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질적인 재생에너지 성장은 송전과 배전 등 전력망,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표준(RPS) 개혁에 달려 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4년 기준 10%대에 불과해 전세계(30.25%), OECD(33.49%) 평균에 크게 못미친다. 주요국 대비 최소 15년 이상 뒤처져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이달 초 한국의 재생에너지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을 검토한 '한국의 재생에너지 통합에 대한 병목 현상'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약 6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그 절반에 불과한 3배에 그쳤다"면서 "더딘 송배전망 시스템, 비효율적인 전력구매계약(PPA), 그리고 불합리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병목요인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복잡한 PPA 제도, 기업 경쟁력에 걸림돌
첫째, 재생에너지 발전 출력제어와 계통 연계 지연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은 국가 전력망 확장 및 현대화 지연에서 비롯한다. 보고서는 "지역 사회의 부지 확보에 대한 저항 즉 주민 수용성 이슈, 한국전력공사(KEPCO)의 재정적 제약 및 전력망 독점 등 시장 구조의 문제 등이 전력망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추세가 반전되지 못한다면 경기도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서울·경기도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로 효과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해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직접 PPA와 제3자 PPA로 이원화된 한국의 PPA다. 보고서는 "복잡한 규정과 높은 가격, 한전의 전력망 독점 등으로 재생에너지 선순환 구조 달성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2년 전 세계 RE100 회원사의 31% 이상이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조달한 반면, 한국의 수출 지향 기업은 약 20.2%만이 직접 PPA(10.1%) 또는 제3자 PPA(10.1%)를 통해 이를 수행했다"면서 "기업의 산업 경쟁력과 국가의 탄소 중립 목표 자체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한국과 다르게 미국, 호주, 유럽 여러 국가의 PPA 참여자들은 재생에너지 생산자, 공급자, 소비자를 포함하여 시장에서 부족분을 자유롭게 조달할 수 있다.
보고서는 "제한된 재생에너지 공급으로 인해 PPA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REC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직접 PPA와 제3자 PPA를 통합하여 불필요한 경직성과 복잡성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행 PPA 규정은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키고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재생에너지 개발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REC 의존 높은 RPS, 직접 발전 유인 부족
셋째, 2012년에 도입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의 비생산성이다. RPS는 500MW 이상의 발전 용량을 가진 발전사가 발전 구성에서 특정 재생에너지 비율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024년 1월 기준 29개의 발전사(GENCO)와 민자발전사업자(IPP)가 이 의무의 적용을 받고 있다. 발전사는 한국전력거래소(KPX)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인증하는 거래 가능한 REC를 구매하여 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그러나 한전과 대다수 발전 회사들은 RPS 의무를 충족하려 재생에너지 발전을 직접 늘리기보다는 주로 REC를 구매하고 있다. 보고서는 "RPS 제도는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보다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를 통해 간접적으로 RPS를 준수하도록 유도한다"면서 "이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투자를 감소시키며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에 제약을 가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MOTIE)는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 및 공급망 확대를 통해 RPS 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REC 의존도를 줄이고 복잡한 전력구매계약(PPA) 요건을 정부 주도로 시스템으로 전환, 간소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정부가 협력하여 정부 직접 입찰을 통해 의무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개정된 RPS는 시장 신호를 더욱 명확하게 제공하고,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며, 에너지 비용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한전의 재정난과 송배전 부문의 독점적 지위를 감안할 때 경제적 안정성과 효율성을 개선하고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시장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5년 2월에 발효된 전력망법은 지역 사회의 반대로 인해 전력망 건설에 대한 보상 조치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송배전 시스템을 효율화하고 현대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전력망 투자가 연계되지 않는다면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
보고서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장려해 자금을 조달하고, 전력망 투자 기금을 배분하기 위해 전기 요금 체계를 합리화하고, 전력망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 도입이 적극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