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기후테크(climate technology)를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과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에 기여하는 모든 범위의 기술로 규정한다. 크게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자원 활용을 줄이기 위한 조정 활동이나 온실가스 흡수원을 증대하는 기술) △기후변화 적응 기술(기후변화에 대해 자연적·인위적 시스템 조율을 통해 피해를 완화하거나 유익한 기회로 촉진하는 기술)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5개 분야로 구분한다. 각 분야는 △클린테크(에너지) △카본테크(탄소 포집 등) △에코테크(자원순환) △푸드테크(농식품) △지오테크(탄소 관측 및 기후 적응) 등으로 나뉜다.
기후테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인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분야지만 다른 산업보다 발전이 더디다. 기후테크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기술 난이도가 높은 데다 장기간에 걸친 연구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 흐름의 판도를 송두리째 뒤바꿔 놓거나 엄청난 변화를 야기하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나 기업, 제품 등을 일컫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나오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테크 투자도 쉽지 않다.
물론 기후위기라는 인류의 가장 큰 난제는 그만큼 큰 시장 기회를 엿보게 만든다. 당면한 기후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기후테크가 유일하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자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외 기후테크 스타트업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이 기후테크를 선도하는 가운데 캐나다, 영국, 중국, 호주, 독일, 프랑스, 인도 등 주요 8개국이 전체 기후테크 기업의 약 75%를 점유하고 있다. 다만 기타 국가들에서 신규 기후테크 기업 설립이 늘어나면서 주요 8개국 집중도는 점차 완화돼 기후테크의 지역 다양성은 높아지고 있다.
기술 동향을 살펴보면, 한국의 기후테크 기술력(미국특허청, 유럽특허청, 일본특허청에 모두 등록된 삼극특허 기준)은 연평균 성장률(CAGR) 25%로 주요국 중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술 점유율은 7%로 미국(20%), 독일(12%), 일본(42%)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국내외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에서 성공적인 사업전략을 일군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입가능한 기후테크 비즈니스 스펙트럼도 확장 중이다. 하지만 기술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뚜렷한 사업전략이다.
한국무역협회는 ‘기후테크 산업 동향 및 우수기업 사례를 통해 본 성공 전략’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다섯 전략을 제시했다. △오픈이노베이션(내부 자원 공유 등 외부와 협력해 새로운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을 통한 기술 개발 △기존 인프라에 접목이 쉬운 기술 개발을 통한 ESG 수요 대응 △장기적 안목으로 기술 개발 투자 △실질적인 탄소저감 실적 공개를 통한 고객층 확대 △정부지원 제도 및 사업 적극 활용을 통한 기술성장 발편 마련 등이다.
지금은 기후테크에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후테크가 실생활에 폭넓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기업 단독의 노력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현재의 민간 투자 중심에서 전환이 요구된다. 기술 실증 기회가 많지 않아 시장 불확실성이 큰 데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민간이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하므로 정부 주도의 초기시장 형성이 시급하다. 정부는 우선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 사항을 제도화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 기후테크 수요-공급의 불일치 등에 따른 시장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정부 지원책이 핵심이다. 이른바 인내 자본(혁신기업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나중에 나오는 자본)의 투입이 필요한 시장이다.