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에너지 수급 전략...‘전략 자산’ 관점 필요
EU의 에너지 수급 전략...‘전략 자산’ 관점 필요
EU의 최근 에너지 전략은 단순한 수급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위험 대응, 외교 전략, 경제 구조 개편을 모두 포괄하는 다층적 접근의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도 에너지를 단순한 ‘자원’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공급망 안정성과 에너지 자립 역량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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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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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2019년부터 본격 추진한 ‘그린딜’ 정책의 성과로 신재생에너지원 발전 비중이 2024년 기준 전체의 49.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35.5%(986TWh)에서 13.6%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EU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실질적 진전을 의미한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는 최근 'EU통상정보-EU 전력 생산 에너지 현황 및 정책' 보고서에서 "반면 EU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같은 기간 37.0%(1,025TWh)에서 26.5%(705TWh)로 하락하며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가스 발전량은 2019년 568TWh(20.5%)에서 2024년 430TWh(16.2%)로 지속 감소 중이다. 원자력 발전 역시 765TWh(27.6%)에서 648TWh(24.4%)로 줄었다. 다만 원전은 EU 지역서 아직 중요한 전력원인 상태다.

최근 1년 간 동아시아/유럽/미국 천연가스 가격 변화 추이. 4월 인도분 기준 유럽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12.7달러/MBtu로 전년 동기(8.5달러/MBtu) 대비 1.5배가량 상승했다.
한국무역협회 브뤠셀 지부.

현재 EU는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수입처 다변화를 가속화하며 러시아 의존도를 대폭 줄여왔다. 2021년 기준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은 1,570억㎥로 전체의 43.5%에 달했으나, 2024년에는 545억㎥(18.3%)로 급감한 상태다. 전쟁 이후 EU로 향하는 러시아산 가스관 대부분이 폐쇄된 영향도 거든다.

대신 노르웨이산 수입은 같은 기간 864억㎥(23.9%)에서 990억㎥(33.2%)로, 미국산 수입은 210억㎥(5.8%)에서 513억㎥(17.2%)로 증가하며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는 흐름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부문에서도 미국산 수입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1년 210억㎥(26.6%)에서 2022년 548억㎥(42.0%)로 2.6배 급증했으며, 2023년에는 624억㎥(46.5%)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4년에는 다소 줄어든 513억㎥(45.2%)로 집계됐다. 다만 2021년 141억㎥(17.9%)였던 러시아산 LNG 수입 물량은 2024년 215억㎥(18.9%)로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달 7일 기준 유럽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12.7달러/MBtu로 미국(4.4달러/MBtu)의 약 2.9배에 달했다. 동아시아, 유럽, 미국 간 가격 격차가 지속되며 EU의 에너지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당초 3월 말 예정이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종료 로드맵 발표는 연기됐다. EU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계획 중이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국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붙인 관세 전쟁 이후 EU의 에너지 수급 정책에도 일정한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적정가격 에너지 행동 계획 4대 핵심 축과 8대 행동전략. 이미지 출처: 한국무역협회 동 보고서.

미국이 보편적 관세 부과 정책을 유지하면서 EU는 에너지 문제를 더 이상 단순한 상업적 거래가 아닌 ‘외교적 협상 카드’로 다루게 됐다. 실제로 프랑스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는 관세 협상의 마지막 카드로 남겨야 한다”며 소극적 입장을 보였고, 독일 역시 이미 전체 수입의 9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전체 에너지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LNG의 경우 일부 국가에 수입이 집중돼 있는 구조다. 일본·중국 등 인접국과 에너지 수급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EU의 에너지 전략은 수입선 다변화 및 인프라 확보 필요성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카타르, 미국 외 제3국과의 장기계약 확대 및 FSRU(부유식 LNG 재기화 설비) 도입을 검토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및 수요 조절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U의 최근 에너지 전략은 단순한 수급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위험 대응, 외교 전략, 경제 구조 개편을 모두 포괄하는 다층적 접근의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도 에너지를 단순한 ‘자원’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공급망 안정성과 에너지 자립 역량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2월말 가정과 기업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적정가격 에너지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은 ▲에너지 가격 인하 ▲에너지 연합 완성 ▲투자 유치 및 이행 보장 ▲에너지 위기 대응책 수립 등 4대 핵심 축과 8대 실행 전략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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