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보이는 국가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지속 가능성 전략이 심각하게 정체되어 있음을 시시한다.
지난해 기준 G20 국가들의 전력 생산 원천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전기의 무려 91%를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브라질과 캐나다는 대부분의 전력을 수력·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생산하고 있어 대비가 된다. 아마존강 수원을 기반으로 수력비율이 60%로 높은 브라질은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전기 비율이 89%에 이른다. 캐나다는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58%를 수력발전에 근간을 두면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66%나 됐다.
이어 독일은 에너지 구성에서 풍력과 태양광 비중이 39%로 가장 높았고 재생에너지 총 비율은 52%로 절반이 넘었다.
G20 대부분 국가들이 태양광·풍력·수력 중심의 에너지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한 자릿수 수준으로 최하위권이다. 인프라 부족, 복잡한 규제, 주민 수용성 문제 등 정책적·사회적 걸림돌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전력 부문 탈탄소화인데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더러운 전기'라고 불리는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기댄 것이다. 탄소 집약적 전력 구조는 수출 의존형 국가인 한국 기업들의 비용 상승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기후위기 대응 실패, 수출 경쟁력 약화, 시민 건강 악화, 미래 투자 기회 상실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국제 사회는 ‘탄소 감축 목표’보다 ‘감축 실적’을 요구한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세(CBAM)가 본격 도입되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도 기업의 정량적 탄소 데이터 공개를 기준 삼아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다.
기후 행동은 이제 목표 선언이나 부푼 야망을 넘어서 탄소배출을 정확히 측정, 추적하는 등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데이터로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와 기업의 생존 전략의 바탕이 되는 ‘탄소 회계’ 시스템은 대표적이다.
한국은 더 이상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구호만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닌 실행, 비전이 아닌 실적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