으며, 400개 이상의 원주민 공동체가 거주하는 생물·문화의 중심지다.

열대 우림은 탄소를 흡수하고 물을 재활용하며 기후 안정화에 기여하지만, 불법 벌채, 농업 확장, 기후 변화로 인해 일부 지역이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생물·문화 다양성 보존에 국제적 협력 절실

단순히 지역 생태계가 아니라 전 세계 기후 안정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공간인 아마존의 열대 우림 보존을 위한 국제적 기금 조성 등 글로벌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곳곳의 핵심 인프라가 점점 더 큰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력망, 식수 공급, 통신, 교통, 의료 등 필수 서비스 제공망은 서로 연결된 인프라로 한 곳이 무너지면 다른 곳으로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한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과 기계 학습(ML) 기술이 기후 변화로 인한 인프라의 취약성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때 도시는 단순한 기후 변화 대응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도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0%를 차지하며,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이자 피해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태·기술 통합 접근(SETS), 공간 설계와 도시 녹화, 재생가능 에너지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도입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도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기후 정책 저항 또는 수용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 요인. 정치-경제적 맥락과 정책 설계 간의 상호작용은 배제, 불공정, 취약성으로 이어져 대중의 저항을 초래하거나 포용, 공정성, 개발로 이어져 대중의 수용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보고서

기술, 사회, 생태적 요인 포괄하는 정책 필요

중요한 것은 기후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다. 보고서는 "시민들이 기후 정책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핵심 요소"라며 "에너지 전환이 일부 지역에 환경적, 경제적 피해를 집중시키고, 소수에게만 이익을 제공할 경우, 정책 저항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 청정 에너지 기술에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에너지 전환 광물(ETMs)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물 자원의 채굴과 가공 과정에서 환경 파괴, 노동 착취, 지역 갈등과 같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광물 공급망의 투명성 강화, 자원 채굴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이익과 복지를 제공하는 등 공정한 이익 배분 강화, 이를 위한 국가 간 협조체제 구축 등이 필요한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전 세계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정성을 고려한 전략 수립, 기술-사회-생태적 요인을 포괄하는 통합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 구조와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한국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투자와 배출 감축 기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그리드 등 회복력 있는 인프라 구축, 공정한 에너지 전환, 국제 무대에서 선도적 역할 수행 등을 서둘러야 한다.

한편, 미래 지구(Future Earth)는 전 세계의 과학자, 정책 결정자, 기업, 시민 사회를 연결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국제 연구 네트워크로 매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최신 과학적 발견을 정책과 행동 전환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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