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해 잠정조치수역(Provisional Measures Zone, PMZ)에 설치된 중국의 해상 구조물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해당 시설을 '어업 시설물'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정부는 해양 권익 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이전을 요구하는 등 경계하고 있다.
PMZ는 2001년 체결된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설정되었으며, 양국은 이곳에서 항행과 어업 활동 외 시설물 설치와 지하자원 개발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EEZ는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약 370km) 범위 내 수산자원과 광물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갖는 해역이다.
그런데 서해는 이보다 더 심각한 환경 문제도 끌어안고 있다. 바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PFAS)이다.
PFAS는 방수·내열·내화학성이 뛰어나 산업·소비재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물질이지만 분해되지 않아 토양·대기·수질 오염은 물론 인체에 축적돼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FAS 농도 조사, 국제 협력 필요하다
중국은 1980년대 이후 산업화를 본격화 하면서 최대 PFAS 생산국인 동시에 소비국이 됐다. 더욱이 이 화학물질의 관리에 취약하다는 데이터도 나오고 있다.
서해는 한반도와 중국 본토에 의해 막혀있는 폐쇄적인 구조를 형성하여 오염 물질이 정체되기 쉽다. 일부 과학자들은 서해의 PFAS 농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수산물 섭취량이 많다. 수산물에 고농도의 PFAS가 농축되고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범정부적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양국이 오염원을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정화할 수 있도록 일단 한·중 공동 PFAS 실태조사를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청정 서해' 위해 한중 양국 나설 때다
공동 연구를 비롯 민간 영역에서 국제 협력이 이뤄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영유권 문제 등 주변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논의 테이블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미세먼지 공동 대응처럼 해양 오염 이슈도 ‘환경·보건 협력’ 프레임으로 접근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해 오염물질 피해는 결국 주변국 모두에게 향하는 것으로 양국 국민의 건강 위협과 막대한 비용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과불화화합물 등 신규 유해물질 관리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도 추진된 만큼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중 양국 정부의 '청정 서해'를 위한 지혜가 요청된다.

과불화화합물(PFAS)은 최소 하나 이상의 완전 불소화된 메틸(-CF3) 또는 메틸렌(-CF2-) 작용기를 포함하는 그룹형 화학물질이다. 탄소와 불소의 강력한 공유 결합으로 열에 강하고 물과 기름에 저항성이 높고,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다.
발수성, 내열성, 절연성, 윤활성, 발유성 등에서 탁월한 과불화화합물은 주로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업계와 연결돼 있다.
그러나 과불화화합물의 난분해성 및 장기간 축적성, 장거리 이동성과 공기, 식수・식품, 의류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어 갑상샘 호르몬 장애, 인슐린 조절 장애, 면역 및 생식 체계 문제, 신장 질환, 암 등의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불화화합물의 환경 잔류성과 생체 축적성은 현 환경공학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처리 기술들은 다양한 화학적 성질과 복잡한 오염 시나리오,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하여 과불화화합물 오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
이같은 배경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과불화옥탄산(PFOA)을 1군 발암물질로,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을 2B군 발암가능물질로 재분류하며 규제 수준 강화에 나섰다.
2009년 9월 스톡홀름 협약에서는 과불화옥탄술폰(Perfluorooctanesulfonic acid, PFOS) 및 염류, 과불화옥탄술포닐플로라이드(Perfluorooctanesulfonic fluoride, PFOSF)를 잔류성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로 규정했다.
한국 정부는 스톡홀름 국제 협약과 2014년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에 서명하면서 잔류성유기오염물질 규제 의무를 시행하기 위해 2007년 1월 잔류성오염물질 관리법을 제정했다.
현재까지 여러 관계부처에서 위의 법률에 의거하여 과불화화합물을 관리하고 있으나 미국, EU,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미국은 식수 내 PFOA와 PFOS에 대해 각각 4 ng/L, EU는 20종 PFAS 총합에 대해 100 ng/L로 규제하는 반면, 한국은 PFOA와 PFOS를 각각 및 합계 70 ng/L, PFHxS는 480 ng/L로 규제하고 있다.

글로벌 규제 환경...반도체 산업 정조준
PFAS 컨소시엄이 배포한 ‘잠재적인 PFAS 제한의 영향(2023)’ 보고서(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SIA). The Impact of a Potential PFAS Restriction on the Semiconductor Sector. In: SIA: Washington, DC, 2022.)에 따르면 과불화화합물의 규제는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이며 완전한 대체가 어렵다.
EU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18개월의 전환기간과 1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으나,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SIA)는 과불화화합물 대체재의 실제 적용까지 최대 25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불화화합물 대체 기술 연구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자 설계와 친수성/소수성 코팅 기술, 사슬 길이를 변형하는 화학적 대체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과불화화합물 처리 기술 유지에 소모되는 경제적 문제는 대체 기술의 상용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역삼투압과 나노여과 방식은 에너지 소비가 크기 때문에 유지 관리 비용이 상당히 든다.
역삼투압·나노여과 등 처리기술 비용 커
김가경(2025) 등 연구자들은 '한국의 과불화화합물 규제 강화 방안: 건강 위해성, 국제 기준 비교 및 정책 제언' 논문에서 대체물질 개발 현황과 소요 기간을 파악해 현실성 있는 유예 기간을 재설정하고,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용품이나 일반 제품부터 점진적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도체 관련 규제는 반도체 공정 내 과불화화합물 농도 관리(예: 공장 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즉, 전면 금지보다는 필수 공정에 한해 사용을 허용하되, 허용농도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가지는 핵심 시장인 미국의 과불화화합물 규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반도체 제조에서 과불화화합물 대체물질의 연구개발(R&D) 지원 확장을 지체할 수 없는 배경이다.
2024년 기준‘반도체 R&D용 시설·장비 투자’분야에서의 국내 세액공제율은 1%로, 미국의 25%에 비해 25분의 1에 불과하다. 연구비와 세제 혜택(Tax benefits)을 지원하여 대체물질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