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에너지 메타 위기를 마주하다
AI 시대, 에너지 메타 위기를 마주하다
AI와 에너지의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정치적·사회적·윤리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힌 총체적 위기다. 이제는 ‘성장’과 ‘발전’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AI가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도구가 되려면, 우리는 속도보다 방향, 효율보다 공정함, 지식보다 지혜를 선택해야 한다.
Opinion
강함수
강함수
Opinion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의 황금기를 살아가고 있다. 챗GPT(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며 우리의 업무 방식과 생활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런데 이 놀라운 디지털 혁명 뒤에는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한 거대한 비용이 숨어 있다. 바로 에너지 소비다. 이는 단순한 전력 부족 문제를 넘어, 우리 문명의 기반을 흔드는 ‘메타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인 구글 검색은 0.3와트시(Wh)의 전력을 소비한다. 그러나 ChatGPT에 질문을 한 번 던질 때 사용되는 전력은 0.3~2.9Wh로, 최소 1배에서 최대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마다 수치 차이는 있지만, 생성형 AI가 기존 검색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에너지 소비 증가는 단순한 수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인류 문명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연쇄 반응의 출발점이다.

구글 데이터 센터. 이미지 출처: 구글
구글

보이지 않는 공장, 데이터센터의 그늘

AI 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2022년 대비 2026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 데이터센터의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이 11%인 반면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26~36%로 더욱 가파르다.

실제로 AI 관련 전력 소비는 2023년 4.5GW에서 2028년 1418.7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 중 AI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8%에서 2028년 1520%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산업혁명 시대의 에너지 집약적 생산 방식이 디지털 시대에 다시 출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지 이번에는 연기가 보이지 않을 뿐이다.

현재 클라우드, AI, 암호화폐를 포함한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연간 약 400TWh로, 프랑스 전체 소비량에 육박한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8년까지 3배 증가하며 전체 전력 소비의 최대 12%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향후 5년간 새롭게 건설될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원자력발전소 53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운영 중인 원전 수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물론 다소 과장된 수치일 수 있지만,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가 기존의 에너지 정책과 탄소중립 목표를 정면으로 충돌시킨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AI의 확산은 사회적 불평등의 새로운 양상을 초래하고 있다. 가트너는 2027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40%에서 전력 가용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예측한다. 이는 전력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의 디지털 격차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

에너지로 나뉘는 새로운 격차와 대가

또한,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은 전력 요금 상승과 공급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민들은 AI 기술의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AI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도구로 기대되지만, 동시에 AI 자체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는 환경 보호를 위한 제약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싱가포르, 아일랜드는 데이터센터 신축을 제한하고 있으며, 독일과 미국 버지니아주는 재생에너지 사용과 폐열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발전과 환경 보전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기술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현재 세대의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과연 정당한가? 이는 환경 정의의 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윤리적 딜레마다.

더 큰 문제는 AI의 확산이 사회 전반의 기술 및 에너지 인프라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일상이 될수록, 그 운영을 위한 전력망의 안정성에 사회 전체가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전력 공급 장애가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마비될 수 있다.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하고 고도화된 시스템에 의존하면서, 오히려 더 취약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지속가능한 AI를 위한 선택이 관건

이 메타 위기에도 희망은 존재한다. 역설적으로 AI 기술 자체가 에너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AI는 데이터센터의 냉각 및 운영 효율을 개선하고,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전력 공급을 최적화하며, 재생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일부 연구는 이러한 기술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사회 전체의 에너지 소비를 10~20%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문제를 만든 기술이 동시에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AI와 에너지의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정치적·사회적·윤리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힌 총체적 위기다. 따라서 해결책도 단순한 기술 혁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의 정책, 기업의 책임, 개인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성장’과 ‘발전’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AI가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도구가 되려면, 우리는 속도보다 방향, 효율보다 공정함, 지식보다 지혜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메타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러나 위기는 동시에 기회다. 이 위기를 계기로 우리는 기술과 인간, 발전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메타 지혜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이다.

강함수

리서치 기반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기업의 대표 컨설턴트입니다.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지속가능성 주제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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